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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찬 불교 21세기 열어 갈 탁월한 선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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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리포트 - 편집실 1998년 11월 201호
이 달 12일에는 조계종 총무원장을 선출하는 선거가 있다. 앞으로 사 년 동안 조계종을 이끌어갈 최고 행정수반을 뽑는 행사인 탓에 교계가 온통 어수선하다. 후보간 상호 비난과 반박, 재반박이 이어지면서 과열 조짐마저 일고 있다.
스님들로 구성된 선거인단에 의해 선출되는 총무원장 선거이지만 그 선거바람은 세속의 선거를 뺨칠 만큼 거세다. 각 후보마다 많게는 두세 곳에 선거 캠프를 차려 놓고 선거대책본부를 발족시키는가 하면 상호 이익이 맞아떨어질 경우에는 이질적인 후보끼리의 연대도 예사로 이루어지고 있다. ‘적의 적은 동지’ 라는 세속적 논리가 그대로 적용디고 있고, 선거 승리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경향이 점차 노골화되는 추세다.
대선기획단을 연상하게 할 만큼 전문성을 가진 인재들이 각 캠프에서 머리를 싸매고 전략 짜내기에 골몰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과연 이 곳이 세속을 등진 산문山門의 선거현장인지가 의심스러워질 정도다. 종책개발과 함께 교계여론을 탐색하고 경쟁후보의 전략을 분석하면서 321명에 달하는 선거인단을 상대로 한 명 늘리기 경쟁은 대선이나 총선의 그것을 무색케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초반부터 등장한 이번 선거의 핫 이슈는 현 송월주 총무원장의 출마가 3선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법리적 해석을 둘러싼 대립니다. 현 총무원장의 출마가 3선에 해당할 경우 후보의 자격이 상실되는 중대한 일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현직 총무원장이라는 프리미엄으로 가장 유리한 입장에 서 있는 월주스님의 후보자격 여부는 이번 선거의 가장 큰 변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월주스님의 후보자격이 이너왼다면 다른 후보들은 힘겨운 경쟁이 불가피하게 될 것이고, 후보자격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각 후보들마다 충분히 승리를 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같은 판단에 따라 월주스님을 제외한 후보들은 월주스님의 출마가 종헌종법을 위반하는 것임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월주스님이 3선을 강행할 경우 종단에는 또다시 극도의 혼란이 불가피할 것임을 공공연히 내세우며 압박을 가하고 있다. 3선을 반대하는 측에서는 서의현 전 총무원장의 3선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일어났던 94년 종단개혁의 정신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월주스님의 3선 강행은 물리력을 동원해서라도 반드시 저지하겠다는 입장을 이미 천명한 바 있다.
그러나 월주스님 쪽은 다른 후보진영의 이 같은 주장을 부당한 음해라고 일축하고 있다. 80년 당시 월주스님은 신군부에 의해 총무원장직에서 강제로 사퇴당한 만큼 3선에 해당하지 않고, 또 94년에 제정 공포된 종헌을 소급적용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논리다.
양측의 이 같은 주장은 세속의 변호사들부터도 상반된 해석이 나올 만큼 첨예하게 대립되어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총무원장 선거에서 월주스님이 당선될 경우 종단은 총무원장 자격 여부를 둘러싼 법적 소송 등의 상당한 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까닭으로 자칫 선거가 제대로 치러지지 못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실제 ‘총무원장 3선 출마 반대를 위한 범불교도 연대회의’ 에서는 월주스님이 원장 출마를 강행할 경우 이 달 초 조계사에서 승려대회를 연상시키는 집회를 불사한다는 입장을 밝혀 놓고 있다. 중앙승가대학 학생회에서도 총무원장의 3선 출마는 명백한 종헌종법 위배임을 분명히 하고 실력저지도 불사한다는 입장을 천명해 놓고 있다.
3선 여부에 대한 분분한 대립을 불식시킬 기구로 종단내에 법규위원회라는 기관이 있지만, 법규위원 가운데 일부가 월주스님을 총무원장에 추대하는 위원회의 위원에 포함됨으로써 법규위원회의 유권해석조차도 어떤 결론이 나오든 정략적 판단이라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되고 말았다.
이번 선거의 또다른 이슈는 월주스님의 이끄는 현 총무원 집행부가 이룬 개혁성과에 대한 상반된 평가, 곧 ‘개혁성과 논쟁’ 이다. 월주스님 진영에서는 지난 사 년 동안 이뤄낸 성과가 지난 반세기 동안 조계종이 해 온 일보다 많다는 자화자찬을 하고 잇는 반면 월탄스님이나 지선, 설조스님들의 진영에서는 94년 종단개혁 뒤 들불처럼 타올랐던 개혁의 열기를 송두리째 날려버렸다는 혹평을 가하고 있다.
불자들은 이번 선거가 종단을 발전시키고 승가의 건전한 선거 풍토가 자리잡는 계기가 되길 원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양상은 천만 불자의 바람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총무원장을 선거로 뽑는 제도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는가 하면 ‘갖은 송사로 땅 팔아 먹으며 망조가 든 조계종이 앞으로는 선거판에 휩쓸려 망할 것’ 이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차츰 늘어가는 추세다. 더 이상 승단을 탈속한 집단으로 볼 수 없는 것이 아니냐는 원론적인 물음도 제기되고 있다.
부처님은「잡보장경」에서 지도자의 자격에 대해서 만인을 두루 보살펴야 하고, 저울처럼 친소를 평등히 해야 하며, 길과 같이 성현의 자취를 어기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해와 같이 온갖 일을 두루 비추고, 부모처럼 종도들을 사랑하고, 하늘처럼 일체를 덮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부처님은 또「사분율」에서 한 단체의 대표자를 선출하는 기준을 계 잘 지키고, 들은 것이 많으며, 규칙을 잘 이해하고, 싸움을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으며, 편애하지 않고, 성내지 않으며, 두려워하지 않고 어리석지 않은 사람이라고 명쾌히 제시하고 있다.
이번 총무원장 선거에는 모두 다섯 명의 후보가 거론되고 있다. 후보자 모두가 저마다 훌륭한 지도자의 자질을 갖춘 종단의 중진이자 지도자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들 후보자 가운데 가장 적합한 후보를 선택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특히 이번 선거에 참여하는 321명의 선거인들은 이미 부처님께서 제시하신 지도자와 대표자의 자격, 또 선출기준을 마음 속 깊이 새겨보아야 할 것이다.
선거인으로 선정된 스님들은 무엇보다도 자신이 속한 교구 대중의 신성한 권한을 위임받은 것임을 한시라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사찰주지직이나 금전상의 거래, 문중, 법맥, 학연, 지연을 과감히 떠나서 구종求宗하는 마음으로 투표에 임해야만 한다. 아울러 내가 한 바른 선택이 종단과 불교를 발전시키고 마침내 이 땅을 불국토로 가꾸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는 사명감과 자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선거에 엄정한 중립을 지키고 공명한 선거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할 중앙종무기관의 종무원들이 선거운동에 동원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오고, 상대진영을 음해, 비방하는 온갖 괴문서가 나돌면서 선거를 추악한 저질행사로 유도하려는 분위기가 시간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는 소식도 있다.
사회가 개혁되고 온갖 비리의 온상을 과감히 혁파하는 사정과 개혁이 서슬퍼렇게 진행되고 있는데도, 정작 사회를 변화시키고 맑히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종교계, 특히 불교계에서 이 같은 탈법적이고 세속적인 선거판이 재현되고 있는 것은 불교의 미래를 암담하게 하는 조짐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선거는 단순하게 종단행정의 수반을 뽑는다는 의미만을 가진 것은 아니다. 중단된 종단의 개혁 정신을 계승하고, 종단의 안정과 화합을 공고히 하며, 승단의 정체성을 확고히 해야 한다는 역사적 필연성을 지닌다. 선거인단은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 선거인단의 한 표 한 표가 애종심의 극명한 표현이 될 때 종단은 건강한 모습으로 새롭게 태어날 것이다.
부디 321명의 선거인단이 이해관계과 문중의식, 학연과 지연을 떠나 불교의 밝은 21세기를 보장할 바르고도 멋진 선택을 해 주기를 충심으로 기대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