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호 보기


영겁으로 내딛는 첫걸음

이전 게시물 다음 게시물
이달의 이야기 - 경성 1999년 08월 210호
수련의 본질은 상대적이고 찰나적인 효율성이나 실익實益에만 맴돌면서 살아가는 현실을 벗어나, 인간이 실현해야 할 가치 가운데는 상대적인 것을 뛰어넘는 영원하고도 무한한 절대적 가치의 차원이 있음을 수련생들이 직접 경험하고 체득하여 진선미眞
善美의 총체적 승화인 성聖의 차원에서 인격 완성을 이루게 함에 있다.
이런 전제 아래, 해인사수련회에서 해마다 중점을 두고 시행하는 부분은 삶의 기준을 물질적인 풍요로움만을 추구하는 데서 정신 세계에 대한 폭 넓은 풍요로움을 추구하는 것으로 그 가치 기준을 향상시키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그러려면 무엇보다도 편안하고 느슨하게 살아 온 자신의 몸을 이겨내고 조복 받는 것이 앞서야 할 것이다. 백팔배와 참선, 그리고 넷째 날에 시행하는 천팔십배 등의 수련 프로그램으로 극기의 기쁨을 체험하여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고, 음식이 나에게 이르기까지 수고하신 분들에 대한 감사 함에서 출발하여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웃과 민족의 소중함으로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고, 부처님 경전을 독경하고 사경하는 프로그램을 통해서는 부모님께 대한 효행심에서부터 모든 중생계에 이르기까지 시야를 넓혀서 동체대비同體大悲를 실현할 것을 다짐하는 것에 주력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사이에 사찰수련법회에 대한 관심이 눈에 띄게 증가하였다. 해마다 수련법회에 참여하는 수련생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므로 이제는 수련생 각자의 근기와 능력에 맞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에 관심을 두어야 한다. 4박 5일 동안의 수련생활에 몇 개의 소규모 집단을 구성하여 각 집단마다 참선을 중점적으로 시행한다든지, 사경과 독경 등 경전을 접하는 기회를 많이 갖는다든지 하는 개별적인 프로그램올 시행하면서 예불이나 공양·강의 등의 프로그램 만으로 수련회를 실시한다든지, 또는 다섯 차례의 일반 수련회를 차별화하여 특색 있는 프로그램을 미리 공지하여 수련생들이 자신의 근기와 관심이 가는 수련회를 선택하게 하는 등 전반적인 연구와 개발이 요구된다.

일자리를 잃고 용기를 얻고자 수련회에 참가한 사람이 이제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용기를 가지고 돌아갈 때, 자식을 위해 아픈 다리를 참아가며 하루삼천 배를 올리시던 어머니를 짜증스러워 하던 사람이 어머님의 은혜가 얼마나 고마운 것인지를 새삼 깨달았다고 말할 때, 어린 자식에게 열심히 살라고 요구하기 전에 아버지가 얼마나 열심히 사는지를 보여 주고싶어서 4박5일을 열심히 생활하였다고 말하는 아버지를 보았을 때, 이제는 가시적인 것을 위해서 살기보다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더 넓은 것, 더 높은 것을 추구하며 살아가겠다고 다짐하는 수련생들을 만나며 수련회의 당위성과 의의를 다시 생각한다.

4박 5일, 짧지만 지중한 성불의 터전을 일구는 수련생들이 여기에 뿌리 내린 씨앗이 영겁永劫의 인행因行으로 향하는 첫 걸음되어 미륵회상에서 모두 함께 아녹다라삼략삼보리를 이룰 것을 서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