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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단결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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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 윤남진 1994년 04월 146호
이런 고사가 있다.
옛날 중국 화북지방에 북산우공北山愚公이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의 집대문에 남향으로 나 있는데 태행산과 왕옥산이라는 큰 산이 출로出路에 버티고 있었다. 하루는 우공이 아들을 불러 괭이를 들려 산을 파내기로 하였다. 옆 마을에 사는 지수라는 노인이 이 소리를 듣고 ‘참으로 어리석기도 하구나‘ 하며 이를 비웃었다. 우공이 이 말을 듣고 답하기를 “내 자식이 다 파내지 못하면 그 자식이, 그의 자식이 다 파내지 못하면 또 그의 자식이 파내어 자자손손 파헤치면 어찌 평평하게 되지 않으랴ꡑ 했다. 옥황상제가 이 말을 듣고 감복하여 두 신선을 내려 보내 두 산을 지고가게 했다.
후인들은 이 고사를 일러 ‘우공이산愚公移山ꡑ 이라고 한다. 흔히 우리의 중, 고등 학생들이 한문 시간에 “우공이 산을 옮긴다“고 해석하면서, 불가능한 짓을 하는 어리석은 사람을 비웃는 고사성어라고 달달 외우는 그것이다. 물론 고사의 뒷 대목이 ‘신선이 산을 옮겨 주었다’ 는 것은 빼놓은 채.
그러나 중국의 모택동은 그의 한 노작에서 이 고사성어를 결국 ‘우공이 산을 옮겼다’고 적극적인 해석을 한다. 그리고 이어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ꡒ우공이 산을 옮겼다. 우공의 지극한 마음이 하늘을 감동시킨 것이다.“ 우리도 이와같은 정성으로 혁명 운동을 벌여야 한다. 그래서 마침내 하늘 곧, 민중을 감복시키고 그들의 마음을 움직여서 태산과 같은 중국을 변화시켜야 한다.“ 어찌 되었든 모택동은 대장정을 성공으로 이끌었고 중국을 뒤집어 엎고 이른바 ꡐ신민주주의 중국ꡑ 을 세워 실권자가 되었다.
모태동을 추켜세우려고 하는 얘기가 결코 아니다. 종단 상황이 어지럽고 수상하기 때문이다. 지난 3월 16일 조계종 중앙종회는 총무원장의 요구로 30일 종회를 불과 보름 앞두고 ꡐ총무원장 선출의 건‘ 을 안건으로 올려 제27대 총무원장을 뽑겠다고 공고하였다. 사실 여럿 가운데에서 뽑는다는 뜻인 ꡐ선출ꡑ 이라는 말보다 ꡐ추대 라는 말이 더욱 적당하겠다. 여러 사람들이 누차에 걸쳐서 서의현 총무원장의 삼임 의도에 대해 경책 하였지만 묵묵부답이더니 이제 문득 삼선추대의 날을 받아 놓고, ꡐ해볼테면 해 봐라ꡑ 는 듯이 화답한 것이다.
이 때문에 종단을 걱정하는 양심적인 스님들과 재가 신도들의 움직임도 바빠졌고, 목소리도 더욱 강경해지고 억세어져 가고 있다. 총무원장의 상무대 이전 공사 대금 팔십억원의 부정 수수와 유용 사건에 대해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성명서나 기자회견이 변죽만 울리던 데서 이제 집회와 시위로 거세어졌고 무기한 단식 농성을 벌인다는 계획도 밝히고 있다.
이제 어찌 되었든 공은 양심적인 개혁 세력에게 넘어왔다. 개혁 세력이 어느 정도나 해내느냐에 달려 었다. 이러한 때에 전열을 가다듬으면서 우리는 앞서 길게 얘기한 “우공이산” 이라는 고사를 되새겨 보아야 한다. 지극 정성으로 끈기 있게 해 나가야 한다. 종단개혁은 지금의 시점에서 역사적인 제2의 근본적 정화라고 해도과언이 아니다. 역사적 의미와 책무가 이러한데 하물며 마음 가짐에서랴. 우공이 산을 옮겼듯이 개혁적 양심 세력도 반드시 종도 대중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도록 사심 없이 헌신하고 또 헌신해야 한다.
그리고 또 하나 명심해야할 것은 바로 현 서의현 총무 원장이 왜 자파의 종회의원을 제외한 절대 다수 일반 대중으로부터 따돌림을 받는가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를 타산지석他山之石,반면교사 反面敎師로 삼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서의현 총무원장의 말의 공신력을 잃음으로써 신뢰받지 못하기 때문에 더 이상종단을 건사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믿을 신信” 자는 말씀 언言과 사람 인人자가 합쳐서 된 말이다. 사람의 말은 믿을 만한 것이다 라고나 할까.
그러나 서의현 총무원장은 줄곧 빈말만 해왔다. 그것도 종권의 위기가 닥칠 때마다 말이다. 서의현 총무원장은 지난 87년 9.7해인사 승려대회에 참석하여 \'호국불교 개념은 특정 정권을 위한 것이 아닌 국민을 위한 활동으로 바꾸어야 한다\' 고 목청을 높였다. 그러나 이후의 행동은 이와 딴판이었다. 87년에는 전두환 대통령과 민자당 노태우 민자당 대표에게 찬사를 보냈고, 92년 11월에는 “김영삼 총재는 대구 동화사에서 있었던 통일대불 점안식에서 합장하는 등 불교 중흥에 관심이 많은 분“이라고 추켜 세웠다. 이어 93년4월 육군 17사단 훼불사건과 관련해 교권수호 결의대회를 갖는 둥 대중의 분노가 비둥했음에도 불구하고, ꡐ훼불사건은 현정부에서 발생한것이 아닌 전 정부에서 발생한 것으로, 이를 잘못 알고 있는 교계 몇몇 사람들이 마치 현 정부가 한 것처럼 선동하고 사회 질서를 교란시키고 있다\' 는 납득할 수 없는 말로 야유를 받았다. 또한 90년도에 발생한 종단분규가 자신의 지위를 위태롭게 하자 91년 1월 4일에는 “재가신도를 포함한 사부대중으로 제도개혁위원회를 가까운 시일 안에 구성하여 개혁위가 만든 제도에 따라 종단이 안정되면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거취를 결정하겠다“ 고 하였으나 종단 제도개혁은 사 년을 맞는 지금까지도 지지 부진한 상태이다.
이처럼 말과 행동이 딴판이니 어찌 종도들이 믿고 따를 것인가 그러니 종도들은 종단행정에 더욱 무관심해지고 총의는 수렴되지 못하여 불교중흥을 위한 불사는 엄두도 못 내고, 불사를 하더라도 부실함을 면치 못한다. 결국 불사를 위해서는 반강제적으로 모금을 하거나 나아가 외부의 관권, 금권에 매달리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가 최근 문제가 된 동화사 불사 시주금 팔십억 원 수수 유용사건이다. 총무원의 일 년 예산은 이십여억 원에 불과한데 부정 시주금 팔십억원은 간데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종도 교육을 위한 전문교육기관은 부족하고, 신도교육과 포교는 부실해졌으며 이로써 신도층이 노령화되고 젊은불자는 가뭄에 콩나듯 한다. 논어에 이러한 말이 있다. “교언영색巧言令色은 선의인鮮矣仁이라“고, 교묘한 말과 낯빛을 꾸미는 것은 어짐(인)이 없다는 말일 것이다. 어떻게 덕망있고 불법에 충실하려는 사람보다 교언영색과 술수에 능한 사람이 종단을 좌지우지할 수 있겠는가. 그것은 바로 대중의 단결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산지 사방 이해 관계에 따라 흩어졌기 때문이다. 개혁을 위한 대장정의 발걸음을 떼려는 지금 우리는 이 점을 거듭 되돌아 보아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