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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에서 여성의 역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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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동봉 1994년 02월 144호
“자기 아내에게 만족하지 못하고 유녀遊女와 관계하거나 다른 사람의 아내와 관계함은 파멸의 시작이니라.”초기경전에 나오는 부처님 말씀이다. 대체로 한 가정의 파탄은 남편이나 아내가 바람을 피우는 데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아내보다는 남편의 외도율이 훨씬 높다고 하는 데에는 다른 의견이 없다. 그래서 부처님도 가정을 갖고 있는 부부 가운데, 특히 남편이 외도하는 것이 가정 파멸의 시작이라 한 것인지도 모른다.
가정은 신성한 공동체이다. 가정은 사회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이다. 그러기에 가정은 한 사회의 축소형이다. 부처님은 「싱갈로바다Singalovada」라는 경전에서 다음과 같이 아내에게 대할 것을 얘기하고 있다.
첫째, 아내에게 예의를 지켜라.
둘째, 아내를 모욕하지 말라.
셋째, 바람을 피워서는 안 된다.
넷째, 아내에게 권위를 주어라.
다섯째, 장식품을 주어라.
여섯째, 비록 부부이지만 사생활을 침범해서는 안 된다.
물론 아내에게 해야 할 남편의 의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내가 남편에게 해야 할 의무도 다양하다. 그것은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보편적인 것이기에 생략한다.
아내에게 예의를 지키라고 한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소홀하기 쉬운 게 에티켓이다. 눈만 뜨면 보고 집에만 들어오면 보는 것이 가족이니 아무래도 소홀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아내를 모욕하지 말라고 하는 것도 중요하다. 남자도 마찬가지지만 여성은 자존심이 무기라고 할 수 있다. 결혼하기 전에는 그토록 존중해 주던 여자의 자존심을 결혼한 뒤에는 사정없이 꺾어 버리는 게 보통 남자들의 경우이다.
“남자는 여자의 자존심을 세워 주는 것으로 행복을 느끼고, 여자는 남자의 자존심을 꺾는 것으로 기쁨을 느낀다.” 언젠가 내가 법회에서 한 얘기이다. 하지만 이것도 미혼 남녀일 경우에만 그런 것인가 보다.
코살라국 바사익왕의 왕비였던 말리부인이 왕녀를 낳았다. 아들을 기대했던 바사익왕은 실망을 금치 못했다. 마치 딸을 낳은 것이 아내 혼자만의 책임인 것처럼. 그 때 부처님은 바사익왕을 불러 조용히, 그러나 단호히 말씀하였다.
“왕이시여. 아이를 낳는 것은 아내 혼자만의 역할이 아니오. 아들이든 딸이든 자녀의 태어남에는 부부가 함께 할 책임과 의무가 있는 법이오. 또 가령 여자아이가 태어났다 하더라도 실망할 일이 아니오. 남자보다 훌륭한 사람들이 얼마든지 있소. 지혜가 있고 계율을 지키며 시어머니를 존경하고 남편에게도 충실하다오. 그녀가 낳은 아들은 국가를 가르치며 이끄는 경우가 얼마든지 있소.”
부처님은 얼핏 생각하기에는 남성 위주의 가르침을 편 것 같지만 부처님 개인은 남녀 평등을 부르짖은 페미니스트였다. 부처님이 여성에 대해 두 가지의 견해를 가졌던 것은 그 분의 성장 과정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부처님이 처음 대한 여성은 물론 그의 계모인 마하프라자파티였다. 어머니는 자식을 낳은 지 칠 일 만에 세상을 떠났기에 어머니의 얼굴에 어떻게 생겼는지 알 수 없었다. 나중에 성장해서야 어머니가 산후 조리를 잘못하여 세상을 하직했음을 깨달았다.
부처님은 여인이 아이를 낳는 고통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것인지를 미루어 알게 되었다. 왜 여인은 아이를 출산하는 고통을 느껴야 하는가. 왜, 여자는 아이를 기르는 힘든 일을 마다 않고 할 수 있는가. 부처님은 여러 가지 생각 끝에 그것이 바로 전생의 업과 연결됨을 알았다. 그리고 그것이 곧 여인 특유의 자비심의 발로임을 알았다.
그러한 아내를 두고 남편이 바람을 피운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자신을 위해 자신의 아이를 낳아 주고 그 아이를 길러 주는 아내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바람을 피우지 말라. 자기 아내를 두고 다른 여인을 넘보는 이는 가장으로서의 임무를 저버린 것이며 가정 파멸의 시작을 알리는 행위이니라.”
부처님은 또 말씀하신다.
“아내에게도 권위를 주라. 그리고 아내의 마음을 즐겁게 하라. 장식품은 여자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다.”그러나 무엇보다 소중한 말씀은 아무리 살을 섞고 사는 부부일망정 사생활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시가라월육방예경」에서는 부모가 자식을 어떻게 가르치고 자식이 부모에게 어떻게 가르치고 자식이 부모에게 어떻게 효도해야 하는지를 얘기하고 있다. 그것은 다음과 같다.
“첫째, 자식을 잘 제어하여 악을 행하는 것을 용서하지 말라. 둘째, 가르치고 일러주어 그 착함을 보여 주어라. 셋째, 그 사랑이 뼈 속까지 스미게 하라. 넷째, 자식을 위해 좋은 배필을 선택해 주라. 다섯째, 때를 따라 그 쓰임을 대어 주라.”
자식이 부모에게 효도함에도 다섯 가지가 있다.
“첫째, 봉양함에 있어서 모자람이 없게 하라. 둘째, 무릇 할 일이 있으면서 먼저 부모님께 아뢴 뒤에 실행하라. 셋째, 부모가 하는 일에 순종하여 거스름이 없게 하라. 넷째, 부모의 올바른 명령을 결코 어기지 말라. 다섯째, 부모가 이어온 바른 직업은 끊어지지 않게 하여야 한다.”
대체적으로 동양의 고전들은 자식이 부모에게 일방적으로 효도하는 것을 제일의 미덕으로 설하고 있으며 아내는 남편을 섬기고 따르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른바 삼강과 오륜이 그러한 예다. 하지만 불교의 근본 가르침은 부모에게 효도하는 것만큼 자식에게도 부모로서 의무를 다해야 하며, 남편에게 순종하는 것만큼 아내에게도 모든 책임과 의무, 예절을 잊지 말라고 가르친다.
부모와 자녀는 종적 사랑이지만 남편과 아내는 횡적 사랑이다. 그러므로 한 가정의 행복은 세로 사랑과 가로 사랑이 조화를 이룰 때 완전해지며 서로가 서로에게 책임과 의무를 다할 때 꽃피우는 것이다.
가정의 해를 맞아서만이 아니라 이러한 사랑이 가정에 있어서 꼭 필요하다고 하는 부처님의 말씀을 자주 생각했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