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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비분별이 끊어지니 청산이 고요하고 고요해서 밤달이 밝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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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하고 청정한 수행을 위한 법문 - 혜암 1994년 05월 147호
구렁이가 된 매관매직 주지승
얼마전, 스님들에게 법문을 하려는데 한 스님이 다가와 오늘은 섣달 그믐이고 하니 잠깐만 하고 끝내 달라고 하더군요. 그래, 그 동안 무엇 하나 해 놓은 일도 없이 놀려고만 하냐며 호통을 치고 이런 얘길 했어요.
한성스님이 여천 용문사에서 강사스님으로 계실 때 얘기입니다. 사형 사제인 스님 두 분이 용문사로 글을 배우러 왔는데, 저녁 때만 되면 둘이 어디로 나가 한참을 들어오지 않더랍니다. 그래, 이상한 생각이 들어 한성스님이 그들을 쫓아가 봤답니다. 그들은 절 뒷산으로 올라가더니 바위에 걸터 앉아 대성통곡을 하는 겁니다. 분명 귀신은 아니고, 그래서 그들을 붙잡고 사연을 물었습니다.
“스님들, 이렇게 크게 우는 사연이 뭡니까?”
“스님, 부끄럽습니다. 저희들이 있던 절의 주지 스님이 다른 이에게 주지 자리를 뺏기지 않으려고 관청 사람들에게 절 수입의 반을 나누어 주고, 나머지는 술과 고기를 먹으며 놀음을 일삼았습니다. 그런데 두 달 전이었습니다. 방금 우리와 같이 있던 주지 스님이 채소밭으로 가더니 구렁이로 변하는 겁니다. 놀라서 서 있는 우리를 쳐다보고는 슬피 눈물을 흘리며 담속으로 꼬리를 감추며 사라졌습니다. 그래서 우리도 어름하게 그 절에 있다가 주지 스님처럼 될 것 같아 이 절로 왔는데, 구렁이가 된 주지 스님이 생각나 이렇게 우는 겁니다”
한성스님은 그때 마침 지장기도를 드리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그래서 두 스님을 데리고 산에서 내려와 다음날 아침 입제식을 하고 일 주일 동안 지장기도를 올렸습니다. 절에 함께 있던 대중스님도 두 스님의 마음에 감복해 모두 동참했습니다. 그러자 구렁이가 된 주지 스님이 모든 스님의 꿈에 현몽해서, ‘스님들 덕분에 괴로운 몸을 벗고 천상락으로 간다’ 고 하더랍니다.
또, 이런 얘기도 들려 주었습니다. 어느 스님이 대중생활을 하다가 너무 고된 생각이 들어 절을 빠져나왔어요. 그리곤 탁발을 해서 술이나 고기를 먹고 낮잠이나 자는 생활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동냥해 남은 돈으로 은을 사서 모자속에 숨기고는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다 어느 고을 어귀에서 죽었습니다. 머리에 모자를 꼭 쓴 채 죽어 있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장사를 지내 주려고 왔다가 모자와 바랑은 벗겨 풀옆에 던져 버리고는 화장을 했답니다. 그런데 화장을 하고 나자 어디선가 구렁이 한 마리가 나타나 바랑을 똘똘 감싸고 있다가 풀고, 또 모자를 칭칭 감고 있기도 했습니다. 그 모양을 보고 동네 사람들이, 스님이 뭔가 바랑과 모자에 애착이 있어 구렁이로 태어나 떠나지 못하는구나 생각하고는 모자와 바랑을 태워버렸습니다. 그런데 모자가 잘 타지 않아 살펴 보니 은덩어리가 있었어요. 그래서 은덩어리에 원인이 있다고 생각하고는 그것을 팔아 천도재를 지내 주었답니다.
중생들은 살려고 꾀를 내긴 하는데, 앞뒤를 모르고 지혜를 내므로 죽을 꾀만 내거나 지옥에 가기 마련입니다. 애착이 있으면 갈 곳을 가지 못하고 혼이 되어 돌아다니기 마련입니다.
부처님 시대에 미모가 뛰어났던 한 여자가 남편과 바닷가에 나갔다가 파도에 휩쓸려 죽었어요. 요행히 바위에 걸려 떠내려 가지는 않았는데. 벌레들이 그 여자의 얼굴 위로 수없이 기어다니더랍니다. 지나가던 도인 한 사람이 그 모습을 보고 곁에 있던 목련존자에게 물었습니다.
“아니, 아직 썩지도 않았는데 왠 벌레들이 저렇게 얼굴을 기어다닙니까?”
“도인은 그것을 모르시오. 저 벌레들은 다름 아닌 죽은여자의 혼이랍니다. 저 여인이 평소에 늘 자신의 얼굴이 예쁘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 죽어서도 벌레가 되어 자신의 얼굴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애착이란 이렇게 무섭습니다. 진실해야 해요. 똑바로 살아야한다는 얘깁니다.

미륵보살의 손가락 하나를 주시오
무지한 사람은 기도를 하러 와서도 복을 짓지 못합니다. 경전에 이런 얘기가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부자가 되고 싶어 미륵보살에게 기도를 했답니다. 기도를 간절히 하니 댓가를 주어야겠기에 미륵보살이 그의 꿈에 현몽해 도량에 있는 바위 덩어리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저것이 금 덩어리이니 가져가 잘 살라고 했어요. 금덩어리를 받은 그 사람은 세상에 이런 좋은 법이 있는데 헛고생 했다싶어 이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부자가 되게 해 달라고 기도를 했어요. 그래, 이번엔 미륵보살님이 이를 가리키며 금 덩어리이니 가져가라고 했어요. 그러자 이에 재미가 들린 그 사람은, 더 큰 부자가 되려고 꾀를 냈어요. 미륵보살님의 손가락을 달라는 기도를 했습니다. 왜냐면 손가락질만 하면 금 덩어리가 되니까 손가락이 탐난 거지요. 그러나 복이 있는 사랍이 복을 짓는 것이고, 인과가 있는것인데 더 이상 그의 청을 들어 줄 수 없어 미륵보살님은 그냥 사라져 버렸어요. 그 뒤에 그 사람 집에 강도가 어떻게 알고 들어왔는지 그의 손발을 묶고 입을 틀어 막으며 금 덩어리를 내놓으라 하고는 가져가 버렸어요. 욕심 때문에 다시 가난한 사람이 된 것입니다.
어떤 서당 선생이 제자들에게 공부를 해서 무엇을 할 것 이냐고 물었어요. 그러자 각자 지방 장관이 되겠다느니 박사가 되겠다느니 한 마디씩 하는데 한 사람만 대답을 하지 않아 다시 물었답니다.
ꡐ너는 글을 배워 무엇이 될래?’
“저는 욕심없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선생은 이 살기 어려운 세상에 기특한 생각을 하는 제자가 있는 것이 기뻐 다시 물었습니다.
“그래, 무엇 때문에 욕심없는 사람이 되려고 하느냐?”
ꡒ욕심을 갖지 않으면 금은 덩어리가 환히 보인다는데, 선생님은 듣지 못하셨습니까?”
그러면 그렇지 선생은 그 대답을 듣고 입맛이 썼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모두 이와 같습니다. 정법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시주 쌀 한 톨의 무게가 수미산보다 더 무거우므로, 만약 도를 이루지 못하면 뿔을 이고 털을 다치는 짐승이 되어 시주의 빚을 갚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세월이 화살과 같이 빠르니 삼가히 잡된 용심, 곧 탐심, 진심, 치심을 쓰지 말라고 했습니다. 독심을 마음에 두고 편안하기를 바라지 말라고 했습니다. 마음속에 어리석은 마음이 불쑥 자라고 있는데, 어찌 잠을 편히 잘 수 있으며 마음이 편할 수 있겠습니까.
이 몸을 이생에 건지지 못하면 사람 몸 받기 어렵답니다. 공부를 하지 않으면 나고 나는 곳에서 호랑이 밥이 됩니다. 들에 가면 독사밥, 물에 가면 큰 고기 밥이 됩니다. 돌아가신 부모님도, 사랑스런 아들 딸도 모두 호랑이 밥과 독사밥을 면치 못합니다.
눈으로 보는 바가 없어 분별이 없어지고, 귀로는 듣는 바가 없어 시비가 끊어지니, 시비분별을 다 끊어 버리면 청산은 고요하고 고요해서 밤달이 밝더라, 밤달은 마음달 입니다. 어리석은 눈을 갖고 살면 밤낮 지옥에 가는 죄를 쌓는 겁니다.
법당에 계신 부처님은 등상불이고, 진짜 부처님은 우리 마음에 있습니다. 부처님을 향한 참된 공양이 무엇인지 바로 알아 공부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