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가난해져야 할 승려들
이전 게시물
다음 게시물
죽비의 소리 - 향적
1994년 04월 146호
승려는 원어인 산스크리어트어로는 비구라 한다. 비구의 뜻은 결사이다. 곧 육체는 음식을 구걸하고 정신은 부처님 법을 구걸하며 산다는 말이다. 그러나 한국불교승단은 기후조건이 그날 그날 걸식하며 수행생활을 할 수 없어 신도들의 불전금과 공양금에 의존하고 있다. 이것은 부처님께서 제정하신 비구의 근본 계율에 위배된다. 왜나하면 출가 비구는 돈을 지참할 수 없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와같이 비구의 근본 계율을 지키지 않는 데서 한국 불교숭단은 차츰 자본주의에 물들어 세속화되어 가고 있다. 여기에 더 큰 문제는 일부승려들이 개인적으로 부를 축적하는 데 있다. 그리하여 요즈음 한국불교는 가난하지만 승려들은 부자라는 말이 돌고 있다. 이제 이러한 말들을 가볍게 지나칠 수 없는 시점에 이른 것 같다.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경제 개혁의 일환으로 금융실명제를 실시 한 뒤로 해인사에 대중공양이 한번도 들어오지 않을 뿐더러 불사에 대한 시주금 또한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같은현상으로 보아서 앞으로 한국종교계의 경제적 어려움은 날이 갈수록 심화될 조짐이다. 그러한 이유는 정치가 민주화되고 경제가 합리화되어 선진국이 되면 사회보장제도가 정착되어 자연히 국민들은 종교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것은 인간 생활고의 문제를 국가와 사회가 공동으로 책임지고 해결해 주기 때문에 생활고 문제를 신앙적으로 해결하려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대부분의 인간들이 존재론적인 문제보다는 기복적인 신앙심으로 종교를 찾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종교적 현상을 선진국이라고 하는 불란서에서 몇 해 공부하는 동안 볼 수 있었다. 특히 일 년쯤 카톨릭수도원 생활을 통해서 직접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6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기도와 명상 그리고 신학교 교육에서만 힘써 왔으나 계속 신자들의 헌금이 줄어들어 도저히 수도원을 지탱할 수 없어 신학교를폐쇄하고 모두 자급자족하는 수도원 체제를 만들었다고 했다. 그리하여 이 수도원은 열다섯 개의 작업장을 만들어 수도원 재정을 마련 하고 있었다. 이들의 대표적인 수입원은 인쇄소와 치이즈공장 , 도자기 등이다. 멀지 않아 한국의 불교 수도원도 서구의 가톨릭 수도원과 같은 현상이 닥쳐올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의 역사발전 과정은 동서양이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앞으로 한국종교계의 큰 변화에 대처하려면 먼저 승려들 개개인의 의식개혁운동이 있어야 된다. 그러한 의식개혁에 앞서 숭려들의 생활이 좀 가난해져야 한다. 사찰의 수입원은 한정되어 있는데 비해 현대 문명의 발달로 문화 생활수준은 계속 높아져서 자연히 소비가 늘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현재 일부승려들의 생활은 너무나도 사치스럽다하지 않을 수 없다. 그 한 예로 본, 말사 주지 스님들이 품위 유지라는 미명하에 고급 승용차를 타고 그것도 양에 차지 않아 외제 고급차를 타고다녀 사회의 지탄을 받고 있다. 일 년 동안 있었던 불란서 가톨릭 수도원은 특별히 원장 전용차가 없고 엑셀 정도수준의 승용차 네대를 업무에 필요한 신부들이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들은 물자절약을 위하여 팬티와 양말을 기워서 사용하고 또한 폐지를 분류하여 재활용하고, 내다 팔아서 수도원 재정에 일조를 하고 있다. 이와 같은 이들의 절약과 검소함에는 절로 머리가 숙여지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게 생활하는 서구의 수도자들이 한국의 부유한 숭려들을 보면 과연 진정한 수도자로 볼까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