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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불교교류 추진자세의 대전환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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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리포트 - 편집실 1998년 10월 200호
판문점을 통한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소떼몰이’ 방북으로 시작된 남북간 민간교류가 마침내 금강산 관광이라는 구체적인 결실로 다가왔다. 여러 가지 정치적 문제로 시기가 추석 이후로 다소 늦춰질 전망이긴 하지만 금강산을 관광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불과 일 년 전만 하더라도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이었다. 소떼 방북몰이와 금강산 관광의 가시화는 남북문제가 급박하게 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로 들 수 있다.
금강산이라는 지역에 한정이 되어 있기는 하지만 금강산 관광교류가 가지고 올 파장은 의외로 클 것으로 보인다. 금강산 관광은 남북한 간의 상호 적대감을 해소하고 신뢰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자리잡을 것이 분명하다. 물론 여기에는 정치적 차원의 남북관계 개선이 전제되지 않는 한 일정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아쉬움이 남아 있기는 하다.
그렇다면 이러한 남북간의 상황변화를 맞이하여 불교계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늘 그래왔던 것처럼 닥치고 난 뒤에 허겁지겁 서둘러 졸속으로 대처를 하는 우를 민족의 최대 과제이자 숙원인 남북통일 뒤에도 거듭할 것인가. 통일이 성큼 다가오고 있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게 된 현 시점에서 불교계의 남북교류를 대하는 자세에도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불교계는 남북간 종교교류에 관한한 다른 종교와 견주어 볼 때 어느만큼 부진을 면치 못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남북의 여러 종교 가운데 가장 풍부한 동질성을 유지하고 있고, 남북한 공히 민족문화의 근간이 되는 종교라는 유리한 입장에 있으면서도, 종교간 남북교류라는 또 하나의 경쟁의 장에서 불교는 다소 뒤쳐져 있음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어느 종교도 아직은 북한에서 확고한 기반을 마련하지는 못했다는 교류 관계자들의 지적을 감안하면 불교계는 여전히 남북한 종교교류와 문화교류에서 상당히 유리한 입장에 서있다고 볼 수 있다.
올해는 남북불교교류에 있어 매우 뜻깊은 해로 기록할 수 있을 것이다. 누가 북한을 방문했고, 어느 곳을 돌아보았으며, 그것이 남북 불교간 이해와 신뢰에 도움을 주었다는 식의 상투적 단계를 뛰어넘는 중요한 성과를 거둬들였기 때문이다.
평불협은 지난 3월 북한 당국과 금강산 문화유적 복원불사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냈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금강산 4대 사찰 가운데 하나인 신계사의 복원을 남쪽 불교계에서 추진하기로 북쪽과 합의를 한 것이다.
이 같은 합의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단순한 인적 교류에서 구체적인 교역차원으로 남북불교교류의 수준을 격상시킨 것은 굉장한 성과로 평가해도 지나침이 없다. 특히 이 합의는 조선불교도연맹 중앙위원회와의 합의가 아니라 북한의 금강산 개발권을 가지고 있는 북한 당국과의 합의라는 점에서 교류상대의 폭을 넓혔다는 상징적 의미도 담고 있다.
그러나 정작 현 시점에서 불교계가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은 교류나 교역이 아니라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교류교역에 치중하기보다는 불교계 내에서의, 더 나아가 국내에서의 통일에 대한 분위기 고양에 불교계가 주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말이다.
엄밀히 말한다면 교역과 교류는 종교계보다는 정부당국에서 맡아서 해야 할 몫이다. 정부간 대화가 단절되었거나 유연성 결여로 남북관계가 경색되었을 경우에야 정치적 부담이 덜한 종교계의 교류가 필요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한국정부가 역대 어느 정권보다도 남북관계에 있어서 유연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종교가 해야 할 몫은 우리 국민 사이에서 통일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계도하는 일일 것이라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불교계에도 과거의 일과성 또는 한건 식의 교류보다는 좀더 현실적이고 주도면밀한 교류의 추진이 요구디고 있다. 교류 가능한 부분부터 추진을 하되 북한의 사찰에 대한 본사 지정이나 주지 임명 등과 같은 상대의 감정을 악화시키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통일이 된 뒤에도 아주 조심스럽게 거론되어야 할 부분인 북한 소재 사찰에 대한 소유권이나 토지 문제, 통일 뒤에 포교비용 마련 문제 등은 통일 분위기가 성숙될 때까지는 당분간 공개 거론하는 것은 삼가해야 하는 사안임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오히려 이러한 민감한 문제보다는 북한 바로알기라든가, 북한의 문화를 이해하는 노력, 6․25 이후 세대, 곧 전후세대가 통일의 주역이 되고 있는 상황에 대한 인식의 변화, 반공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 통일을 목적의식으로 삼는 시대의 도래에 대한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인식의 전환, 금강국수공장에 이어 신계사 복원불사의 시작과 함께 본격적으로 시작될 남북 불교계간 물적․인적 교류의 확대방안에 대한 철저한 준비 등에 대한 면밀한 연구가 더 시급하다. 또 북한에 대한 최근 정보들을 불교계가 전문기구를 설립해서라도 수집․연구하고 장차 통일시대에 대비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고 할 수 있다.
내부적인 준비와 함께 불교계가 해야 할 일은 통일 뒤에 남북불교간에 이질화된 분야의 조속한 일치를 위한 준비작업니다. 분단 반세기 동안 크게 달라졌을 의식이나 종교적 정서 등을 면밀히 검토해 동질성을 가능한 빨리 회복시키는 대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이와 함께 곧 시작될 금강산 관광이 국내 관광지에서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유락성 관광이 아닌 성지순례의 개념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불자들이 앞장서 계도할 필요가 있다. 금강산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고 불교의 성지이자 민족의 성산이라는 것을 국민이 자연스럽게 인식할 수 있도록 불자들이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금강산 관광시에 반드시 실천해 보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사찰에 들를 때마다 불자로서 경건한 자세를 갖고 참배하며, 현장에서 예불과 독경, 예배 등의 종교적 실천을 보여줌으로써 금강산이 위락 공간으로 전락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관광객과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 관광개념을 성지순례 개념으로 전환시키는 몫은 어쩌면 순전히 우리 불자들의 몫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불교계가 이런 일만이라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다면 남북간 종교교류에서도 주도적 역할을 맡게 될 것임은 두말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남북불교교류가 단순히 간헐적인 인적교류에서 물적교류로 확대된 1998년은 금강산 관광의 임박이라는 주변상황의 변화가 아니더라도 불교계의 대북교류 자세에 일대 전환이 시급함을 알려 주는 해라고 할 수 있다. 사실상 활동이 없는 형식적 남북불교교류 창구를 갖고 있는 불교종단협의회나 불교계 대표종단인 조계종 총무원의 남북불교 교류를 대하는 자세는 그 동안 불교계를 실망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특히 조계종 총무원은 북한 조선불교도연맹으로부터조차 신뢰할 수 없는 집단으로 평가를 받는 등 북불교계와의 교류에 있어 최악의 행보를 거듭해 온 것이 사실이다. 조계종 총무원이 남북불교교류에서 퇴보를 거듭하는 동안 오히려 진각종이 북한 불교계와 활발한 접촉을 펼치고 나서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조계종 총무원은 평불협이 북한당국과 체결한 신계사 복원불사 추진 합의와 금강산 성지순례 사업 허가권을 놓고 이를 지원하기는커녕 평불협이 불교계를 대표할 수 있느냐는 등의 문제를 들먹이며 방해를 하는 듯한 인상마저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남북불교교류에 있어 그 동안 우리 불교계가 보여 온 좋지 못한 모습들은 불식되어야 마땅하다. 여기에는 어떠한 이론이 있을 수 없다. 평불협은 남북불교교류의 창구역을 맡아 교류추진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하고, 종단협의회나 조계종 총무원은 평불협이 이루어 놓은 교류합의를 추진, 이를 성사시키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남북간 불교교류가 또다시 잘못된 모습으로 치닫는다면 한국불교는 통일한국 이후에 제2 제3의 종교로서 전락하게 될지도 모른다.
민족종교로서의 불교의 위상은 전적으로 불교계에 달려 있다. 대승적 자세로 통일을 향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금강산 관강의 실현을 눈앞에 두고 있는 지금 불교계의 남북불교교류 자세가 혁신되어야 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지난 8월호 해인리포트의 “송파구청장과 성북구청장이 공식 취임장에서 성경책에 손을 얹고 선서….”는 송파구청장과 강북구청장의 오기였습니다. 이에 바로잡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