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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와 공의 종교신학적 이해에 대한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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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강 - 최종석 1998년 12월 202호
최종석/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

전통적으로 타종교에 대한 기독교의 태도는 자신의 종교에 대한 절대성과 최고성을 주장하는 배타주의의 입장이다. 타종교에 대한 우월성을 바탕으로 한 기독교의 배타주의는 역사적으로 심각한 종교분쟁의 빌미가 되었다. 이러한 상황은 기독교에만 국한하는 것은 아니다. 오늘날까지도 세계의 여러 지역에서 종교들간의 배타적인 태도로 인한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배타주의로부터 발생하는 심각한 문제들을 간파한 독일의 기독교 신학자 칼 라너가 포괄주의적인 입장에서 서양이 더 이상 자신을 세계 문화의 중심지라고 생각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모든 종교는 다른 사람들의 모든 문화적 가능성과 실존처럼 세계 속에 존재하는 하나의 물음이며, 모든 인간을 위해 제공된 하나의 가능성이라고 말한 것은 바로 타종교에 대한 기독교의 배타주의적 태도의 극복을 의미하는 것이다.
포괄주의는 특정 종교가 최고의 진리를 가지고 있고, 다른 종교는 그 최종적 진리에 이르는 부분적 또한 과정적 진리를 가지고 있다는 입장이다. 대표적으로 힌두교, 불교와 같은 인도 계통의 종교가 취하는 태도가 여기에 속한다. 그러나 이 입장은 배타주의보다는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되지만, 자신의 종교를 최고의 위치에 두고 타종교를 열등한 것으로 보는 기본적 시각 때문에 타종교에 대한 올바른 이해는 처음부터 불가능한 것이었다.
배타주의와 포괄주의에 반대하여 존 힉과 폴 니터는 다원주의를 주창하였다. 다원주의는 모든 세계 종교가 자기 중심적인 종교관에서 벗어나 동반자의 입장에서 서로 이해하고 협력하여 종교 간의 갈등을 지양하고 평화를 추구해 나가는 종교관이다.
다원주의와 더불어 기독교 신학의 새로운 연구 분야로 종교 신학이 등장하였다. 종교 신학은, 인류의 역사 속에 존재해 왔고, 또 현재에도 존재하고 있는 세계 종교들이 기독교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인간 종교, 자연 종교, 이방 종교, 우상 종교가 아니라, 오히려 하느님의 구원 의지와 영적 현존의 다양한 형태로 이해하기 시작한, 새로운 발상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특히 불교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기독교와 불교의 접근과 대화를 모색하는 일단의 종교 신학자들의 적극적인 활동은 주목할 만하다.
그 일례로, 일본의 아베 마사오(阿部正雄)는 불교의 공空 개념과 기독교의 신神 개념을 새롭게 해석하였다. 그는 두 종교가 갖고 있는 기본적인 가정들을 철저하게 바꾸어 이해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떠오를 수 있도록 근본적인 자기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나아가 그는 두 종교가 그들의 궁극적인 형태에 이르기 위해서는 기독교는 반드시 동양적 차원을 수용해야 하고, 불교는 서양적 차원으로 발전시켜야 하는데, 이는 바로 대화를 통해 가능한 것이며, 이 대화는 두 종교 전통의 세계화와 보편화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한 존 콥John Cobb과 같은 신학자는 불교와 기독교가 서로 대화하는 차원을 넘어서 상호 변혁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하였다.
기독교 측에서 불교를 향해 ‘익명의 그리스도인’ 을 찾으려 했고, 그것으로써 대화의 실마리를 삼았다면, 이제는 반대로 불교 측에서도 기독교 안에 ‘익명의 불교도’ 를 찾아나서는 자기 개혁, 자기 확산의 용기가 필요한 때라고 생각된다. 이것은 불교적 포괄주의를 표방하는 것이 아니라 불교의 자기 모습의 변혁은 이러한 무모한 시도를 통해서 이루어질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