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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불교박물관 설립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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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리포트 - 편집실 1992년 12월 130호
최근 문화부가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88년 이후로 문화재 도난 사건은 모두 109건인데 그 가운데에서 74건을 차지하는 비지정문화재 도난 사례의 90퍼센트 이상이 불교 문화재인 것으로 나타나 성보聖寶의 관리와 보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하고도 시급함을 드러냈다.
특히 최근에는 성보의 도난 추이가 국제 시장에서 고미술품으로 각광받고 있는 탱화가 주류를 이루고 있어 더욱 큰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대부분 지정문화재로서의 가치가 인정되는 비지정문화재인 탱화는 지난해 영국사를 위시하여 충남권 일대를 중심으로 20여 점이 도난당한 사태가 잇따라 일어나 교계에 충격을 주었는데, 지난해부터 홍콩이나 대만 같은 동남아 불교권에서 그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짐에 따라 해외로 밀반출될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사실 그 동안 숱한 화재와 도난으로 수난을 당해 온 불교 문화재에 대해서 불교계에서는 오래 전부터 성보의 보존과 관리를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자주 대두되었지만, 아직까지도 여전히 무방비 상태에 있다.
문화재의 도난이나 소실 같은 사고의 일차적인 책임이 문화재 소유자에게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접어 두더라도, 사찰들은 그들 성보가 단순한 미술품이나 조형물 또는 학문적 자료가 아니라 바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형상화한 성물聖物임을 생각하여 하루 바삐 성보 보존 관리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서 실행을 옮겨야 한다. 그러나 이런 여망과 여론에도 불구하고 교계의 현실은 종단 차원의 행정적인 뒷받침이 부재함은 말할 것도 없고, 종헌으로 보장된 ‘성보 보존법’과 ‘성보보존위원회’의 정관마저 사장된지 오래되었으며 아무런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을 따름이다. 더구나 스님이나 재가 불자들의 인식마저 희박하다 보니 성보 보존에 관한 일은 다른 불사의 뒷전에 밀려나 있는 실정이어서, 성보와 성보 문화재의 중요성, 그리고 그에 대한 관리 보존 요령에 대한 교육이 지속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보의 훼손 및 피해는 대체로 화재와 도난으로 집약되는데, 그 원인을 보면 수해나 병충해 같은 천재도 있지만 문화재 사범에 의한 도난이나 누전, 관리 소홀, 방치로 인한 인재人災가 더 심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동국대 박물관장인 문명대 교수는 “스님과 신도들의 성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야말로 성보의 보관과 대책에 가장 우선하는 중요한 문제”라고 제기하고, 이 어서 “성보를 소홀히 하면 부처님과 불교를 방치하는 것과 같다는 인식의 확산과 함께 성보를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관리할 인력의 확보, 성보의 체계적인 현황 파악, 그리고 그를 토대로 한 도록의 작성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문화재 전문가 및 성보 관계자들은 성보의 도난과 소실에 대한 대책으로 한결같이 전문 불교박물관의 설립을 첫번째로 손꼽으며 강조해 왔다. 이와 더불어 비지정문화재인 성보들을 하루빨리 지정문화재로 등록할 것을 조언한다. 성보의 도난과 소실에 대한 최소한의 방비책으로 기대를 걸게 하는 성보박물관의 설립은 그나마 지난 7월부터 새로 제정되어 시행되고 있는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에 힘입어 유물관이나 박물관의 이름으로 여러 사찰에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84년에 제정된 종전의 ‘박물관법’은 박물관의 등록 범위를 제한시켰고, 또 등록되었다 하더라도 그에 따른 지원보다는 의무 부여만 강조해서 실제로 박물관의 설립 조장과 육성 측면에서는 꽤 많은 문제점이 있었다. 그러나 새로이 제정된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은 박물관에 대한 지원 제도를 강화하여 개인이나 기업이 하는 사설박물관의 설립 촉진과 육성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 불교박물관의 설립에 유리해졌다.
이 새 법에는 등록 박물관에 대한 지원으로써 세제 혜택과 전기료 할인, 소장자료에 대해서는 상속세법에 의한 증여세 면제, 시설에 대해서는 취득세, 등록세, 재산세, 종합토지세, 공공시설세를 면제해 준다.
또 설립 등록 요건도 용이해져서 면적 1백m2 의 공간과 자료 1백 점 이상 그리고 전문직원 1명을 두면 된다.
이렇게 박물관으로 등록되면 성보 보존 관리의 제반 문제점들이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천년고찰의 전통사찰들은 소장 유물들을 정리하면 1백 점으로 사찰박물관을 세울 수 있고, 웬만한 전통사찰들도 지역별로 연대해서 유물을 모아 불교박물관으로 세울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사찰 스님과 신도들의 성보 보존 의지와 원력만이 실현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현재 교계는 새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에 등록된 정규 박물관은 부처님 금란 가사 등 보물을 포함해서 3천 점의 유물을 소장하고 있는 통도사 성보박물관(관장:범하)과 경기도 이천에 6천 평 대지에 옥외 전시실까지 갖춘 목아 불교박물관(관장:박찬수)의 단 두 곳 뿐이다. 비지정 문화재를 포함하여 우리나라 문화재의 70퍼센트에서 80퍼센트를 차지하는 불교 문화재를 보존 관리하는 교세치고는 턱없이 빈약한 숫자이다.
그러나 등록은 하지 않았지만 박물관의 격을 갖추어 운영하고 있는 사찰박물관은 해인사, 송광사, 법주사, 대흥사, 표충사, 기림사 등 모두 일곱 곳이며 직지사가 내년 설립을 서두르고 있다.
가장 오래된 해인사는 법보종찰로서 국보 고려대장경판을 비롯해서 희랑조사상, 세조영정 등 고려 시대에서 조선조에 걸친 귀한 유물 50여점이 ‘보장전’이라는 이름으로 구광루에 소장되어 있다. 이 보장전은 내부 구조 변경으로 전시 공간을 확장하는 공사가 진행중이다.
항온 항습 장치의 완비로 최신식 시설을 갖춘 송광사 박물관은 88년 개관하여 모두 1백 85점의 유물이 갖추어져 있다.
92년 청동미륵대불 조성과 함께 재건한 법주사 박물관은 1백 22평 규모로 신법천문도병풍 등 보물급 유물 세 점을 포함하여 모두 2백여 점의 성보가 전시되어 있다.
서산대사의 유품을 보존하고 있는 대흥사는 표충사 아래에 서산대사 유물관을 설치해 79년 개관했다. 90평의 현대식 건물에 서산대사 행장을 일목 요연하게 볼 수 있도록 관련 유물들이 전시되었다.
지난 5월 가장 최근에 개관한 포항 기림사유물관은 군사적 요충지였던 지역적 특수성답게 승병과 관련된 전적 나팔 목비 등 자료가 국내 유일한 건칠보살상, 비로자나불 복장 전적 등 보물급 유물을 포함해서 1백여 점의 유물을 소장하고 있다.
한편 새 법령에 의한 박물관 설립 등록 절차는 소정의 등록 신청서에 구비 서류를 첨부해서 시․도지사를 경유 문화부장관에게 신청한다. 신청받은 문화부는 현지 실태 조사를 하고 문화재위원회 박물관위원회의 자문을 거쳐 등록증을 교부하게 된다.
새 박물관법 시행으로 등록을 하지 않고서는 박물관이나 미술관이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없도록 법 18조에 명시되어 이를 위반할 경우 법 27조에 따라서 5백만 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된다.
그러나 새 박물관은 화재나 도난 등 성보의 피해 이후의 보상에 대해서 미진하고, 그 대신 보존 예방의 차원에서 강화된 제도라는 한계점을 안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그러나 중요하고 방대한 성보 유산을 가진 불교계로서는 전문 박물관을 설립하는 것만이 소중한 성보가 도난이나 화재 등으로 훼손되고 유실되는 것을 막는 최소한의 방법이다. 또한 성보박물관 설립은 관광객 등 일반인에 대한 포교나 불자들의 재교육 등 교화에도 큰 실효를 기대할 것으로 보여 서 한시라도 늦출 수 없는 당면 불사로 대두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