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철/음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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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 이백호 기념 - 김수철
1998년 10월 200호
「해인」은 산사에서 온다. 높은 산을 넘고 들을 지나 우리가 사는 마을에 와서 창문을 넘어 나를 바라본다. 일상의 다람쥐 쳇바퀴 같은 삶의 굴레 속에서 눈을 들어 문득 바라보는「해인」.
그 청아한 모습에 눈을 감고 귀 기울인다. 들린다. 나와 다른 세계에 사는 스님들의 고요한 삶의 음성이. 그 음성을 따라가면 보인다. 일상의 권태는 삶을 가슴으로 살지 않고 있다는 증거라는 것이. 뇌성벽력처럼 와 닿는 경책. 비로소 가슴이 열리고 삶이 감동의 물결로 다가온다.
삶이 깨달음의 열망으로 꼼지락거리는 그 때, 나의 예술혼은 무한히 확장된다.
시간의 저편을 넘어 그리고 공간의 저 광활함을 향하여 내가 그리는 선율은 끝없이 춤을 춘다. 손이 아니라 가슴으로 그리고 가슴으로 느끼며 가슴으로 호흡할 때 나는 우주가 되고 시간은 영원이 된다.
「해인」, 작은 책자가 영원을 바라보게 한다. 그리고 작은 돌 하나 여린 풀잎 하나에도 스며 있는 나의 숨결을 일깨워 준다. 그것은 어쩌면 사랑의 큰 바다에 이르는 작은 오솔길인지도 모르겠다.
나의 음악도「해인」도 오랫동안 사랑에 이르는 작은 오솔길로 남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