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년 전쯤 경북 영주와 안동 사이의 국도에서 교통사고로 갈비뼈가 열두개나 부러지는 심한 고통을 당하였다. 처음 이십 일 동안은 의식을 찾지 못하는 무의식 상태가 계속되었다. 곧, 그 이십 일 동안은 죽어 있었다.
그러다가 차츰 회복외 되면서 불교에 귀의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몸이 조금 회복된 상태에서 병을 고쳐야겠다는 욕심으로 영주에서 남해 금산 보리암으로 기도를 다니기 시작하였다. 그 뒤 부산에 있는 관음사에서 보살계를 받고 정식으로 불교에 입문하였다. 그리고 일 년 동안 불교대구교육원 초급 신행반, 중급 교리반, 고급 교화반을 다니면서 부처님 가르침을 차근차근하게 배웠다.
그 무렵 시간이 넉넉하여 서예나 배워 볼까 싶어 집에서 가까운 서예학원에 다녔다. 그러던 중에 학원에서 만난 한 보살님이 해인사 백련암에 첫째, 셋째주 주말에 가서 삼천 배를 하면 성철 큰스님을 뵐 수 있고 법명도 받을 수 있다고 일러 주었다.
큰스님이 열반에 드신 바로 그 해 1월에 그 보살님을 따라서 백련암으로 삼천 배를 하러 갔다.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서 삼천 배를 하는데 무척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열다섯 시간 만에야 겨우 삼천 배를 다 채웠다. 말하자면 정신력으로 삼천 배를 힘들게 힘들게 해낸 것이다.
그러고는 성철 큰스님으로부터 백영白英이라는 법명과 원상 화두를 받았다. 집사람은 그 해 7월에 삼천 배를 하고 영은화永恩華라는 법명을 큰스님에게서 받았다.
내 법명 백영은 “내 자신이 꽃이 아니고 희고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뿌리” 로, 집사람 법명인 영은화는 “영원히 언제까진 은혜를 베푸는 보살” 로 살라는 뜻이 담겨 있다. 집사람과 나는 그 뜻을 잊어버리지 않고 살려고 애쓰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생각해 볼 때, 교통사고가 우연히 난 것이 아니고 전생에 불법佛法과 꽤 인연이 깊었는데 금생今生에 와서 불교에 관심이 없으니까 교통사고라는 엄청난 고통을 가져다 주어 불교에 귀의하도록 한 것이 아닌가 싶다. 천수경에 나오는 백천만겁百千萬劫 난조우難遭遇가 실감이 나게 다가온다.
이러한 상황을 생각해 볼 때 절대 내가 불행하다거나 운이 참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불교를 만났다는 것은 여간한 행운이 아닐 수 없으며 또 그러한 사고가 나지 않았다면 일생동안 부처님의 가르침(佛法)을 모르고 지나갈 수도 있었을테니까 말이다. 백천만 겁을 지나도 만나기 어려운 부처님법을 그래도 이 생에 다시 만났으니 이보다 더한 행운이 어디에 있겠는가.
지금은 몸이 거의 회복이 되어 불편하거나 아픈 데가 전혀 없고 언어 장애 증상만 조금 남아 있는 상태이다.
요즈음은 하루 일과를 정해 놓고 실천하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대참회문” 을 읽으면서 백팔 배를 한다. 그리고 아침에 출근을 하면서 “대불정능엄신주” 와 “회향계, 발원문” 을 염송한다. 그리고 시간이 날 때나 또 목욕탕에 갈 때 광명진언 “옴 아모가 바이로차 마하무드라 마니파드마즈바라 프라바릍 타야 훔” 을 백팔 번 진언하면서 냉탕 온탕을 번갈아 왔다갔다 한다. 특별하게 따로 시간을 내지 않더라도 일상생활 속에서 살아있는 생활 종교로 실천하려고 한다.
종교는 육신의 세계가 아니고 완전히 정신의 세계를 말한다. 정신의 세계는 예컨대 학문이나 예술의 세계도 여기에 포함된다. 따지고 보면 정신을 떠나서 어떤 것도 이루어질 수가 없다. 그렇다면 이 세상에 모든 일은 다 종교적 색채를 가지고 있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정신의 세계를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것에 의존하려고 한다. 예컨대 신에게 의존한다든지 또는 하느님에게 또 다른 성인분들에게 의존하려고 한다.
이것 모두는 성철 큰스님의 가르침 “자기를 바로 봅시다” 라는 이야기를 바로 알아듣지를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자기 자신이 큰 보배를 가지고 있더라도 그것이 보배인 줄을 모르고 있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고 말씀하신다.
그것은 생각해 보면 확실하다. 사실은 ‘자기 자신만큼 중요한 것’ 이 어디 있겠는가. 그 자기 자신이 무엇인가 하면 “자기 자신의 마음(心)” 이니까 말이다. 그것을 잘 모르고 있으니까 어떤 면에서는 무식하기 짝이 없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나는 앉은 자리, 선 자리가 바로 극락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죽어서 극락을 간다고 하는 것은 사람들에게 불교를 알게 하기위한 하나의 방편이라고 생각한다. 불교를 바로 알면 얼마든지 그렇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대학원 교육까지 받았고, 이 사회에서는 그런대로 지식으로는 중, 상류층에 속한다 하겠다. 그리고 직업도 사회의 중견 직업인을 양성하는 전문대학에서 십 년쯤 근무하였다.
지금까지 내가 겪었던 일들을 이처럼 꾸밈없이 이야기하는 까닭은 나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과 또 종교가 무엇인지에 관심이 많은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 깊기 때문이다. 올바른 종교관을 가지고 자신의 삶을 더 넓고 풍성하게 이끌어나갈 수 있었으면 하고 바랄 뿐이다.
이 땅에 불교를 활짝 꽃 피우는 데 작은 기여라도 하고 싶다. 그 길은 다름이 아니라 내가 불교를 통해 나의 몸이 완전히 회복되어 “불교를 알고 확실히 믿고 깨우치게 되면 이렇게 될 수 있다”는 것을 나 자신이 보여 주고 싶은 마음이다. 근본적으로 우리는 건강한 삶을 살아 가기 위해서 육신 곧 신체의 건강을 위해서는 좋은 물을 먹고 맑은 공기를 마셔야 하는 것처럼 마음의 건강을 위해서는 불법을 바로 알아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