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적 분석법의 이론과 실천-Fenner P.(1995)의 Reasoning into Reality를 중심으로
이전 게시물
다음 게시물
논강 - 김옥선
1998년 07월 197호
Fenner는 북인도 다람살라에서 수도승으로서 구 년 동안 티벳불교적인 명상체험을 실천한 오스트레일리아의 철학 및 종교학자이다. 그는 Reasoning into Reality(Wisdom Publication, Boston, 1995. 부제는 “A System-Cybernetics Model and Therapeutic Interpretation of Buddhist Middle Path Analysis\" 이다.)를 통하여, 나가르주나를 이은 중론학파적 관점에서 명상 체험을 분석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공성(śūnyatā, openness)에 대한 중도적 명상자들의 직관 체험은 일상적인 개념적 사유에 대한 vicara(analysis)라는 방편적 분석을 통해 진전된다고 한다. 이에 Fenner는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분석의 도구로 개념적 사유의 허구성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것이, 공성을 직관하는 효과적인 방편임을 강조하고, 논리적인 모순을 드러내기 위한 패러독스적인 (prasanga) 절차로서 “중도적 분석법 (Middle Path anaysis)” 을 제시한다. 이것은 약술하자면 동일률, 모순율, 배중율 등에 의해 인공적으로 구조 지워진 개념화의 흐름을 탐구하는 기술이며, 개념화의 과정상 내재된 패러독스를 자각토록 유도하는 도구라고 할 수 있다. 나아가서 Fenner는 이러한 “중도적 분석법 (Middle Path anaysis)” 의 사이버네틱스적 설명모형을 구성하고, 그것의 심리 치료적 응용가능성을 언급하면서 현대적 언어로 재해석하고 있다.
물론 Fenner의 이번 작업은 티벳 불교적인 명상 체험에 한정된 것이라는 한계를 가질 수 있고, 여전히 담론화를 거부하는 특수한 체험적인 상황을 섣불리 분석하려고 한다는 질책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오히려 Fenner의 시도에서 필자가 흥미롭게 생각했던 부분은 미개척지에 대한 저자의 탐구정신이었으며, 과거의 논서들이 그 시대에서 제시한 인간의 심성과정에 대한 이론들을 새로운 방법론들의 개발이 요청되고 있는 이 시대에 맞추어서 현대의 언어로 재해석해야 한다는 함축적이면서도 과감한 제안 부분이었다.
비유하자면, 그의 이러한 시도는 과학철학적 맥락에서 거론되는 ‘발견의 논리(logic of discovery)’ 를 구성하는 작업과 유사한 시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발견의 논리’ 는 예를 들자면, 과학자들이 창조적인 이론이나 법칙 등을 발견해낼 때에, 발견하는 그 섬광 같은 순간에 발생하는 인지적 변화와 과정을 공론화하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양철학에서 논리를 바라보는 관점은, 그것이 합리적인 논리이려고 하는 한 심성적인 자료들을 배제하여야 한다는 반심리주의적 입장이 주류를 이루었었다. 그러므로 당연히 발견의 순간에 대한 논의는 개인의 내성적 심성 자료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비과학적이고 비합리적인 것으로 치부되었고, 학문적인 논의의 장에 초대받지 못했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기술적인 측면에서 컴퓨터 모의방법의 발전과 이론적인 면에서 새로운 ‘합리성’ 에 대한 요청으로 인하여 ‘발견의 맥락’ 은 더 이상 신비주의나 비과학의 영역이 아니라 새로운 방법론에 의하여 발굴되어야만 할 개척지로서 부각되고 있다. Fenner의 설명적 모형 역시 신비주의의 영역에 갇혀있는 인간의 특수한 심성상태에 대한 개척의 의지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