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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선 불교인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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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리포트 - 편집실 1998년 07월 197호
최근 국내 유명 여론조사 기관인 ‘한국갤럽’ 은 우리나라의 종교실태와 한국인의 종교 의식, 종교관 및 가치관을 종합적으로 파악한 결과를 발표했다.
우리나라의 만 18세 이상의 남․여 1613명을 대상으로 한 이 조사 결과는 종교계 전체는 물론 특히 불교계에 적지 않은 충격과 많은 시사점을 던져 줄 만한 것이었다. 특히 이 조사는 지난 84년과 89년에 이어 세번째로 행해진 것으로 지금의 실태뿐만 아니라 그 동안 진행된 변화를 살필 수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먼저 우리나라에서 종교를 가진 인구가 차츰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89년에는 51.0퍼센트가 비종교인으로 나타났으나, 97년에는 53.1퍼센트로 종교를 믿고 있는 응답자의 비율이 2.1퍼센트나 감소하였다. 이 같은 수치는 해방 뒤 꾸준히 늘어왔던, 특히 60년대 이후 그 증가속도가 전체 인구의 증가 속도를 훨씬 웃돌았던 양상이 반전됐음을 보여 주는 것으로 종교계에 경각심을 불러일으켜 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여성의 종교인구 비율이 89년도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 데에 견주어, 아직은 우리사회의 중심적 역할을 하고 있는 남자의 종교인구율이 무려 4.2퍼센트나 감소하였다는 결과는 종교의 사회적 비중이 그만큼 줄어들고 있다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이번 조사 결과는 또 고학력층의 종교인구율이 감소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대학 재학 이상의 종교인구 비율이 89년과 비교해 무려 4.2퍼센트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고, 초등졸 이하와 중졸에서는 종교인구의 비율이 오히려 늘었다. 이 같은 결과는 종교가 우리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의 감소와, 우리사회의 중심적 역할을 하는 고학력 층과 젊은 층이 차츰 종교를 외면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또 비종교인 가운데 과거에 종교를 믿은 적이 있는 응답자가 비종교인의 49.7퍼센트로 전체 응답자의 26.4퍼센트에 이르는 것은 기존의 종교로부터 이탈하는 인구가 늘어나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이번 조사 결과가 종교계 가운데 특히 불교계에 충격을 주고 있는 것은 바로 불교인의 비율이 개신교에 추월당했다는 점이다.
이번 조사에서는 불교인이 18.3퍼센트, 개신교인이 20.3퍼센트, 가톨릭인이 7.4퍼센트, 기타 종교인이 0.9퍼센트로 각각 나타나고 있다. 불교가 그 동안 개신교와 가톨릭 등을 합한 이른바 기독교인과 비교할 때 90년대를 전후하면서 근소하게 뒤쳐져 온 것이 사실이긴 하지만, 기독교인 전체가 아닌 개신교인보다 불교인이 적게 나타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89년 조사 때보다 불교인이 2.6 퍼센트나 줄어든 것에 비해 개신교인은 1.1퍼센트, 천주교인은 0.4퍼센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 이번 조사는 결과적으로 불교가 우리나라의 최대종교라는 명예(?)를 개신교에 내주고만 충격적인 현실을 불교계에 알려 주고 있는 것이다.
불교는 이 밖에도 여러 부문의 설문조사 결과에서 매우 우려될 만한 조짐을 드러내고 있다.
이번 조사는 종교생활을 시작하는 연령이 전반적으로 낮아졌음을 알려 주고 있다. 청년기 이전에 종교생활을 시작하는 비율이 차츰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자신의 개인적 결단보다는 부모 및 주위의 영향에 따른 신앙생활의 시작이 많아졌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종교인 중 9세 이하부터 신앙생활을 한 경우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것은 부모의 종교가 세습되는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종교교단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러한 현상은 자신의 결단에 따라 입교한 신자보다는 차츰 2세대, 3세대 신앙인이 늘고 있다는 사실이고, 사회적으로 본다면 특정한 종교적 배경에서 성장하는 경우가 많아진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결과다. 그런데 9세 이하에서부터 신앙 생활을 시작한 비율은 불교가 다른 종교와 견주어 10퍼센트 이상 뒤쳐지고 있다. 이는 불교에서 그 동안 추진해온 불자가정화 운동이 아직도 정착단계에 이르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이처럼 종교의 외형적인 부분과 함께 내형적인 분야에서도 불교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적신호를 나타내고 있다.
종교적 신앙심의 정도를 묻는 질문에 대해 불교인들의 신앙심은 갈수록 줄어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신앙심이 깊다’ 고 응답한 불교인이 84년에는 34.9퍼센트였던 것이, 89년에는 31.4퍼센트로 줄어들었고, 97년에는 28.4퍼센트대로 급락했다. 개신교가 46.2퍼센트→48.0퍼센트→53.4퍼센트로 신앙심이 차츰 깊어지는 것과 비교할 때 이는 매우 심각한 현상이다.
종교의례에 참여하는 빈도에 있어서는 불교는 다른 종교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열악한 수치를 나타냈다. 일주일에 1회 이상 종교의례에 참여하는 비율이 개신교인은 71.5퍼센트, 가톨릭인은 60.4퍼센트인데 견주어 불교인은 1.2퍼센트에 불과했다. 반면 불교인은 ‘1년에 한, 두 번’ 이라고 응답한 경우가 40.3퍼센트로 가장 많았다. 개인적 종교행위라고 할 수 있는 기원이나 기도의 빈도도 불교인은 다른 종교와 견주어 터무니 없이 적었고, 그나마 시간이 갈수록 그 빈도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도나 기원을 전혀 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불교인도 무려 30퍼센트 안팎으로 나타났다.
경전을 읽지 않는 경우도 불교인이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일 주일에 한 번 이상 경전을 읽는 경우를 조사한 결과 불교는 9퍼센트가, 개신교는 50.4퍼센트가, 가톨릭은 33.5퍼센트로 나타나 불교인이 경전을 가장 멀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경전을 전혀 읽지 않는 경우’ 는 불교인이 51.3퍼센트, 개신교인이 9.8퍼센트, 가톨릭이 18.6퍼센트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는 한마디로 불교가 다른 종교에 비해 외형은 물론 신앙의 내용적인 면에서도 크게 뒤쳐지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그리고 특단의 변화가 없는 한 이 같은 경향은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으로 조사결과는 예측하고 있다.
솔직히 말해 이 같은 결과는 불교계의 내부 사정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사람에게는 그리 새로운 소식이 아니다. 누구나 짐작을 했던 일이고 다만 이것이 구체적인 여론 조사 결과로 나타났다는 점에서 충격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천육백 년의 유구한 전통을 가진, 또 민족종교라고 자부해 온 불교가 제2종교로 전락(?)했다는 사실을 불교계는 아직 쉽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6월 15일부터 열린 조계종의 제132회 임시중앙종회에서도 이 같은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모습이 보였다. 인정하기는커녕 한국갤럽의 조사는 믿을 만한 것이 못되며,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자료는 통계청이 실시한 인구 조사 센서스라며 별 것 아니라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믿을 만한 조사가 아닌 것을 가지고 언론에 발표를 해서 불교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이 같은 행위를 근절시킬 방안을 중앙종무기관이 수립하라는 요구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사실을 겸허히 수용하고 이를 계기로 불교가 그 동안 해온 여러 가지 종책이나 포교대책 등의 문제점을 재검토하라는 지적이 나왔어야만 옳았다.
오히려 종교인 수에서 제2종교로 나타난 것보다 더 심각한 것은 불교인들의 신앙의 질이 다른 종교와 견주어 턱없이 뒤쳐지고 있는 점이 아니었을까.
이번 갤럽조사를 계기로 불교는 획기적인 특단의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안 된다는 자각을 해야 할 것이라는 게 많은 뜻있는 불자들의 생각이다. 지금이라도 불교의 여러 가지 문제점을 점검한 뒤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불교는 주로 저학력자나 나이 많은 사람이 대충대충 믿는 종교’ 로 전락할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위기는 곧 기회를 배태한 것’ 이라는 평범한 이치를 오늘의 불교계가 철저히 인식한다면, 그리고 그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노력을 기울인다면 불교가 우리나라의 대표종교로, 민족종교로 확고히 할 것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불교가 한낱 군소종파로 전락할 것인지, 아니면 찬란한 민족문화와 전통을 계승해 갈 민족종교로 우뚝 설 것인지는 순전히 불교인들에게 달려 있다.
부처님은, 또 천육백 년을 이어 온 불교사는 오늘을 사는 불교인들에게 이렇게 준엄한 질문을 던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불자들이여, 특히 지도급에 있는 이들이여, 당신들은 지금 어떤 길을 택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