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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픈 첫 농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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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적암 이야기 - 법장 1999년 07월 209호
토마토가 열리고 있다. 이 곳으로 들어와 처음 지은 농사의 열매가 맺는 것이다. 아직 결실을 성급하게 말할 수 없지만 열매는 주렁주렁 매달렸다라는 말의 뜻이 무엇인지를 알게 해 주고 있다. 참 신기하기도 하다. 그런데, 이 많은 열매가 익으면 누가 다 먹어 줄까 그것도 걱정이다. 집이 채 지어지지도 않았는데 봄은 성큼 와버렸다. 밭들은 씨를 뿌리기도 전에 잡초더미에 묻혀 갈 모양이다. 작년에도 한번 갈아엎기만 하고 씨를 뿌리지도 못하고 말았는데 늦었긴 하나 아랫마을 젊은이에게 부탁하여 잡초에 묻힌 밭을 갈게 했다.
트랙터로 갈린 밭을 바라보고 있자니 깔끔하고 보기 좋았다. 그야말로 첫 농사는 무얼 지을까 궁리만 하다가 얼마간의 시간을 흘려 보내고, 우선 기계가 올라갈 수 없어 덜 갈린 윗 밭을 팽이와 삽으로 며칠 간 낑낑대며 파헤쳤다. 땀으로 범벅된 몸을 쉬다가 사방을 에워싼 산기슭에 흐드러진 산벚꽃에 잠시 환호성을 지르기도 했다.
얼기설기 파고 골라 여기에 식량할 채소의 종자를 넣어 보았다. 상추, 쑥갓, 아욱처럼 기본적인 것부터 하루에도 몇 차례나 싹이 텄나 들여다보며 다녀도 싹은 올라올 기미를 않는다. 쑥뿌리 섞인 잡초들은 커 올라오고 있는데, 애가 탄다. 마을이 멀어서 누구에게 쉽게 물어볼 수도 없고, 드문드문 오르락거리는 사람들을 붙잡고 물어 보니 오랫동안 농사를 안 지어 땅 속에 벌레가 많아서란다. 간간이 새들어 쪼아먹기도 하고, 혹은 종자가 묵은 것이어서 그럴 수도 있단다. 말들이 제각각이다. 종묘상에서 종자를 사지 않고 인근 장에서 사다 심어서 그런가 여러 생각을 해 보나 짚이지가 않는다. 한참 애를 태우더니 말 잘 안 듣는 아이 이빨 빠진 만큼이나 성글게 싹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가장 왕성한 종자만 어찌어찌 살아 남았는가 보았다.
이제는 남은 밭에 모종을 옮길 차례였다. 감당할 힘은 없으면서 욕심은 큰 밭을 이것저것으로 다 채우고 싶었다. 호박과 옥수수는 밭고랑 군데군데 씨를 넣고, 가지와 오이는 장날 나가서 사왔다. 토마토도 빼놓을 수 없고. 토마토 모종은 애초에 고추 모종을 사온 집에서 몇 모종 주기로 하였다. 집 지을 때 인부들 밥해 주던 집인데, 소문에 토마토 모종을 튼실하게 키워 놓았다고 들었다. 날이 흐려 꾸무럭한 날에 여남은 개의 모량을 얻어다가 심었다. 일찌감치 지주도 세워 가면서. 근데 심고 나니 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내려가 몇 개를 더 얻어 왔다. 꽤 많은 토마토를 심었으니 이번엔 방울토마토를 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는 마음이 바빠져서 장날을 또 기다려 모종을 샀다. 방울토마토라는데 모양이 오종종하다. 그래 이제 다 갖추었구만 하는 마음으로 잠시 흐뭇해 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람. 하루 일하러 와 준 그 집 보살님, 내 말을 듣더니 “우리 토마토가 방울토마토인디라우.” 큰일났다.
다음날 읍내 장에까지 가서 토마토 모종을 다시 사왔다. 여태 한밭 가득 심었다는 것이 다 방울토마토만이었던 것이다.
한동안 소동을 벌였던 토마토들에 드디어 열매가 달렸다. 너무 가지가 무성해져 어제는 지주를 큰 걸 세우려다 가장 많이 달린 가지 하나를 부러뜨렸다. 내 살점 떨어지는 것 같은 아픔이라니.
상추가 어서 크기를 기다려도 잘 크지를 않는다. 이상하다. 다른 모종도 거의 오종종하고, 첫 농사가 실패한 것일까. 어떻게 해야 할까. 가늠이 안 된다. 그래도 성질은 있어서 비료와 농약은 안 쓰기로 했는데, 여기는 장이 멀어서 어지간한 것은 다 여기서 얻어 들여야 한다.
그러니 더 심란하다. 그렇다고 여름 내내 토마토만 먹고 있을 수만도 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