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미와 백미
이전 게시물
다음 게시물
죽비의 소리 - 진각
1995년 01월 155호
좋은 사람들과 그리운 사람들 그리고 만나고 싶던 사람들과 함께 장작불로 뜻뜻해진 사랑방에 둘러앉아 이러저러한 얘기로 깊은 겨울 밤을 보내고 싶은 계절이다. 매마른 나의 가슴을 풍만한 여유와 너그러움을 가진 주변 사람들로부터 적셔 보고 싶은 생각도 간절하다. 막 우려낸 녹차의 따스한 향기처럼 빈 가슴을 적당한 습기로 촉촉하게 적셔 주는 사람들에게 기대어 보고 싶기도 하다.
자기의 삶을 위해 바쁘게 살아가는 사림들 틈 속에서 뚜렷한 목적 의식을 갖고 그것을 가슴 속에 소중하게 간직하고 그 목적 의식에 수행인으로서 만족하고 있는 것일까.
우리는 조화속에 살아가고 있다. 자연의 섭리도 이 조화속에 이루어지고 있고, 나 개인도 정신과 몸이 조화롭게 균형이 이루어져야만 정신도 몸도 싱그러움을 간직할 수 있는 것이다. 세상 사람들이 서로 유기적인 관계에서 조화롭게 살아야 하고 우리가 순간 순간 마시는 공기와 인체의 칠 할을 차지하고 있는 수분도 건강한 조화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나의 믿음과 목적 의식에 대해 주변 사람들에게 또는 타인에게 강요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러나 잘 배우고 많이 가진 사람의 비뚤어진 생각 하나에 쌀 한 되 값을 걱정해야 하는 우리 이웃들은 단란한 문화를 포기해야 하며, 그 비뚤어진 무엇에 매진 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드는 데는 바른 생각을 심어 주고 싶다. 곧 나의 목적 의식을 강요하고 싶어진다 .
우리는 정신과 물질, 이 양극단에 너무 치우쳐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때에 얼마 전에 충청도 두메 산골에 사는 「해인」의 필자 선생님으로부터 현미 한 가마니를 선물 받았다. 농약과 비료를 사용하지 않은 유기농법으로 손수 일군 것이라 한다. 왜 우리 곁에서 현미가 사라지고 칠분도라 일컫는 백미가 밥상에 오르게 되었을까, 자신의 본연의 모습을 거의 잊어 버리고 겉만 화려하게 살아가는 백미보다는 비록 볼품은 별로 없지만 본연의 모습을 간직하고 살아가는 현미가 되어 신나는 종단, 신나는 사회가 되는데 일조하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