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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응相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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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숲 - 무무생 1998년 11월 201호
배추밭에 장미 한 송이가 피었을 때 우리는 배추보다는 장미에게 눈맞춤을 합니다. 그러나 장미꽃밭에 배추 한 포기가 서 있을 때 배추는 미움의 대상입니다. 아름다움은 장미꽃에도 있고 배추도 있을 터인데 그저 우리 눈은 장미꽃에 취해 있습니다.
관념입니다. 속俗에 길들여진 눈입니다. 그대, 애락愛樂의 눈입니다. 그대들, 참마음을 잃어버린 망각의 눈입니다.
배추밭의 장미 한 송이 그것은 배추밭에서는 잡초일 뿐이며, 장미꽃 넝쿨 속 배추 한 포기 또한 잡풀입니다.
어울려 있는 삶의 모습이 아름다운 것이며 어울림이 그대로 생명입니다. 어울리지 못한 특출한 것은 저 스스로 지쳐 쓰러집니다.
한가을 벼가 익는 것은 봄, 여름 함께 풍상을 이겨 왔기 때문이며, 벼를 익히는 것은 뜨거운 태양볕에 있는 것이 아니라 벼가 서로 어깨를 부비며 나누는 정 때문입니다.
어깨를 부비는 정은 사랑이며 미움입니다. 옆사람이 세찬 바람에 힘이 겨워 쓰러질 때 그것 하나 이겨내지 못한다고 질책하면서도 쓰러지는 어깨에 내 어깨를 낮추어 받쳐 주는 것이 사랑이며, 험한 홍수에도 올곧게 홀로 서 있는 벼를 바라보며 “참 잘 났다”, “참 잘 났다” 질투와 미움이 앞서 가면서도 그것을 배워가는 것이 미움의 정입니다.
그러므로 사랑은 미움을 배워야 하고 미움은 사랑을 배워야 합니다. 사랑은 미움에서 싹트고 미움은 사랑에서 비롯되기 때문입니다.
미움을 미움에 머무르지 않고 미움을 부지런히 그대 마음의 뜨락으로 나르다 보면 그 곳에 사랑의 싹이 틉니다. 사랑을 사랑에 머무르지 않고 미움 하나 키워가다 보면 그 사랑 또한 거짓인 줄 알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대여,
사랑에도 머무르지 말고, 미움에도 머무르지 않는다면, 사랑과 미움에서 벗어나는 참 상응相應의 소식 있겠습니다. 가을 하늘 아래 서로 어울려 허리 묶여진 볏단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