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 큰스님이 열반하신지 5주기가 되었다. 이 5주기를 기념하기 위한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 5주기를 기념하기 위한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김호석의 ‘그날의 화엄’ 이란 그림전시회와 성철선사상연구원이 주관하는 ‘선 불교와 사리탑’ 세미나, 그리고 성철문도들이 일심으로 일구어 내는 사리탑 제막식이 그것이다. 이는 모두가 큰스님의 생애에 있어서 그 유훈과 깨침의 의미를 새롭게 느껴 보려는 믿음에서 비롯한다고 할 수 있다.
일찍이「선문정로」,「육조단경」,「신심명」,「중도가」,「고경」등 스님의 저서가 세인의 이목을 끌고 많은 사람들이 스님의 사상에 감응하고 있다.
스님은 선禪에서 돈오돈수를 주장하고, 교敎에서는 중도를 내세우고 있다. 어떻게 보면 돈오와 중도는 하나일 수 있기에 오매일여, 내외명철의 돈오불성은 중도묘용을 표방한 세계이기도 하다. 그러면 스님의 저서「백일법문」에서 중도사상의 특징을 살펴보고자 한다.
불교연구가 깊지 못하였을 때는 세계의 불교학자들도 중도사상中道思想이란 것이 인도사상의 하나의 발전과정이지 부처님이 독창적으로 새로 발견한 진리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불교 연구가 깊어짐에 따라 중도사상은 오직 부처님만이 발견하고 성립시킨 새 진리라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특히 일본의 우정백수와 인도의 바루아(B. M. Barua)의 공적이 가장 크다고 보겠다. 그럼 인도 사상에서 어떻게 그것을 증명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이다.
부처님 당시에까지의 인도사상을 크게 나누면 하나는 바라문사상이며, 다른 하나는 여기에 반대하여 일어난 일반사상, 곧 육파철학六派哲學이다. 이것을 불교에서는 육사외도六師外道라고도 한다. 인도의 정통사상인 바라문교에서는 전변설轉變說을 주장한다. 우주의 최초에 유일무이唯一無二한 근본적인 범梵 곧, 브라흐만을 인정하고 이것이 전변하여 순차적으로 잡다함이 생겨서 우주만물이 나왔다고 생각했다. 또 개개 물체 가운데 유일무이한 브라흐만이 내재되어 있다고 생각하여 그것을 아트만이라고 하였다. 이것은 일종의 내재신內在神사상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사상은 말하자면 범신梵神사상으로 유신적唯神的이다. 우리가 생사를 해탈하여 참으로 영원한 자유를 얻으려면 부정과 죄악에 물들여진 내재신으로서는 해탈할 수 없으므로 마음을 제어하는 명상을 발전시켰다. 육체적인 어떤 노력보다도 정신적인 수양을 하는 수련방법을 택했던 것이다. 스님은 이것을 수정주의修定主義라고 간파하셨다. 또 스님은 동, 서양을 통해서 중도와 같은 사상이 있느냐 없느냐는 것도 한번 검토해 볼 필요가 있음을 주목하였다. 먼저 유교의 중용中庸과 불교의 중도가 동일한 것이 아니냐고 흔히들 말하는데 스님께서는 전혀 틀리는 사상이라고 단언하셨다. 중용이란 공자의 손자인 자사子思의 저술이다. 그 책에서 희, 로, 애, 락이 나지 않는 것을 중中이라고 하고 희, 로, 애, 락이 나서 적당하게 사용된 것을 화和라고 말한다. 여기에서 인용한 ‘희, 로, 애, 락이 나지 않는 것이 중中이라 한다’ 하니 이것이 중도가 아니냐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중도란 양변을 여의는 동시에 양변에 완전히 융합하는 것이므로 중용과는 동일한 의미를 지닐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그럼 중도사상이란 다른 어떤 종교나 무슨 이론과도 타협할 수 없는 고립된 사상인가? 그렇지 않다. 기독교나 유교나 도교나 회교나 또는 어떤 철학이든지 간에 저마다 자기의 독특한 입장이 있으면 그 입장을 고집하여 타협할 줄 모른다. 그것은 편견에 집착해 있기 때문이다. 부처님의 중도사상을 알고보면 일체 만법이 불교 아닌 것이 하나도 없다. 중도사상을 모를 때는 유교는 유교, 불교는 불교, 무슨 철학은 무슨 철학, 유신론이든지 유물론이든지 저마다 다르다. 그러나 중도사상을 바로 알게 되면「금강경」에서 ‘일체 만법이 모두 불법이다’ 말씀하신 바와 같이 중도란 일체만법, 일체 모든 진리를 융합한 우주의 근본원리임을 인식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알고 보면 기독교도 우리 불교요, 유교, 도교도 우리 불교이다. 결국 불교를 바로 알려면 부처나 마구니를 함께 다 버려야 한다. 부처와 마구니가 서로 옳다고 싸우면 양변에 집착하기 때문에 불법을 모르는 사람이 되고 마는 것이다. 참으로 우리 불교를 바로 아는 사람이라면 부처와 마구니를 다 버려야 한다고 백일법문에 중도사상의 독창성을 주장하고 계시다.
이와같이 중도사상은 원칙적인 면에 있어서나 실천면에 있어서나 모순 상극된 상대적인 차별을 다 버리고 모든 것이 융합된 절대 원융자재한 대원리이다. 스님의 이와 같은 주장은 화엄이나 중론을 전공하는 사람들의 입장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른다. 성철스님은 선의 궁극적 돈오사상에 입각하여 교가의 현상을 투과하신 것이다.
그러므로 교의 중도묘용이 선의 돈오돈수이며 이것이 선문정로이다. 선문정로의 세계에 들어가면 견성즉불의 일여사상이 드러난다. 이와같이 참학하고 참선하는 세계가 여래중도라고 갈파하신다. 선의 입문으로 선문정로와 교의 이해로 백일법문임을 알고 있어야 중도일여를 깨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