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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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가의 얼과 멋 - 편집실
1995년 01월 155호
북풍한설 몰아치는 모진 겨울을 나려고 숲속의 나무들은 부피를 한껏 줄여 자신을 노출시킬 수 있는 최소한의 부분만 내놓고 있다.
앙상해진 나뭇가지들 사이로 털모자 두툼한 누비에 두 손을 찔러 넣고 깊은 사색에 빠진 듯한 수행자의 뒷모습이 풍진 세상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는 듯 우리를 숙연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 모습에서 어떤 이는 환희심이 난다고 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가슴이 저며 온다고도 한다.
우리 민족은 일찍부터 옷과 관을 반드시 갖추어 입던 예의민족이었다.
조선시대에는 왕을 비롯하여 서민에 이르기까지 계급에 따라 다양한 모자가 있었는데, 그에 관한 유물과 기록이 많이 전해지고 있다.
개화기에 일제 시대에는 서양의 의복이 전해지면서 실크 모자, 중절 모자, 맥고 모자, 파나마 모자와 같은 서양의 모자도 들어와 널리 애용되었다.
그러나 겨울에는 우리 수행자들에게 털모자만큼 널리 애용되는 것이 없다.
곱게 한올한올 정성들여 짠 털모자로 마음이 시린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난다.
추위에 자신을 최소화시켜 겨울을 나는 겨울나무처럼 우리 수행자들도 그렇게 겨울을 난다
보름 전 날과 그믐 날은 결제 대중이 삭발 목욕하는 날이다.
절집에서는 머리카락을 무명초라 한다.
보름동안 자란 무명초를 삭도로 말끔하게 잘라 내는 것이다.
망상을 많이 피우거나 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상기가 되어 머리에 열꽃이 핀다.
보름마다 자연스럽게 대중들로부터 공부 점검을 받게 되는 것이다.
공동체 속에서 자기를 점검하며 숙연한 모습으로 깊은 겨울밤처럼 사색을 숙성시켜 나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