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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에게 보내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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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 선혜 1994년 03월 145호
94년에는 우리 국민들 모두가 정신 바짝 차리고 살아야 할 것 같다. 어느 해인들 정신 차리지 않고 살 해가 있으랴만 과거 여느 해와는 다르게 생각된다.
8.15해방과 6.25사변 이후 우리의 경제 형편은 매우 어려웠다. 그 때, 유엔과 미국 둥 서방 자유주의 국가들이 생필품 등 물품을 보조해 주었다. 그 뒤 60년대 말부터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고 이어서 이차, 삼차 경제개발 계획도 성공하여 우리 경제는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만일 그 동안 우방국가들과 일본 등의 우호적인 협조가 없었다면 그렇게 성공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세계는 ‘이데올로기ꡑ장벽이 없어지고 오직 자국의 경제 성장만을 모색하고 있다.
이젠 옛날에 협조를 해 주었던 나라들이 우리를 위협적인 경제 상대국으로 생각하고 있다. 우리의 상품 하나를 수출하려면 그들의 상품 하나를 수입해 갈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국제시장에서는 그들 나라의 상품과 판매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더구나 작년 12월에 타결된 UR 협상이 명년부터 시행 된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농산물과 석탄 둥 일부 원자재를 빼놓고는 대부분의 원자재를 수입해야 할 형편이다. 또 첨단기술 개발의 더딘 발걸음과 높은 임금으로 인한 생산원가가 뛰어오른 것도 큰 걱정이다.
지금까지는 정부에서 생산품 가격을 조정해 왔지만 UR문제 타결책 가운데 하나로서 지국내 생산품 가격을 자율화하는 세계적인 추세에 맞추어 이삼년 전부터는 국내 생산품을 조금씩 자율화시켜 왔다. 국제간에 수입 수출이 자율화되면 들어오는 상품 가운데는 우리에게 유익하거나 또는 유익하지 않는 상품들도 있을 것이다.
UR문제 전문가들의 연구논저를 보면 개방된 후에 닥쳐을 갖가지 상황들이 예견된다. 현재 우리나라 산업 발전과 경제 수준으로 짐작해 볼 때 집단기술이 필요한 상품에서는 경쟁의 대열에 설 수가 없고 그 밖의 공산품은 조금만 더 기술을 향상시키면 희망이 보인다고 한다. 그렇지만 농산품과 낙농업은 희망적이지 못하다고 한다.

쌀 농사와 우리 풍속
우리 국토는 쌀 농사지을 경작지가 좁고 천수답이 많아 일부 평화 지역에서도 기계화 농업을 할 수 있을 뿐이어서 전국토의 대규모 경작과 수확이 어려운 형편이다. 비싼 노동 임금으로 소규모 수확을 거두게 되니 생산단가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미국 및 남미 지역, 프랑스, 덴마크, 스웨덴 등 유럽 선진 국가들은 오래 전부터 기계화농업을 시행하고 있었으며, 중국 등 동남아 저개발국가들은 인력이 풍부하고 인건비가 싸서 생산 단가가 낮아 국제경쟁력이 있다고 한다. 낙농업도 같은 형편이다.
일부 언론은 특용작물을 경작하면 UR로 인한 농촌의 어려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하지만. 우리 농촌 모두가 쌀 농사를 그만 두고 특용작물만 경작할 수는 없다. 그리고 쌀은 오천 년 동안 우리 농산물 가운데 중심이 되는 큰 농작물로 우리 민족의 경제를 도맡아 왔다.
과거 우리 경제는 쌀이었다. 쌀을 팔지 않으면 큰돈을 만들꺼리가 없었다. 쌀농사는 경제뿐 아니라 주식생활을 맡아왔기 때문에 생활속에 이루어졌던 여러가지 풍류와 풍속들이 쌀문화와 관련이 깊다.
예를들면, ‘손님이 방문했을 때 쌀밥을 지어 대접하면 손님 접대에 소훌함이 없다.’ ‘생일날 쌀밥에 미역국을 얻어 먹으면 잘살게 되며 동티(건강으러 생긴 재앙)가 생기지 않는다.ꡑ ‘잔치상에는 쌀밥에 고기국과 떡이 있으면 기본 차림이 된다.ꡑ 하는 말들은 서민들 생활에서 쌀이 귀하여 생긴 것이겠지만, 쌀이 그만큼 영양가 높은 식품이라는 뜻도 있다.
또 ‘제삿상에는 반드시 쌀밥과 고기국과 삼색三色과일이 올라가야 한다.ꡑ ‘먹고 자란 쌀 한 톨에는 부모님의 하해와 같은 은혜가 담겨 있다.ꡑ 하는 말도 농사지어 자식을 기른 부모님의 은혜와 쌀의 귀중함을 같은 위치에 놓고 한 것이다.
또 ‘쌀 한톨(알) 흘리면 그 쌀이 썩어서 없어질 때까지 제석천왕-고대 인도에서 의식주를 풍족하게 하는 신-의 눈에서 눈물이 마르지 않는다.’ ‘쌀 한톨 소홀히 하여 흘리면 내생엔 농사짓는 농부집의 소로 태어나 삼년 동안 일해 주어야한다.’ 하는 말은 쌀의 귀중함으로 불교의 윤회사상과 보은하는 정신을 일깨운 것이다. 곧 ‘세상일은 정당한 대가를 치루어야 그만한 소득이 있다ꡑ는 인과 응보적인 도리를 덕목으로 삼은 말이다.
우리가 살기에는 여름 날씨는 덜 덥고, 겨울 날씨는 덜추워야 지내기가 좋다. 여름이 시원하면 벼이삭이 영글지않고 겨울이 따뜻하면 논밭의 벌레들이 죽지 않아 이듬해 농사에 병충해 피해가 많아 흉년이 든다. 그래서 농부들은 여름날씨가 시원하거나 겨울 날씨가 따뜻하면 근심에 싸인다. 더운 여름 날씨와 추운 겨울 날씨를 탓하지 않는다. 그 해의 벼농사가 흉작이면 다른 곡식농사가 잘되었더라도 흉년이 들었다고 말한다. “농가의 농사는 천하의 근본이 된다” 는 말은 벼농사를 두고 한 말이다. 이십사절기를 정한 것도 대부분 농사짓고 곡식 거두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 하겠다. 또 연중에 행해지는 동지, 입춘, 춘분, 삼짓날, 단오 한가위 등의 명절도 농사일과 깊은 관련이있다.
이렇듯이 쌀 문화 속에는 우리 고유의 풍속이 곁들여 있다. 만일 우리 농촌의 쌀 농사가 밀리면 국민의 기본경제가 흔들리는 것이며, 전승된 정신문화와 문화생활의 풍속도가 크게 달라져 도덕 윤리관이 달라지고 사회적 가치의혼란도 있을 것이다.

UR에 대처하는 우리 국민의 자세
작년 I2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UR문제를 협상하고 있을 무렵, 농민과 대학생, 재야단체 들이 십여 일 동안 강렬한 시위를 하여 쌀개방 문제를 크게 반대했다. 각 일간지 및 방송국 뉴스 시간마다 쌀 등 농축산물 개방문제에 대하여 크게 보도했다.
이 무렵(93년 12월)에 과다한 재배로 배추 등 채소류값이 크게 떨어져 어떤 생산지에서는 출하를 포기하고 채소밭을 갈아 엎어 버린 곳도 있었다. 농촌 여기 저기에서 벌어지는 이런 참담한 상황이 신문방송에 보도되자 서울등 대도시에서는 ꡐ우리 농산물을 살리자‘ , ’배추 무우 한두 포기씩 더 사 먹자’ , ‘농작물의 직배로 농민들에게 조금이라도 이익이 더 가게 하자’ 하는 등의 캠페인이 일어났다.
국민들의 관심은 온통 UR협상으로 인한 쌀개방과 농촌문제, 배추파동에 있었다. 이런 파동의 여파에 밀려 정부에서는 쌀개방 문제에 대해 대통령이 대 국민 사과 담화문을 발표하였고 정부 내각이 대폭 교체되었다. 이만하면 국민들의 인심이 크게 술렁거렸던 연중 큰 사건이었다.
그런 일이 있은 뒤 한 달 가량 지날 무렵부터 배추 등 갖가지 농산물 값이 갑자기 오르기 시작했다. 시민들의 원성이 높아지자 정부에서는 값이 진정되지 않으면 외국에서 수입하여 가격을 조절하겠다고 했다. 물건이 귀해지면 값이 오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지난 12월과 1월 같은 경우는 조금 다르다. 농부들 손에서 농산물이 거의 떠나갔을 무렵부터 값이 올랐다는 것이다.
어떤 이는 새로 입각한 경제기획원 장관의 ꡐ물가자유화조치ꡑ 발언의 영향이라고도 하지만 그것만은 아닌 것 같다. 중간상인 등의 사재기 농간으로 일어난 상황이었다. 언론과 많은 국민들이 한두 달 전에 그렇게 큰 파동이 일어났는데도 전체를 생각치 않고 자기들의 욕심만 채우려는 중간 상인들을 나무랬다.
정부에서 농산품을 수입하면 처음에는 사재기를 한 중간상인들이 손해를 보겠지만 그 다음은 농산품을 유통시킬 중개자가 없으니 농촌이 망할 것은 불보듯 뻔하다. 생각해 보면 중간 상인들만 나무랄 일은 아닌 것 같다.
과거의 농촌은 수익성만을 따져 농사를 짓지는 않았다.
우리 국민들의 주식이니 많은 면적에 벼를 심었고 부수적으로 필요한 농산물(콩, 채소. 감자, 고구마)을 필요한 만큼 심었다. 또 전라도 지방에는 논이 많아 벼농사를, 경상도 밭에는 보리가 잘되니 보리농사를, 강원도에는 감자, 옥수수, 약초를, 충청도에는 인삼, 채소등의 농사를 지었다. 기후와 토질에 따라 잘되는 농산물을 지역에 맞게 나누어지어 특색이 있고 구색이 맞았다. 땅이 박토여서 농사가 안되더라도 조상님 이 물려주신 땅은 놀릴 수 없다하여 빈 땅으로 두질 않았다.
현대는 그런 농사일을 수지가 맞지 않는다 하여 어리석은 사람, 현실적이지 못한 사람이라고 한다. 지금 각지방엔 농산물 품목이 정해져 있지 않고(과거에도 법으로 정하진 않았지만) 수익성이 좋고 그 지방토질에 맞으면 어떤 품목이라도 지으므로 각 지방에 특산물이 없어질 지경에 와 있다.
요즘은 농사짓는 일이 큰 단위로 높아져 투기성 사업으로 변해 가고 있다. 머리 잘 써서 농사 한 번만 잘 지으면 노(큰수익)가 나고 잘못 쓰면 빚더미 위에 올라앉는다고 한다. 무슨 농사를 짓든지 돈만 벌면 최고라는 식으로 변해 가고 있다. 경작의식이 바뀌는데 예전의 순수한 마음과 훈훈한 인심인들 어찌 그대로 있을수가 있겠는가?
농산물 사 먹는 도시인들의 의식도 살펴보자. 만일 외국 농산물이 우리 것보다 싼값에 판매된다고 가정할 때, 비싼 우리 것을 계속 사먹을 투철한 의식과 의지가 있겠는가 묻고 싶다. 과연 우리는 연말연초에 농산물 값을 크게 높인 중간 상인들의 이기적 욕심을 나무랄 수 있을 것인가? 수익성 따라 농사를 짓다보니 가장 안전한 사업인 농사일이 투기사업형으로 변해 가고 그 좋았던 농촌 인심도 변해서 나보다는 이웃을 먼저 생각했던 우리 단일민족
의 아름다운 풍속이 이기적으로 변하고 있다.
풍속이나 인심은 한 번 변하면 회복되기 어렵다. 그것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한 것을 막을 수 있는 묘책은 정부에서 특별한 농업정책을 세워 농촌을 지속적으로 육성하여 옛날의 농촌모습으로 돌아가게 하는 일이다. 그리고 우리 국민들도 농촌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 한다면 개인적이고 이기적인 욕심을 비우고 시야를 넓혀 나라 전체를 보는 시각을 가져서 농촌 문제를 좀더 심각하게 생각하고 함께 해결해 나가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
다. 「대법거 다라니경」에는 “부처님에게는 오직 모든 중생을 이롭게 하시며 중생의 눈(마음)을 맑게 하시며 온갖 정도에서 벗어난 일을 끊게 하는 일만 있다ꡑ는 말씀이 있고, 「열반경」에는 “만일 내가 여러 중생ꡑ들의 악한 마음(十惡 또는 이기적 욕심)을 깨뜨려 줄 수 있다면 내가 아비지옥에서 한량없는 겁 동안 큰 고통을 받게 되더라도 고통으로 생각하지 않으리라“고 쓰여 있다.
이기적인 욕심을 없애는 일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경의 말씀처럼 부처님의 마음을 생각하고 보살님 들의 원력바다를 마음에 새기고 생각하면 점차로 부처님 마음 같은 물이 들고 보살님 들의 원력바다에 들어갈 것이다. 부처님과 보살님 들의 중생제도 원력은 중생세계에 보이려고 하는 현상적 실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마음세계에 들어가면 자신과 사회가 모두 편안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