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막새
다음 게시물
승가의 얼과 멋 - 편집실
1994년 03월 145호
햇살 따스한 오후 식곤증에 쫓기어 툇마루에 나가 앉으면 떨릴 듯 푸른 하늘이 처마 끝에 수평으로 내려앉는다. 솔잎 사이에 이는 향긋한 풀 바람이라도 불어오면 그윽한 좌선의 법열을 느끼게 된다. 그러기에 옛 사람은 우리의 기와집 처마는 하늘(신)과 인간이 만나는 자리라고 하여 찬사를 아끼지 않았지 싶다.
처마 끝은 대들보에서 줄줄이 내려 온 서까래를 덮은 기와를 받쳐 주는 암막새와 수막새로 대미를 장식한다. 막새에서도 특히 수막새는 여러 가지 문양이 새겨져 아름다움을 더한다. 수막새는 중국의 전국시대부터 사용되었고, 우리나라는 고구려, 백제, 신라시대 때부터 폭넓게 쓰여 왔다. 고구려의 수막새 무늬는 4엽, 6엽, 8엽의 연화문이 많으며 꽃잎이 뾰죽하고 생경하다면 백제 양식은 꽃잎이 넓고 얇게 표현되어 소담한 멋을 보여 준다. 신라는 이 두 양식을 혼합하여 신라화된 연화문을 사용하였다.
이 시기 수막새 무늬는 주로 연화문運華文이 많았고. 그밖에도 귀면문鬼面文 인면문 人面文, 卍자 무늬와 무문無文의 수막새도 있다.
특히 통일 신라시대는 쌍조문雙鳥文, 사자문 獅子文 비천문飛天文 등의 여러 가지 양식으로 발전하여 다양하고 화려한 면모를 보여 준다. 이후 고려시대는 통일신라의 양식을 답습하나, 후기와 조선 시대는 대개 단순하고 퇴화된 연화문으로 변모하게 된다.
수막새의 무늬는 시대에 따라 변화되는 모습을 보여 주어 이들에 대한 연구는 건물터와 사찰의 창건과 존속 기간을 측정하는 데 결정적인 자료로 활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