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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불교환경교육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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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땅 좋은 벗 - 안혜령 1998년 11월 201호
“난생 처음” 겪었던 심란한 여름날이 시월 중반이 넘어가도록 물러서지 않더니, 어느날 문득 그 기승함이 눅어들고 바람 소슬해진 날, 계동 현대그룹 사옥 뒷편에 자리한 한국불교환경교육원을 찾았다.
건평만 65평, 대지가 100평은 좋이 넘을 한옥, 감나무와 대추나무가 실하게 섰고, 마당 한켠에는 푸성귀 가꾸는 텃밭도 자리를 잡았다. 전국귀농운동본부와 집을 갈라 쓰는 한편, 월간 정토, 정보자료실, 비디오사업부 들과 방을 나눠 쓰는데, 집도 담도 나즈막한 터에 ‘전국귀농운동본부’ 와 ‘한국불교환경교육원’ 이라는 명함 같은 이름표 하나씩을 대문 양쪽 기둥에 붙였으니, 모르는 사람은 그저 해묵은 살림집 정도로나 알고 지나칠 만하다.
한국불교환경교육원은 재가불자 모임인 ‘정토회’ 산하의 환경단체다. 정토회가 공식적으로 출범한 지 십 년. 그 때 정토회가 서원한 바, ‘맑은 마음, 좋은 벗, 깨끗한 땅’ 은 아직껏 유효한, 오히려 앞으로 더 절실할 화두이니, 불교환경교육원은 그 서원을 현실에 살려낼 실천적 수행의 한 장이겠다.
오늘날 환경 위기를 극복하는 대안으로 불교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자연 조건을 무시한 과학기술의 발달이 흔히 생태환경 파괴의 주범으로 지목되거니와, 그보다도 그것이 가능토록 했던 인간의 자만과 탐욕이 그 뿌리임을 본 것이다. 그렇다면, 그 뿌리를 뽑아버릴 일. 이에, 연기의 세계관을 이르시고 상생의 도리를 깨우치신 부처의 가르침에 새롭게 눈뜨는 이들이 세계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정토회 창립부터 열정적으로 일해온 유정길 사무국장은 환경문제란 ‘깨달음’ 의 문제라고 말한다.
“흔히 환경운동이라고 하면 뭘 보호하고 감시하고 지키는 운동이라고 생각하죠. 쓰레기 분리 수거를 잘 해야 되고, 오염을 잘 정화시켜야 되고. 그러니까 보존과 관리를 못하고 파괴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투쟁하는 거지요. 나는 아무 문제가 없고, 다 네 잘못이다 하는 입장이거든요. 그런데 이건 불교적 관점에서 보면 상당히 잘못된 관점이에요. 불교에서는 모든 게 다 연관되어 있잖습니까.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의 관계가 하나의 전체를 이루는 건데, 무언가가 오염되었다면 전체 균형이 파괴된 겁니다. 오염을 현상적으로 치유하는 방식도 중요하지만, 요염을 야기시킨 무수한 사회 구조와 인간의 정신상태, 이걸 바꾸는 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돌이켜 보자. 이 지구상에 넘쳐나는 갖가지 오염을 일으키는 데 나는 일조한 바가 없는가. 무수한 오염을 만들어내는 이 사회 시스템에 대해 나는 어떤 비판적이고 실제적인 언행을 취했던가. 오염을 일으키는 갖가지 생산물들을 나는 전혀 탐하지 않았는가. 저항은커녕 오염을 배출하는 생산자들에게 은근히 동조하고 방조해서 도리어 부추킨 면은 없었던가…. “내가 참회하는 데에서부터” 환경운동이 시작되어야 한다는 그의 말은 백 번 옳다.
‘깨달음’ 이란 부분은 불교환경교육원이 일반 환경단체와 뚜렷이 구별되는 대목이다. 경북 문경의 정토 수련원에서 실시하는 선불교적 환경 수련 교육은 별도로 하고라도, 여러 교육 프로그램 또한 궁극적으로는 이를 초점으로 마련되고 있다.
가장 큰일이랄 수 있는 것은 아직까지 허약한 환경운동의 철학적 이념과 논리적 근거를 세우는 일. 이를 위해 관련 분야의 전문가들과 긴밀한 연관을 갖고 서로 도움을 주고받고 잇으며, 이른바 서구의 생태주의 운동에 관한 논의라든가 유파와 갈래 등의 자료 또한 충실하고 다양하게 갖추고 있다. 이런 작업들을 바탕으로 이곳은 환경운동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와 논의가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두번째가 일반인을 상대로 한 환경 교육으로, 생태학교나 생명운동 아카데미를 해마다 봄, 가을에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생명학교를 부정기적으로 연다. 특히 생태학교 졸업생들의 모임인 ‘초록바람’ 은 환경기행, 산림 폐기물 매립지 정화, 유기농 농촌 활동, 캠페인 운동, 생활환경운동 같은 다양한 실천활동을 펴고 있다.
또 하나, “연대 하면 우리” 라고 자부할 만큼 두드러지는 것이 연대 활동이다. 95년부터 교육원이 주관하여 이루어지는 전국 환경 활동가 워크샵이 대표적인 것으로, 해마다 전국 각지의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모여 그 해의 주제와 논쟁거리를 가지고 문제 제기를 하고 토론을 벌인다. 나아가 주제를 가지고 각 지역 환경 단체를 찾아 나서는 일에도 다리품을 아끼지 않는다.
그뿐이 아니다. 일반 시민단체들과도 협력과 교류를 아끼지 않으며, 다양한 대안문화운동들, 생협운동이니 귀농운동, 에코페미니즘 같은 부문에까지 두루두루 관계를 맺고 있다. “손심부름하는 단체” 임을 자처하여 전문가와 일반인, 지역과 지역을 맺어 주고, 기독교와 카톨릭, 원불교 등의 다른 종교계와의 교류를 위해서도 열성을 다한다. 이렇듯 각계각층의 연대를 위해 힘을 쏟는 일 또한 깨달음, 곧 “환경 운동이 생명운동으로 확장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지기 위해서” 다.
그러나 정작 불교계 내부의 환경 운동은 그리 활발하지 못함을 스스로도 아쉬워 한다. 90년대 들어 불교인들이 주도하는 환경단체들이 몇몇 생겨나고, 95년부터는 교육원과 이들 단체들이 연합하여 ‘청정국토한마당’ 이라는 행사를 열고 있는데 주로 재가 신도들이 중심이다. 어쨌거나 중요한 일인 만큼, 절집으로 환경교육을 나가는 한편, 불교 내 환경 교육 조직을 만드는 작업을 꾸준히 하고 있다.
내용도 그러하거니와 물리적인 양으로도 엄청날 이 일들을 맡고 있는 실무 직원은 유정길 사무국장과 성수경 간사 단 두명 이다. 비상근 간사가 따로 둘 있다지만 어차피 일에 대한 책임은 상근 직원들의 몫일 터. 그 많은 일들을 단 두명이 너끈히 해낼 수 있는 것은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의 힘이 받쳐주고 있기 때문이다.
정토회 발족 때 세운 실천 방안 중의 하나가 ‘무보수 자원활동’ 이다. ‘정토 실현을 위한 보든 일이 곧 나의 일이므로 어떤 대가도 바라지 않고 흔쾌히 마음껏 활동한다’ 는 것이니, 유정길 사무국장은 자원봉사자들이 얼마나 ‘흔쾌히’, ‘마음껏’ 일할 수 있도록 하느냐가 시민단체의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이즈음 교육원을 드나드는 자원봉사자는 스무명 남짓. 각종 토론회 준비, 자료집 발간, 컴퓨터 작업 등 크고 작은 일들은 언제나 쌓여 있지만, 정 급할 때면 정토회에서 몰려와 들러붙기도 하니 일손 걱정은 없다.
눈여겨볼 만한 일은 ‘무보수 자원활동’ 의 원칙이 상근직원에게도 똑같이 해당된다는 것이다. 통상적인 개념의 월급은 아예 없고, 활동비란 것이 나오는데 그나마 사무국장의 경우 삼십만 원, 미혼의 간사에게는 이십만 원이 나오는 것이 전부다. 이토록 ‘가혹한’ 원칙을 세우도록 큰 목소리를 내었던 한 사람인 유정길 사무국장의 입장은 확고하다.
“환경 위기란 게 따지고 보면 너도 나도 잘먹고 잘살자고 하는 데서 비롯된 거 아닙니까. 자발적으로 가난을 선택하고, 그 속에서 정신적인 풍요를 추구하자. 우리가 주장하는 게 그런 겁니다. 그런데 우리가 주장은 그렇게 하면서 현실에서는 소비생활의 여러 가지 패턴들에 대해서 사사건건 작은 만족에 집중하게 된다면 그건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주장과 내용이 다르면 그 간격만큼 오래 버티지 못합니다.”
무소유란 소유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소유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것이라 했다. 그 개인적으로는 학생운동하던 시절부터 굳혔던 결심, 세상에 나아가 돈을 벌더라도 최저임금 이상을 소비하지 않겠다 했던 사회 정의에 대한 양심과 엄격한 자기 절제의 이상이, 치열한 고민 끝에 선택한 이 길에서 행복하게 실현되었다 할 수 있겠다. 다른 식구들도 그만한 믿음이 없으면 쉽사리 행할 수 없는 일일 터이다. 그러하다면, 이 집 방 한 칸을 차지하는 부엌에서 열 명 남짓 식구들이 텃밭의 푸성귀 뽑아 점심과 저녁 함께 해 먹는 원칙 확고한 공동체 생활이 예사로 보이지 않는다.
이 달에 상금이 이천만 원이나 되는, 교보생명문화재단에서 주는 환경문화상의 사회교육분야 본상을 받기로 결정이 되었다니, 이 곳 식구들의 공동 신념은 더욱 단단히 다져질 성싶다.
이토록 기운차게 뛰고 있는데, 앞날은? 조금은 희망을 가져도 되지 않을까.
“환경 운동에 전망은 없습니다. 암울하죠. 지구의 위기를 해결할 방법이 있느냐, 없는 게 정답입니다. 환경 운동에 일거리는 많아질 겁니다. 그렇다고 나아질까,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불교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환경문제를 빌미로 이젠 전세계인들이 한꺼번에 깨닫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거든요. 어찌 보면 환경은 방편이죠. 운동을 벌여나가는 과정들 속에서 개인의 깨달음을 얻어나가는 것이 우리 운동의 궁극적인 목표가 되지 않겠느냐 생각해요.”
깨달음이란 깨는 것이다. 성주괴공成住壞空을 거듭하는 우주 안에 놓인, 그물코처럼 엮인 나의 존재를 깨닫는다면, 환경 파괴, 우리 삶의 터전인 지구 파괴로 치닫고 있는 오늘날의 혼돈 속에서 개개인이 할 바가 명료해지고, 맑고 씩씩하게 보살행을 실천하는 한국불교환경교육원의 수행 정신이 새삼 갸륵하고 소중하다.

글/안혜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