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전모와 추측
지난2월 25일 국회 국방위에서 민주당 정대철 의원이 ꡐ광주 및 김해에 있는 제병 합동교육본부 및 병과학교 등 군사학교를 전남장성으로 이전하는 상무대 교외 이전 사업의 시행에서 공사수주 업체인 청우건설(대표 조기현, 전국신도회장)이 공사 선급금으로 받은 658억원 가운데에 223억 원이 정치 자금화되었다는 의혹을 밝혀야 한다ꡑ고 하였다. 정 의원의 발언에 따르면. 민자당 재정위원이며 전국불교신도회장이기도 한 조기현 씨의 청우건설이 낙찰 받기가 까다롭기로 이름난 군 시설 공사를, 그것도 총 공사비가 5,800억 원에 이르는 대형 공사의 일부를 수주한 배경에는 정부 여당의 고위층(노태우 씨 시절이었
다)과 관계가 깊은 불교계 스님의 중재가 작용하였다고 한다. 그런 까닭에 1,500여억 원의 대형 공사를 자격 미달의 청우건설이 따냈을 뿐더러 관례를 벗어난 선급금의 과다 지불도 가능했다는 것이다. 조기현 씨는 이 공사대금 가운데 223억원을 유용했다. 유용처로는 대구 동화사 통일약사여래 대불 건립 불사에 80억 원 시주, 정치 자금으로 40억원, 개인 착복10억 원, 사용불명 45억 원 등이다.
그런데 세계에서 가장 높은 돌부처라고 자처하는 이 통일약사대불의 완성은 대통령 선거가 한창 막바지에 이르는 92년 11월이었으며, 11월 27일의 점안법회에는 전국에서 동원된 신도들이 구름처럼 모인 가운데 당시 삼당의 대통령 후보인 김영삼, 김대중, 정주영 씨도 참석하였다. 당시의 일간신문에서는 ‘각당 후보 불교 표밭 공략‘ 이라 하였다. 아닌게 아니라 ‘장로ꡑ 임을 전혀 거리낌없이 내세우는 김영삼 씨도 공손히 두 손 모아 부처님께 합장할 만큼 표밭공략이라는 표현은 적합했다. 작년 일본의 총리 호소가와 와 함께 경주에서 한, 일 정상회담을 하면서 불국사 대웅전에서 보여 주었던 태도와 견줄 때 동화사의 모습은 상당히 대조적이었다.
그 때 발표한 통일 약사대불의 공사비는 총60억 원으로 이 비용은 국고 보초 20억, 대구, 경북 지역 불자들의 모금액 20억 원, 동화사 자체 모금 20억원으로 충당 하였다고 밝혔다. 조기현 씨가 시주하였다는 말은, 액수는 고사하고 그 이름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흔한 말로 아쇼카왕 이래 최대의 불사대금이라 할 거액의 돈을 보시하였건만 단 한마디의 공치사도 없이 지나갔다. 그 뒤에도 조기현 씨의 시주에 관한 언급은 없었고 동화사 통일 약사대불에 얽힌 비사는 사장되는 듯했다. 작년 12월 권영해 씨 후임으로 국방장관에 취임한 이병태 장관이 특별기자회견 때 율곡 사업 특감 대상에 상무 사업을 포함시킨다는 발표를 하였어도 상무 사업에 우리 종단이 관여 했으리라는 짐작은 그 누구도 못했다. 그 엄청난 비리로 약사대불이 세워졌다는 사실은 당사자 외에는 전혀 눈치조차 챌 수 없었다.
그러나 올해 1월 27일 국방부 특검단의 수사 결과 발표에 청우건설 조기현 회장이 공사 선급금 658억 가운데에 223억을 유용하였고 정석용 대령과 임명용 중령이 뇌물을 받아군 관련자는 구속, 조회장은 검찰에 이첩 하였다는 내용이 밝혀지면서 사건은 공개되기 시작하였다. 검찰은 이첩 받은 뒤 조기현 씨를 특정범죄가중 처벌법 위반(횡령)죄를 적용해서 구속하였고, 마침내 정대철 의원의 국회 국방위원회
에서 문제 삼으면서 사건의 내막이 밝혀지고 야당과 불교계의 진상규명 요구가 잇따르면서 차츰 사건의 파장이 증폭되고있다.
교계의 대응과 활 일
일단 사안이 사안인 만큼 국회에서의 발언은 교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민주당에서 국정 조사권을 발동하여 적극적인 진상규명과 책임자에 대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다짐하였고, 민주당의 이러한 의지를 뒷받침할 필요를 느낀 실천불교 승가회 등의 승가 단체에서는 철저한 조사와 성역없는 수사를 촉구하는 성명 발표와 민주당 방문 등이 뒤따랐다.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아니지만 정대철 의원은 민주당 최고회의에서 ‘80억 원은 서의현 스님이 92년 대선 당시 불교계의 반김영삼 정서를 진압하기 위한 선거자금으로 활용하였다는 사실이 비밀 아닌 비밀로 알려져 있다고 했고. 지난 3월 19일 김두희 법무장관도 80억
원의 동화사 유입 부분만큼은 확인되었다고 밝혔다. 이제는 단순히 ‘설’ 이 아니라 사실로 확인되었건만 당사자인 총무원장은 함구무언으로 일관하고 있다.
총무원의 기관지인 불교신문은 이러한 사실에 대해 단 한 줄의 기사도 보도하지 않고 있으며, 원장의 가증스러운 매종 행위에 대해 종단의 책임있는 기관이나 종회의원들도 일제히 함구하고 있다. 정녕 대선 당시 김영삼 지지를 당부하는 정치 자금을 받아서 그런 것일까.
재가 단체에서 전국신도회에 대한 조치가 그다지 노골적으로 보이지 않는 점도 수긍하기 어렵다. 명백하게 재가신도를 대표한다는 직함을 팔아 권력과 야합하고 정치자금을 마련해 준 죄상이 드러났는데도 엄중한 추궁이나 처벌은커녕 법무부에 조씨의 선처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내려고 하니 재가도 캠기는 것이 있단 말인가 어쨌든 3월 21일 불교계에서도 상무대 관련 80억원 통일대불불사 유입 ‘진상조사위원회ꡑ를 발족하여 본격적인 사건 조사에 착수했고, 23일에는 중앙승가대학생회를 비롯한 여덟 개 승가 단체가 ‘범승가종단개혁추진위ꡑ를 띄워 상무대 사건에 대한 책임을 물어 총무원장을 퇴진시키겠다는 결의를 하였다. 그리고 재가자들도 별도의 기구를 결성하여 종단의 부패를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보인 만큼 이번 사건의 무마는 쉽지 않으리라 판단된다.
이 사건은 서의현 총무원장이 삼선을 획책하는 과정과 맞물려 있어 상당히 그 파장이 높을 수밖에 없다. 모르긴 몰라도 총무원장은 권력과 야합한 사실이 실제로 드러난 이상 자신의 안전을 위해 더 막다른 술수를 사용할 가능정도 있다. 원장이 보여준 그 동안의 행태로 볼 때 이번에도 교묘한 권모술수로써 봉착한 위기를 넘기려 갖은 계책을 쓰겠지만 단언 하건대 그러면 그럴수록 한국 불교의 위상은 일그러지기만 할 것이다. 이제 우리는 총무원장에게 간곡히 충언하건대 그 동안 여러가지 입에 담기가 부끄러운 구설수는 제쳐 놓고라도 이번 상무사업과 관련한 비리 자금의 진상을 대중에게 낱낱이 밝히고 구도하는 마음으로 대중신분의 자리로 돌아가길 바란다. 상무대 이전 사업이 어떤 사업인가? 80년 광주민중항쟁에 대해 노태우 정권이 시행한. 몇 안되는 화합 조치의 일환이다. 또 상무 사업 비용은 어떤 돈인가. 국민이 낸 세금이다. 그런 돈을 권력의 안정기금이 되도록 충실한 자금 창구노릇을 했다니 가히 용서 받기 어려운 일이다. 그 일을 출가사문이 했다니 그저 불전에 참회하고픈 심정이다. 돌아가길 바란다. 대중에게 참회하고 수도의 자리로 부디 돌아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