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성법(원로회의 사무처장)
일시 / 1994년 12월 7월
장소/해인사 퇴설당
* 몇 년 전 편찮으셔서 모두들 걱정했는데, 요즘 건강은 어떠신지요.
점심 바루 공양 한 때만 하는데, 속에 병이 없고 건강합니다.
밥도 먹지 않고 잠을 자지 않으니 빨리 죽을 줄 알았어요. 그래 사십까지만 살아도 원이 없겠다 했지요. 지금도 내가, 먹지 말아야 더 기운을 쓰고 공부를 잘 할 수 있다고 하면 스님과 우리는 체질이 틀리니 그렇게 말하지 말라고들 그러는데 그건 모르고 하는 소립니다. 먹지 않아도 우리 몸 자체에 우리를 도와 주는 생명소인 음양의 정기가 있습니다. 그걸 이용하면 먹지 않아도 됩니다. 그런데 미련하고 욕심이 있어 그것을 이용하지 못하는 겁니다. 이 운으로 사는 사람은 암이니 그런 병에 걸리지 않습니다.
* 스님께서 해인총림을 맡으신 지 일 년이 되었습니다. 별 어려운 점은 없으셨는지요.
예전부터 선원을 책임지고 있었기 때문에 방장이 되었다고 해서 큰 어려움이 있었다거나 달라진 점은 없습니다. 한가지, 내가 방장이 되자 마자 선방 대중들에게 오후 불식을 시키고 있는 것이 달리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선방 수좌들에게 스님의 정책은 매서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요즘도 그 전처럼 그렇게 엄하게 경책을 해시고 계십니까. 그리고 일 주일 동안의 용맹 정진은 해인사의 가풍인데 올해도 동참을 하실런지요.
요츰은 기력이 떨어져 예전 같지 않아요. 그간 용맹정진할 때는 한 시간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올해도 물론 동참해 수좌들을 격려할 생각입니다.
* 지난 한해는 우리 종단이 여느 때보다 일도 많았고 어려움 또한 많았던 해였습니다. 이제 개혁회의가 닿을 내리고 새로운 종단이 출범을 했습니다. 스님께선 원로회의 의장으로서 힘들었던 일도 많으셨으리라 생각되는데, 한해를 돌아보시면서 소감은 어떠신지요.
내가 개혁회의의 젊은 스님들에게 그랬습니다. 그 전의 잘하고 못한 것을 돌아보지 말고, 전에 잘못한 것을 등불 삼아 전 사람이나 새로 개혁하는 사람들이 서로 차별하지 말고 단결 화합해 종단을 발전시키는 것만 얘기했습니다. 그러나 마음대로 안 된 것이 있어 유감스러웠습니다. 너무 고집을 부리면 개혁이 제대로 안될 것 같아 보류해서 뒷날에 정한다라는 것을 기록부에 남겨 두고 양보했습니다.
* 종헌법에 대한 인준을 원로회의에서 거부했던 것을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정법안장에 대한 정통에 대해서 보조 국사를 삭제해야 하는데 반대하는 분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개혁의원들까지 타협이 안 되니까 개혁의 일이 안 되었어요. 종헌 전문과 일항, 이항까지 수정을 하려고 했는데 마음해로 안 되었습니다.
* 종조 문제에 대해선 학술회나 공청회가 열리는 등 의견이 분분한 것 같습니다. 스님의 견해를 이 기회에 다시 한번 밝혀 주시지요.
여러 차례 얘기하지만, 한국 불교의 백년대계와 정통을 살리려면 정통에 대한 수정이 있어야 합니다. 보조 국사는 정통법에서 볼 때 바깥 사람이지 집안 사람이 아닙니다.
비구계를 받은 일은 있어도 구족계를 받은 적이 없습니다. 본인도 법을 받았다는 말을 한적이 없고, 다른 사람이 그러한 사실을 내세운 증거도 없습니다.
나는 어디서나 늘 태고 보우 선사가 우리나라 정통 종조가 되어야 한다고 못을 박습니다. 국제적으로 외국 학자들이 한국 불교를 연구할 때 정통의 맥이 살아 있는지, 죽어 있는지부터 보게 되는데, 이어온 맥이 없으니 종조에 대한 종헌법이 엉망입니다.
글만 볼 줄 알면 누구라도 정법안장에 대한 정맥은 지적할 수 있으니 의심할 것도 없습니다. 보조국사가 어디에서 맥을 이어 왔느냐고 물으면 대답할 사람이 하나도 없습니다
* 저희들이 생각하기에, 원로회의에서 종정 스님 불신임을 결의해 서암스님을 물러나게 했던 일 또한 어려운 결단이셨으리라 생각이 듭니다. 서암스님과는 해인사에 같이 계시면서 수행을 하신 걸로 알고 있기에 더욱 그런 생각이 듭니다.
그 동안 그 일에 대해서는 원로들이 잘못한 것처럼 내버려 두자 그렇게 양보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요즈음 서암스님이 어느 잡지와 했던 인터뷰 기사를 보니, 지금까지도 종정 불신임이 이해가 안 된다고 말씀하고 있더군요. 그 분께 그런다고 해서 나 또한 지금와서 일일이 얘기하고 싶진 않습니다만, 어느 불교계 신문에서 조차 종정 불신임을 “하극상”까지 표현을 했더군요. 그래 이번 기회에 나도 한마디 해야겠습니다. 조계사 사태가 나서 서울로 올라가기 전에도 종정 스님과 상의하려고 봉암사엘 갔었는데, “이번 일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하고 물었더니, 종정이 되어 그런 곳엘 가느냐고 화를 냈습니다. 그래 원로들이 서울에 올라 간다는 보고를 하러 왔다고 하고는 바로 서울로 올라갔습니다. 그 뒤로 스님을 뵈려고 백방 노력했는데 행방이 묘연해 만나지 못했습니다. 나중에 전라도 끝 어디에 있다기에 거기까지 쫓아갔습니다만 문이 잠겨 있어 그냥 돌아왔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서의현에게 붙잡혀 있었던 모양입니다. 승려대회를 비법이라 하고, 서의현에게 묶여 이용을 당하고 있으니 종정을 불신임하지 않으면 서의현이를 내보낼 수도 없고 일이 해결되지 않아 그렇게 한 것인데. 지금 와서도 그렇게 말씀을 하니 밖에서 보면 참 부끄러운 일입니다.
* 그 간 어려움이 많으셨습니다. 이제 개혁 회의가 마무리되고 새 종단이 출범했습니다. 개혁회의의 성과가 많았지요.
전에 비하면 엄청나게 많이 달라졌습니다. 종헌법이 바로 고쳐지진 않았지만, 주지가 이중으로 감투를 쓰지 못하게 되어 있고 종회의원 해산권이 생겼습니다. 이 두 가지만으로도 엄청난 개혁이라고 볼 수 있어요 이런 것이 잘못되어 있었으니 늘 시끄러웠던 것이 아닙니까
* 그 간의 일을 쭉 지켜보셨는데, 우리 종단, 나아가서는 불교의 앞날이 희망적이라고 보시는지요.
개혁을 아무리 잘해 놓아도 사람 마음이 바르지 않으면 소용없습니다. 금방 고칠 수 있으니까요. 모든 것이 마음에 있습니다. 개인은 개인대로 그 마음이 들어 있어 망치는 것0|고, 집안은 식구가 망치는 것이고, 그 나라는 국민이 망치는 것이지 이유없이 남이 망치는 법이 없습니다.
개혁을 아무리 잘해 놓아도 사람의 마음일 바르지 않으면 소용없습니다. 금방 고칠 수 있으니까요 모든 것이 마음에 있습니다. 개인은 개인대로 그 마음이 들어 있어 망치는 것이고, 집안은 식구가 망치는 것이고, 그 나라는 국민이 망치는 것이지 이유없이 남이 망치는 법이 없습니다.
* 지난 번 종회 의원 선거에서 전국 사찰 중에 유일하게 해인사에서는 선거를 치르지 않았습니다. 현재의 선거 방식에 대해 다른 견해를 가지고 계신지요.
종회 의원 직선만 반대 한 것이 아닙니다. 총무원장 직선제 문제로 개혁회의와 원로 회의가 끝까지 양보하지 않았는데, 나중엔 원로회의에서도 통과시키자고 했지만 나 혼자 반대해 직선제를 관철시키지 않았습니다. 직선제를 해 버리면 집안이 난리가 납니다. 돈만 많이 들어가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서로 비방하고 원수가 되고 하니 종단이 망해 버립니다. 총무원장 직선제를 반대한 것처럼 종회 의원 직선 반대도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사회에서도 부정 부패로 선거를 치르면 낙선하는데, 부처님 법대로 해야지 왜 비법을 쓰느냐 말입니다. 그래, 해인사에서는 타협해서 지명제로 할 일이지 투표하지 마라, 그렇게 일렀습니다.
총무원에선 개혁에 앞장선 분이 왜 개혁 회의를 돕지 않느냐고 했지만, 나는 원로 회의의 장을 내 놓는 한이 있더라도 속인보다 못한 법을 쓰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 이제 말머리를 돌려, 후학들에게 발심이 될 만 한 말씀을 좀 해주시지요.
절이 좋고 부처님이 거룩하고 법복을 입은 스님네들이 살고 있더라도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사는 곳은 마구니 굴 속이고, 잘 알고 수행하는 사람이 사는 곳은 술도가나 도살장도 절입니다. 번뇌 망상을 쉰 사람이 사는 곳은 바로 부처님 도량이고. 그렇지 못한 사람이 사는 곳은 아무리 법당이나 절이 거룩하고 스님이 백만 명이 살고 있어도 속가집이라고 합니다. 어찌 참괴심도 없이 스님 노릇을 합니까. 반성해서 부끄러운 마음이 있어야지, 부끄러운 마음이 없으면 무슨 일이든지 성공하지 못합니다. 늘 이렇게 가르쳤습니다.
* 수행자가 아닌 일반 불자들은 어떻게 수행을 해야 할지 말씀해 주시지요.
승속이 상관없습니다. 도는 앉은 자리, 선 자리를 모두 따라다니기 때문입니다. 내 마음을 찾는 것이 도이니, 내 마음을 찾는 공부를 해야 합니다. 날마다 사람을 죽이더라도 공부를 하면 성인이 될 수 있지만, 아무리 착한 일을 해도 공부를 하지 않으면 성인은 되지 못합니다.
화두가 바로 우리 주인을 보는 거울이니까 화두를 들고 공부를 하면 됩니다. 알아듣지 못해도 그 말만 해야지, 착한 일을 해 복을 지어 천상에 가는 비법非法을 가르칠 바에는 비상을 먹여 죽여 버리라고 했습니다. 천상으로 가면 바로 지옥으로 가게 되어 있는데, 그 고통 받을 일을 무엇 때문에 가르칩니까. 하루를 도 닦다 죽더라도 그것만 가르치라는 것입니다.
* 스님의 수행에 대한 일화가 많습니다. 제가 스님을 처음 뵈었을 때도 잠을 전혀 주무시지 않고 솔잎을 물에 타 잡수시고 계셨는데, 두 철 동안 잠을 전혀 주무시지 않고 정진하신 적도 있으시지요.
육개월을 앉아보지도 않고 서서 밥을 먹고 점을 자지 않아도 끄떡 없었습니다. 백년을 자지 않아도 일이 없는 겁니다. 잠귀신이 자는 것이지 눈이 자는 것이 아닙니다. 잠귀신에게 항복 받으면 됩니다. 산에 가서 풀을 뜯어 먹고 물만 먹어도 나는 죽지 않습니다. 일체유심조, 마음입니다.
* 전생의 선근이 있어야 가능할 것 같습니다. 보통 사람으로선 가능한 일이겠습니까.
못한다는 마음을 가지니까 못하고, 죽는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으니까 죽는 것입니다. 죽더라도 이것만 하다가 죽어야겠다고 생각만 하면 다 됩니다. 옛말에 불구덩이를 피하는 사람은 죽고, 뛰어든 사람은 산다는 말이 있습니다. 다른 스님들에게도, 스님 노릇을 할 때에는 편한 것이 비상이니 편한 것을 찾지 말고 가난부터 배우고, 일부러 고생을 만들어 살라고 가르쳤습니다. 그래, 나는 죽을 곳만 찾아 다녔습니다.
귀신이 나오고, 호랑이가 나와 가지 못하겠다는 말만 나오면 내가 먼저 갔습니다. 누가 와서 칼로 찔러도 무서워하지 않고, “어디서 하던 버릇을 여기 와서 하느냐”고 눈으로 싸웠습니다.
* 평소에 독송하는 경전이 있으십니까.
신심명과 증도가를 독송합니다.
* 스님께서 들고 있는 화두가 무엇인지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습니다 .
조주무자趙州無字’ 화두를 들고 있는데, 나는 “개가 어찌 불성이 없다고 했는고” 하지 않고 “무자 화두를 들고 있는 이 물건이 무엇인고” 그렇게 공부를 했습니다. 무자화두를 하다보니 무자화두가 떠나질 않아 “무라고 하는 이 물건이 무엇인고” 그렇게 공부를 했습니다.
* 혼란한 현실 속에서 우리 불교가 할 역할은 무엇이겠습니니까.
종교의 근본은 이타주의입니다. 원수는 원수대로 해결히는 법은 없습니다. 원수라도 도와 주는 것이 종교의 근본 이치입니다.
* 끝으로, 새해를 맞아 불자들에게 좋은 말씀을 들려 주시기 바랍니다.
잘살고 못살고, 발전하고 실패하는 것이 네 탓이나 내 탓이 아니라 본래 마음 자리에 있으니 사견심을 물리치고 남을 돕고 참다운 나를 보아 행복의 노래를 불러 봅시다.
* 오랜 시간,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오래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정리 / 박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