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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한 정보화 사회를 어떻게 맞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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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성태용 1994년 06월 148호
당연한 일이기는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인간의 삶의 모습은 과거 어떤 시대와도 다르다. 그리고 미래사회도 역시 인간이 겪어온 수렵사회나 농경사회 그리고 산업사회와는 또 다른 형태로 전개되고 있다. 이런 변화의 까닭을 한마디로 말하면, 모든 개인이나 사회가 점점 더 ‘정보’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미래사회에서는 정보를 전달하는 매체인 컴퓨터가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할 것이다.
그러면 그런 사회는 과연 어떠한 것이며 그 안에서 사는 인간의 삶은 어떨것인가, 갈수록 빨리 이루어지는 정보화가 과연 인간을 더욱 소외시키고 인간성을 상실케 할까, 하는 물음들이 생긴다.
그러나 그 자체가 잘못된 물음일 것이다. 미래사회의 모습은 기술을 어떻게 이용할것인가 하는 우리의 의지와 선택에 달려있지 그 사회를 지배하는 기술등에 의해 일방적으로 결정된다고 전제할 수는 없는 까닭이다.
그러나 과학적 성과와 기술의 혁신은 또한 어떠한 방향으로의 영향력을 가질수 있기에, 우리가 올바르게 미래의 정보사회를 건설하고자 한다면 정보통신기술과 전자기술이 과연 어떠한 결과들을 우리 생활에 가져다 줄것인지를 미리 예측해보고, 또 그 성격을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 정보화 사회의 의미부터 분명히 하고 넘어가기로 하자. 정보화 사회란 정보통신기술과 극소 전자 기술의 혁신이 사회구조를 변동하는 동력이 되는 사회를 말한다. 여기서 ‘정보화’란말은 의사를 소통하고 주체를 형성하는 정보가 사용되는 방식을 가리킨다. 산업사회가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대상물을 산출하고 교환하는 방식에 의해 그 구조가 결정되는 사회이듯이, 정보화 사회란 정보의 사용방식과 교환 방식이 구조변동의 동력이 되는 사회로서, 정보를 전달하고 교환하는 매체가 전자통신 기술의 꽃인 컴퓨터로 대표된다.
정보화 사회에서는 무엇보다도 정보의 양과 질이 과거의 사회와는 비할수 없을만큼 커져서, 모든 개인들은 엄청난 양의 정보와 이미지의 홍수 속에 놓인다. 우리가 전통적으로 누려오던 자연과 문화의 공간이 파괴되고, 텔레비전, 비디오, 자동차, 컴퓨터 들이 그 공간을 대신한다. 그래서 개개인은 대부분의 체험을 이런 매체들을 통해 얻을수 있다. 결국 전자식 미디어의 발달은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전자 기술에 의해 매개되는 의사 소통은 개인들 사이의 관계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는다. 곧 직접적인 신체적 접촉 없이 의사를 소통하는 경우가 많아지며, 또 특별히 원하지 않는 사람의 일방적인 의사를 전달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아진다. 이렇게 직접적인 접촉을 통해 말하기와 글쓰기가 아닌 간접적인 언어 생활이 큰 부분을 차지하는 사회가 어떤 사회가 될 것인가.
이러한 정보사화의 간접적인 언어 생활과 정보의 교환 집적의 보기를 하나들어 보기로 하자. 어떤 사람이 은행의 현금 지급기에 자신의 카드를밀어넣는 순간, 그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자신에 대한 정보가 ‘말해지기’시작한다. 그는 여러측면으로 질문을 받으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에 대답한다. 또 그가 사용한 기록이 데이터베이스로 저장되고 여러 기관과 조직사이에서 서로 교환될수 있는 정보로 되며, 앞으로의 그의 삶에 영향을 미칠 자료로 첨가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집적된 정보는 그 신용도로 계산되어 어떤 면에서 그를 대신하기도 하고 앞으로의 당신 삶을 규정하기도 할 것이다.
정보사회의 이런 개인에 대한 단위적인 정보가 증대하는 데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이 끊임없이 집적되고 상호 관련성이 있는 것들끼리 연관지어 분석되어, 거대한 정보의 체계를 형성해 나간다는데 있다. 이러한 고도의 정보화는 당연히 국가간의 장벽을 넘어 세계를 하나로 묶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기술의 급속한 발달과 통신수단의 증가, 정보량의 엄청난 증가는 또 그것을 처리하고 소통시키는 기술과 방법의 통일을 요구하며, 결국 국제적인 표준화의 획일화를 요구하는 것이다. 이러한 것들이 미래의 정보화 사회가 대체적으로 지니는 모습일 것이다.
이러한 정보화 사회가 인간의 삶을 행복한 방향으로 이끈다는 보장은 아무데도 없다. 유용하고 편리한 도구는 언제나 양날을 지닌칼과 같아서 편리성이 인간의 행복을 가져다 준다는 믿음은 수많은 편리한 물건들을 구입하려고 한 평생을 불행하게 사는 군상들의 모습속에서 이미 깨어지고 있다.
우리가 지금 정보화 사회를 향하여 돌이킬 수 없는 길을 줄달음쳐 가고 있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러한 흐름의 근원은 정보화 사회가 갖는 편의성과 신속성이다. 이런 편의성이나 신속함들이 제대로만 쓰인다면 인간을 좀더 인간답게 살게 하는데 기여할수 있으므로 그것들을 추구하는 그 자체를 부정할 필요는 없을지 모른다.
정보화 사회를 향한 흐름이 도도하여 큰 힘을 지니고 있는 만큼 혹시 그 방향이 잘못되어 큰 비극이 초래되지 않도록, 미리 정보화 사회의 특성을 철저히 파악하여 흐름을 잡아 나가야 한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반성해야할 문제가 있다.
먼저 정보화 사회의 진행에 의해 급격하게 파괴되어 가고 있는 전통적인 삶의 무대에 대하여 좀더 관심을 기울여서 그것이 정보화 사회로 연속성을 지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과거의 역사와 단절된 삶 그 자체가 행복을 파괴하는 원인일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여, 미래의 인류가 문화적 기억상실증을 앓는 불행한 모습이 되지 않도록 정보기술을 통하여 오히려 과거의 전통을 효과적으로 전승하는 노력이 있어야만 한다.
또한 직접 접촉하지 않은채 기계와 말을 주고 받는 상황에서 개인이 소외되고 고립되는 것을 보상해 주는 사회적 구조를 형성해야 한다. 기계와 의사소통을 아무리 잘하더라도, 거기에서 인간적 접촉에서 오는 만족감을 느낄수는 없다. 기계와의 접촉에서 얻어지는 것은 결과적으로 컴퓨터 과학의 일반적인 속성인 능률과 합리성. 그리고 결국 0과 1로 대치되는 극단적인 단순성일 뿐이다. 이러한 기계와의 대화들에 적응되어 인간적인 모습을 잃지 않도록, 인간적인 접촉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사회 구조를 이루어야 한다. 그것은 컴퓨터와 기계가 가져다 준 여유를 인간적인 접촉을 위해 좀더 할용함으로써 이루어질수도 있다. 애써 얻은 여유를 다시 기계와 컴퓨터에 쏟아 넣는 근본적인 소외 구조의 확대 재생산을 피해야한다.
마지막으로 정보화 사회에서 간과될수 없는 것은, 정보화 사회에서도 돈을 베푸는 쪽, 곧 자본을 소유한 쪽이 결국 정보를 거두어 들이는 유리한 입장에 설 수밖에 없다는 점을 철저히 인식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하나의 단위사회에서나 국제 사회에서나 마찬가지이다. 정보화 사회에서는 모든 개인들이 정보화의 혜택을 충분히 누릴수 있다는 환상을 지닐수도 있지만, 실제로 개인이 누리는 정보화의 혜택은 미미할수도 있다. 거대한 자본과 조직을 통해 정보를 집적하고 산업화하여 개인들을 거기에 종속시키는 집단이 언제든지 생길 수 있다. 이러한 정보의 독과점, 편중현상을 최소화하는 길이 끊임없이 모색되어야 한다. 특히 국제관계에서의 정보독점을 통한 제국주의를 끊임없이 경계하여야 한다. 예를 들어 미국등에서 끊임없이 요구하는 통신개방이 허용되면 우리나라의 기술과 정보는 다른 나라에 종속될 것이고, 결국은 국가 주권자체가 위협받게 될 것이다. 실제로 미국은 이란 인질 사태 때 자신들이 지닌 막강한 정보 테이터베이스를 이용하여 자신들의 입장에 동조하지 않는 국가에 대한 정보 단절 조치를 취하는 정보를 압력수단으로 쓴 일이 있다.
결국은 지금 우리의 자세와 노력에 달려 있다고 말할 수 밖에 없다. 성급한 낙관과 비판을 배제하고, 우리가 맞이할 정보하 사회의 틀을 지금부터 짜 나가야만 한다. 앞날에 대한 조망도 중요하지만, 그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일들을 일어켜 나가야 한다. 앞날의 정보화 사회에서 모든 사람들이 좀더 자유롭고 평등하게 행복하게 살수 있게끔 하는 일들을, 또 미래 정보사회의 양상에 대한 뚜렷한 관점을 가져서 국가적 종속을 낳는 일이 없도록 우리것을 키우고 또 지키는 일들을 해 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모든 개인들이 정보화 사회에로의 흐름이 누구도 거스를수 없는 현실임을 자각하고, 그 흐름이 제 길을 찾도록 하는 일에 주체적으로 참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