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네 해 전, 어머니의 죽음을 겪으며 극도의 상실감 속에서 내 스스로 잡은 화두는 ‘곶감대’ 였다.
먹을 것이 별로 없던 어린 시절 훌륭한 간식이었던 곶감을 하나씩 빼먹던 옛 기억이 머리를 스치면서 개인의 삶과 죽음뿐만 아니라 사회 국가적 차원의 수많은 문제(곶감)을 일거에 꿰뚫을 수 있는 핵심(곶감대)은 무엇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어머니는 불심이 대단하셨던 분이다. 삼십여 년 전, 아우라지강과 어라연 계곡으로 유명한 강원도 영월땅의 겨울은 지금보다도 더 추웠다.
어머니는 살갗 에이는 한겨울 새벽에도 얼음장 같은 계곡물에서 목욕재개를 한 뒤 예불을 드렸고, 일단 절을 했다 하면 무릎이 성치 않을 정도로 열심이셨다.
한번은 어머니가 다니던 절에 불상을 모시게 되었는데, 느릿느릿한 기차를 타고 서울까지 가서 직접 불상을 사 등에 짊어지고 다시 영월 집까지 와서는 그대로 산길을 오르셨다. 결국, 절에 도착하기까지의 오륙백 리 길을 단 한 번도 불상을 등에서 내려놓지 않는 대단한 정성이셨다.
학창시절 내가 전국빙상대회에 출전하게 되었는데 그 전날 꼭두새벽에 세상 모르게 자고 있는 나를 어머니께서 깨우셨다. 어머니는 갖은 음식을 차린 밥상을 머리에 이고 한손으론 나를 붙잡고 살갗을 에는 듯한 겨울 새벽길을 헤치며 영월 동강으로 나가셨다. 장독대에 정한수 떠 놓고 천지신명과 부처님께 기원하듯이 빙상경기니까 강에다 빌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동강가에 밥상을 내려 놓고 나를 곁에 앉히시고 기원을 올리셨다. 그 덕분인지 어쨌든 나는 그 대회에서 금메달을 땄다.
어머니의 지극정성을 남들이야 기복신앙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이런 어머니의 한결같은 정성은 어머니가 내게 남겨 주신 최대의 유산(보시)이었으며 지금까지 나의 수행에 가장 큰 밑거름이 되었다.
흰 종이에 점을 하나 찍고 원을 그리면 처음 찍은 시작점과 만난다. 윤회 운운하는 다양한 말의 핵심은 시작점, 곧 우주의 출발점을 찾는 것이다. 내가 요가와 동양학을 수행과 건강의 방편으로 삼아 몸과 마음을 갈고 닦는 가잘 큰 까닭은 내가 왔던 ‘시작점’ 으로 잘 돌아가기 위해서이다. 다시 말해 자신의 진성-불성, 신성-을 회복하고 내 삶의 중심에 우뚝 서기 위해서이다.
그러기 위해 가장 중요했던 것은 어떤 난관에도 흔들림이 없는 한결같은 태도를 견지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바탕을 건강이라고 보았다. 내가 건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까닭은 특히 구도자들의 수행과 수도에 건강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요즘 간혹 내 책을 보고 찾아오는 여러 계층의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물어 보는 것은 “깨달음, 도 ,해탈, 극락이나 천당이란?” 그리고 어떻게 다른 사람의 병을 알아내는지 따위이다. 이에 대한 나의 대답은 늘 같다.
“내 몸과 마음이 건강하면 다른 사람의 몸과 마음이 보입니다. 단지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은 마음으로 열심히 살려고 할 뿐입니다.”
이런 삶의 태도는 몇 년 전 극도로 어려웠던 상황 속에서도 히말라야를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에서의 수행 및 순례를 통해 더욱 단련되었다. 또한 귀국 뒤 홍익요가연구원에서 새벽부터 밤까지 개인 수련과 명상, 수련 지도, 외부 강의, 각종 상담 및 건강 특강 등 쉼없는 일정 속에서도 줄기차게 이어졌다.
그것에 힘입어 그나마 책을 몇 권 내고, 어느 누구의 도움이나 보시 없이 수련원 터라도 마련하게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내가 평상시 연구원의 제자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첫째, 기氣 운운하며 건강과 수행을 추상적으로 몰아가지 말 것. 둘째, 일반수련생들에게 사적인 대접을 받지 말 것. 셋째, 수련을 기술이나 기법으로 가르치지 말고 정확한 원리와 정성스런 마음으로 지도할 것 등이다. 이런 원칙으로 국내 유일의 외국인반, 임산부 전문반, 태극 어린이 요가반을 운영하여 사실상 오늘날 한국 요가계의 정통 수련원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이 세상에 공짜가 없듯이 피, 눈물, 땀을 흘리지 않고서는 단 한 치도 전진할 수 없음은 우주의 절대적 법칙이다.
특히 정신세계에서는 목표가 너무 높거나 추상적이면 오히려 실패할 확률이 높고 그릇된 무리의 노예가 되기도 하는 것을 주변에서 수없이 보아 왔다. 수행도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해야지 뜬구름 잡는 식으로는 안 된다. 모든 수행은 수도를 향해 가는 과정이다. 진정 부처가 되는 가장 빠른 길은 먼저 올바른 사람이 되는 것이다. 사람다운 사람을 만나기 어려운 요즘 세상이 아니던가!
요가 경전에서 내가 좋아하는 구절이 있다.
“신神보다 사람을 더 잘 모셔라. 사람보다 더 높은 것은 없다.”
이 말은 곧 우리 민족의 홍익인간 정신이기도 하며, 마지막 한 사람까지 구제하겠다는 지장보살의 마음이요 진정한 보살행의 의미 아닐까.
종교가 무엇인지 나는 지금도 잘 모르지만 나의 개인적인 관심은 오로지 윤회의 한가운데 서서 윤회를 극복하는 데 있다.
나의 모든 삶이 순간이므로
오직 한순간을 천 년처럼 사는 것이
나의 미래이자 행복이다.
남의 건강 걱정말고
내 건강부터 지키세
남의 종교 탓하기 전에
내 신앙 점검하세
남의 수행방법 간섭 말고
나의 수행 들여다보세
아름다운 수련修練의 향기
올바른 수도修道의 길
간다 간다 나는 간다
나의 본성과 우주의 출발점을 향하여
너와 나의 경계 없는
사랑과 화합의 세계로
우리 모두 함께 가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