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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가 4박 5일 그리고 자원봉사를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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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이야기 - 김미정 1999년 08월 210호
여름이라는 계절에 맞춰 신록의 빛깔은 신이 난 듯 차츰 푸르러만 가는데, 나는 내 빛깔조차 찾지 못하고 있었다. 많은 책과 강의에서 말하는 “나를 찾아라”라는 말은 겉도는 외침이 아니라 내 가슴 깊은 곳에서 터져 나오는 영혼의 울림이었다. 이런 나의 갈증을 달래줄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대를 가지고 해인사 여름 수련회에 참가하였다. 수련 기간 동안 묵언을 통해 말을 철저히 버릴 수 있게 되어 마음의 고요와 평정을 느낄 수 있었고, 사경은 무엇이든지 빨리 이루고자 서두르는 내 마음을 차분이 가라앉혔으며, 사소한 것에 정성스러움을 다할 수 있는 겸손함이 생겼다. 가장 기억에 남는 천팔십배와 그 뒤 강행된 산행은 고된 일을 포기하지 않도록 채찍질 하는 체험을 통해 앞으로 나에게 주어질 일들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으며, 힘든 일 하나 해 놓고 스스로 대견해 하는 자만감을 없애기에 충분했다.
4박5일 동안의 수련을 마치니 많은 아쉬움이 남고 ‘나를 찾는’ 데는 너무나 짧은 기간이었기에 수련회 자원봉사자로 남기로 했다. 그리고 수련생들이 법회를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가 주체적인 자아로 자신 있게 사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라는 게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 바루 공양준비와 뒷정리, 수각장과 숙소 청소, 빨래 등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들이지만 남을 위해서 내가 움직이고 있다는 게 마음 뿌듯했다. 또 사람들이 수련법회에 적용해나가는 모습을 보며 느끼는 경이로움과 안타까움은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전혀 다른 생활로 몸을 앓으면서도 끝까지 남아 회향을 하는 사람, 처음해 보는 천팔십배를 끝까지 쉬지 않고 다 하는 사람들을 보며 인간의 한계와 마음가짐을 진지하게 돌이켜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정반대의 사람들도 있었다. 힘들어서 못견디겠다고 포기하는 사람, 수련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투덜거리는 사람, 지금까지 몸에 익힌 나쁜 습관을 잠깐도 포기하지 못하고 그 날로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 등 여러 가지 모습이 있었다. 지금까지 살아온 날과 앞으로 살아 갈 많은 날에 비하면 얼마 되지 않는 기간 동안 입술 꽉 다물고 인내하고, 완전히 다른 생활을 해보며 자기 것을 되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포기하지 않았으면 하고 기도 드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리고 수련회 프로그램을 쫓아가느라 여유가 없겠지만 마음에 조금만 여유를 가지면 주어진 프로그램 못지않게 자연스레 얻는 느낌과 생각들이 참 좋았다. 새벽 하늘에 울리는 정갈하고 힘찬 북소리와 종소리를 듣고 일어나 예불 드리러 방을 나서면 가장 먼저 내게 다가오는 것이 지면이었다. 물소리가 들리고, 나무 냄새가 나고, 상쾌한 공기가 퍼져 있는 그 때는 더 이상의 행복은 바라지 않게 되었다. 다시 본래의 생활로 되돌아가 치열하게 살면서도 수련회 기간 동안 느낀 작은 행복을 가끔 되돌아 볼 수 있는 여유로움과 섬세함을 오래 간직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