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연건강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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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땅 좋은 벗 - 안혜령
1999년 07월 209호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그 욕망을 이루기 위하여, 또는 이루지 못하여 애쓰는 중생들이 오죽 안타까웠으면 부처께서 ‘생로병사의 고’를 말씀하셨겠는가. 20세기 들어 그 오랜 염원이 비약적인 성취를 이루게 되니, 첨단 과학의 힘을 벌어 눈부시게 발전한 의료 기술의 덕택이다. 그러나 평균 수명이 걸어져 ‘장수’의 꿈은 이루었을지라도 ‘무병’은 요원한즉, 항생제와 첨단의료기기를 내세운 현대 의학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다양한 만성 퇴행성 질환과 갖가지 불치병들로 여전히 삶은 고해이다.
한국자연건강회는 “무병 사회의 건설”을 이루고자 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서울 종로 6가 충신시장 입구에 사무실을 두고 “자연건강법”을 실천하며 보급하고 있다. 자연건강법이란 평소에 마음가짐과 생활습관을 잘 다스려 병이 나지 않도록 하며, 병이 나면 스스로 고치는 건강법이다.
그러나 제 한 몸의 건강을 목표로 하지는 않는다. 이들의 ‘건강선언’에 따르면 “건강은 방편이요, 목적은 진리 추구에 있으므로 병약자를 도와 헌신 봉사”한다 했으니, 모든 사람이 함께 건강한 사회가 이들의 목적이며, 이를 위하여 무료 건강교실을 열고, 자연건강법을 알리기 위한 지도사 교육을 실시하는 등 “계몽” 활동을 펴고있다.
그 건강은 사람만이 누리는 것이라 보지 않아서, 자연의 질서 안에서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사람들이 건강한 만물과 함께 더불어 사는 것을 그들이 추구하는 진리라 여긴다.
한국자연건강회는 1970년에 이루어졌다. 이들의 자연건강법은 일본의 니시 의학에 그 바탕을 두고 있는데, 서의학이라고도 불리는 이 새로운 의학은 1927년에 일본의 니시 가즈오라는 이가 만들었다. 일제 시대에 직접 그에게서 배우거나 해방 이후 책을 읽어 가면서 그 이론을 공부하고 치료법을 실천하여 건강을 되찾은 사람들 중에 뜻이 맞는 이들이 모여 이 새로운 건강법을 널리 소개하자 하여 한국자연건강회를 이루었다.
초기에는 건강법 독보회라는 소모임을 만들어 서의학 관련 일본 서적을 함께 공부했으며, 현 회장과 부회장인 김홍국, 이영규 씨를 비롯히여 배성권, 기준성, 안현필, 한학륜, 정현모, 한준명 목사, 이명복 박사 같은 이들이 회원으로 활동했고, 지학순 주고가 잠시 고문을 맡기도 했다. 대체의학이나 자연의학 및 요법들에 관심 있는 많은 이들이 이 곳을 거쳐갔으니 , 현재 대체요법회장인 오홍근 씨나 뒤에 따로 민족생활학교를 차려 나간 장두석 씨도 이곳 회원이었다.
니시 가즈오라는 이는 본디 토목공학도로서 동경시에 지하철을 건설할 때 고가철도설을 물리치고 지하철을 주장하여 설계하고 동경 시청 기사로서 실제 작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오사카 지하철도의 기본 설계를 한 것도 그이며, 뒤에 메이지 대학 교수를 지냈다.
그는 몹시 병약하여 스무 살을 넘기지 못할 거라는 의사의 말을 듣고 스스로 건강법을 연구했는데, 독학으로 습득한 칠 개 국어로 세계의 의학서적 73,000여 권을 읽고 건강법 362가지를 연구하였으며, 이에 독자적인 견해를 덧붙여 서의학을 집대성하였는데, 공학도답게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논리를 갖추었다. 칠만 권이 넘는 그의 장서 가운데 만권쯤이 우리나라의 옛 의학서적이라고 하는데, 정확한 물증은 없다. 다만 그가 제시한 서의학 정신이나 치료요법 상당수가 우리 한의학과 일치하는 부분이 많은 것으로 보아 심증을 굳힐 뿐이다.
서의학의 근본 학설은 심장 탱크설로 이는 기존의 심장박동설을 뒤엎은 것이다. 그는 심장이 펌프 작용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혈액 순환은 심장의 펌프작용에 의해서가 아니라 모세혈관망의 표면 장력 작용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하였다. 따라서 심장을 펌프라고 생각하여 강심제를 투여하는 치료의학은 살인 행위라는 것이다.
이 밖에도 그는 기존 의학계에 충격을 던져 주는 이론들을 연구, 발표했는데, 혈압에 관하여 최저혈압 대 최고혈압의 비율이 7 대 11이 되는 것이 정상임을 수학으로 증명하였으며, 혈액 중의 일산화탄소의 증가가 암의 원인이라고 구명하였다. 또 1707년에 프랑스 사람이 발견하였으나 의학계의 관심을 전혀 끌지 못하던 글로뮤를 서의학에 적극 도입하여 활용하였다. 동맥에서 정맥으로 들어가는 일종의 지름길인 이 혈관을 잘 활용함으로써 건강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이다.
니시 가즈오는 현대의학을 무턱대고 거부하지는 않아서 외과나 정신과는 절대 필요하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외과적인 치료에서도 그는 뜻밖의 치료법을 제시하였으니, 예컨대 상당히 심한 상처라도 부상한 부분을 붕대로 감고 심장보다 높이 올려 진동시키면 그 상처가 낫는다는 것이다.
그는 현대 의료계에 대해 신문을 통해 공개 질의를 던지기도 했는데, 그 중 하나가 서의학에서는 감기에 걸리는 법이 없는데, 현대의학에서 감기에 대한 예방법과 치료법을 제시하라는 것이었다.
그가 보기에 현대의학은 “환자의 질병보다는 질병을 가진 환자에 대해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히포크라테스 정신을 잃어버렸으니, 첨단 기술로 무장한 거대한 의료산업과 사람을 온전한 주체로 보지 않고 신체 부위별로 분해시켜 버린 현대의학은 “과학의 복면을 쓴 미신의학”에 불과했다.
특히 그는 사람의 몸이 가진 스스로의 치유력을 중시하여 현대의학이 “자연양능력”을 무시하고 항생제와 첨단의료기기에 매달리며, 그 치료법이 육체적인 면에 한정되어 있음을 “나무만 보고 산 전체를 보지 못하는” 우매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서의학은 생체일자관을 주장하는 즉, 이는 사람의 몸이 하나의 유기체로서 우리 몸을 결코 각 신체별로 따로 떼어 볼 수 없으며, 나아가 몸과 마음이 둘이 아니어서 “마음먹은 대로의 심신”이 된다고 본다. 니시 가즈오가 서의학은 종교요 철학이요 의학이라 한 것은 이렇듯 의학을 단순히 몸 고치는 일로 선 긋고 보지 않고 마음을 다스리는 일로까지 본 점에 있을 터이다.
그러므로 서의학에서는 “증상 즉 요법”이 된다. 몸 어딘가에 이상이 있을 때 그것을 곧 질병이라 보는 현대의학과 달리, 우리 생체를 살리기 위한 자연양능의 작용에 의해 몸이 스스로 요법을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 병이란 병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인즉, 병이 ‘공’임을 깨달으면 병이 있을 수가 없는 것이 다. ‘1=0’이라는 비상식적인 등식은 이에서 비롯된다.
서의학에서는 생병과 건강을 유지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로 피부와 영양, 팔다리, 정신의 네 가지를 꼽는다. 피부는 만병의 거울이며, 발은 만병의 근본이고, 음식은 곧 명明이며, 정신의 작용으로 건강해지는가 하면 병이 들기도 하니, 이 네 가지가 원활하게 작용하여야 완전한 건강을 이룰 수 있다고 본다. 이것이 건강의 4대 법칙이다.
식생활은 건강에 가장 중요한 요소로서, 소식과 아침식사 폐지를 적극 강조한다. 사람의 몸은 생리적으로 태양이 머리 위에 쏘는 정오까지는 식사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한다. 배설 작용을 위해서다. 장 안에 쌓인 노폐물, 숙변을 몸 밖으로 “내는” 것이 건강을 위한 지름길인데, 노폐물을 잔뜩 쌓아놓고 또 먹으니까 병이 생기는 것인즉, 아침을 걸러야 한다는 것이다.
노폐물을 빼내 피를 청정하게 하는 일에 단식만큼 효과적인 방법이 없다. 피가 청정하면 또한 자연치유력도 강화되어 흔히 난치병 치료에 단식이 이용된다. 그런데 서의학에서 단식은 좀더 근본주의적인 정신을 보여 준다. 현대의학은 항생제를 남용함으로써 사람의 몸을 “누더기”로 만들 뿐만이 아니라 몸 안의 세균까지 살상하고 있으니, 이는 공존공영의 정신이 아니라 “방해자는 죽인다”는 차별 사상의 의학, 살상의학이라는 것이다.
의학에서뿐이겠는가. 논밭에 농약을 뿌려대는 일도, 오염된 식품을 제 3세계에 보내는 선진국의 행태도 따지고 보면 다 더불어 삶의 정신을 잊은 무지와 무자비함의 소치가 아니겠는가.
그런데 양껏 먹고 그 찌꺼기를 빼려고 단식을 하고 다시 먹는다면 무슨 소용이랴. 음식물에도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으니, 평소에 소식함이 그래서 중요한 일이다. 덜 먹는다는 것은 더 나누어 먹는다는 속뜻을 품고 있으니, 제 몸의 건강을 위해서, 만물에 평화로운 사회를 위해서 “먹지 않는 즐거움”을 누리고자 한다.
먹고 싶지 않을 때에는 먹지 않으며, 참을 수 없이 먹고 싶을 때도 먹지 않는다. 지쳤을 때도 먹지 않으며, 다쳤을 때도 먹지 않고, 병났을 때도 먹지 않는다. 없으면 먹지 않고, 있어도 먹지 않으니, 곧 “칠불식”이다. 단식과 소식은 몸의 노폐물을 빼는 동시에 마음의 숙변조차 버리는 일이기도 한 것이다.
소식을 하되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할까. 무엇보다 육류 중심인 “미국식 식탁”을 버리고 지연식 위주의 “밥상이 곧 약상”이 되도록 하기를 권한다. 채소류와 어육, 해초류, 과일을 3대 3대 3대 1의 비율로 취하되, 채소는 되도록 날 것을 먹도록 하며, 과일은 특별히 강조하지 않는다. 자연식이란 그 지방에서 생산되는 제철 식품으로 완전식을 이른다. 인스턴트 식품과 화학 처리된 식품은 배제하며 “삼백”이라 일컬어지는 흰쌀, 흰설탕, 흰조미료는 일체 사절한다. 따라서 정제되지 않은 현미나 잡곡밥, 조리되지 않은 생야채를 먹으며, 생수를 마시도록 한다.
또 기본 건강법으로 보건 요양의 6대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평상, 딱딱하고 펑펑한 자리에서 잠을 자며, 둥글고 딱딱한 베개, 곧 경침을 베고 자도록 한다. 또 물고기가 헤엄치는 모양의 붕어운동, 팔다리를 들고 가볍게 떠는 모관운동, 개구리 모양의 합장합척 운동, 등과 배를 함께 움직이는 등배운동을 날마다 실천하기를 권하고 있다.
전문의학적 소양이 없는 일반인들로서는 심장박동설이니 글로뮤니 하는 의학 이론의 옳고 그름은 따지지 못하겠으나, 한 가지, 서의학이 동양 전통사상이나 그에 기초한 전통의학과 일맥상통함은 확실해 보인다.
그것은 이종찬 아주대학교 의과대학교수가 말했듯 곧 “생명에 대한 주체적인 자기 배려”이다. 거대한 의료산업과 병원 왕국 속에서 환자들이 소외를 느끼는 것은 그들이 생명에 대한 생태적인 사유를 억압하기 때문이라는 그의 이론은, 결국 서의학의 생체일자관이나 자기양능력의 중요함을 새삼 일깨워 주는 말이다.
서의학은 서구에도 비교적 널리 알려져서 개인적으로 건강법을 실천하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일본에는 도쿄, 나고야, 오시카, 교토, 히로시마 등에 서의학 전문 병원이 있으며, 일본 니시회가 있어 서의학을 일본인들에게 보급시키며, 의사들 가운데에도 서의학을 바탕으로 찬 의료 활동을 벌이는 이들이 꽤 있다. 그러나 기존 의학계로부터의 견제도 있는 탓에 서로 “모르는 척” 하는 사이라 한다.
이런 사정은 한국이라고 나을 것이 없다. 그나마 일본에는 수많은 개인 회원들이 힘이 되고 있는 데 반해, 우리나라에서는 건강법 자체도 제대로, 널리 알려지지 않은 형편이다. 한방의료를 실시하는 국내의 몇몇 대학병원들에서 자연건강법의 이론에 따른 약제를 팔거나 붕어운동 따위를 돕는 운동 기기를 활용하고 있기는 하나, 이런 식의 현대의학과 “손잡기”는 자연건강회로서는 서의학의 “격을 낮추는” 일이라 볼 뿐이다.
서의학이 제대로 대접받으려면 무엇보다 널리 알려져서 그 간편함과 뛰어난 효능을 많은 이들이 체험하는 수밖에 없을 터이다. 별도로 ‘백수회’를 이끌고 있는 한학륜 씨는 6대 법칙이라도 널리 보급된다면 현재의 질병을 절반은 줄일 수 있겠다고 하나, 일 년 회비 삼반 원과 회원들 대상의 약제 따위의 판매 수익금이 전부인 재정으로는 난감한 일이다.
건강법 계몽과 보급 활동 말고도 할 일은 많다. 현대 사회에서 제 몸 제가 돌보는 데에 한계가 있음은 얼마전의 벨기에 산 돼지고기의 다이옥신 파동으로도 익히 증명된 바이다. 건강은 이제 개인의 책임을 떠나 사회 전체의 건강성과 직결된 문제이니만큼, 지연건강회의 ‘건강선언’에서 밝히고 있듯 “인류의 건강을 침해하는 질병과 공해를 일소”하는 일에도 나설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 한 예로, 니시 가즈오가 이미 시도했듯이, 자연농이나 유기농과의 연결을 꾀해 서로 힘을 키울 수도 있겠다.
“무병장수”로 가는 길이 쉬울 리 없으니, 우선은 마음부터 가라앉혀야 할 듯 싶다. ‘보왕심매론’에 이르기를 “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 마라” 하지 않는가. “병고로써 양약을 삼”는 마음이라면 무엇이 걱정이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