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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아함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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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함경 산책 - 돈연 1992년 12월 130호
잡아함은 대부분 기원정사에서 설하였다. 부처님께서 여름 안거를 스물다섯 번이나 지낸 곳이 바로 기원정사이다.
이 경은, 부처님을 기원정사로 초청했고, 또한 왕과 대신들을 귀의하게 했던 쉬라바스티의 부호 아난다 핀다카 장자가 라아자그리하에서 부처님을 처음 뵈었을 때의 이야기가 줄거리를 이루고 있다. 부처님이라는 말만 듣고도 깊은 느낌을 가졌던 이 장자는 부처님을 뵙고 나서 황금을 덮어 태자가 소유한 아름다운 동산을 구입하여 정사를 지어 부처님과 교단에 기증했다. 그리고 전 생애를 열렬한 신자로서 살아갔다.
부처님을 처음 뵙는 아난다 핀다카 장자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부처님께서 왕사성의 숲에 있는 한 묘지에 계실 때였다. 아난다 핀다카는 일 때문에 왕사성의 한 장자 집에 머물고 있었다. 밤이 되자 그 장자는 부인과 시자와 머슴들에게 “너희들은 다 일어나 장작을 패고 불을 지펴서 밥을 짓고 떡을 만들어라. 여러가지 요리도 장만하여라. 집안을 잘 꾸며라” 하고 말했다. 아난다 핀다카는 그것을 보고 ‘이 집에 무슨 일이 있을까. 딸을 시집보낼까. 며느리를 맞이할까. 아니면 왕이나 대신을 손님으로 초청하는가’ 하고 생각하다가 주인에게 물었다.
“집에 무슨 일이 있습니까. 딸을 시집보내거나 며느리를 맞이하시는 건지요.” 주인이 손님에게 말했다. “나는 딸을 시집보내거나 며느리를 보는 것이 아닙니다. 왕이나 대신을 청하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부처님과 스님들을 모시고 공양을 올리려는 것입니다.” 다시 장자에게 물었다. “부처님이라니요. 어떤 분입니까.” 그가 대답했다. “그 분은 사문 고타마입니다. 석가족 출신으로서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었습니다. 바른 믿음의 집안은 아니지만 집을 나와 도를 닦아 가장 높은 깨달음을 얻어서 부처님이 되셨습니다.” 부처님에 대해서 조금도 아는 것이 없던 아난다 핀다카는 부처님 이야기를 듣고서는 너무 기뻐서 온몸 구석구석이 기쁨에 잠기는 듯하였다. 장자가 다시 물었다. “그러면 스님은 무엇입니까.” 그가 말했다. “만일 바라문으로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믿는 집이거나 믿지 않는 집이거나 부처님을 따라 출가한 분들, 또는 무사나 시민이나 천민의 남자로서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으며 바른 믿음의 집안이 아니더라도 저 부처님이 출가하시듯 출가를 따르는 이 분들을 스님이라고 부릅니다. 오늘은 부처님과 지금 계신 스님들께 공양을 올리는 것입니다.” 아난다 핀다카가 말했다. “저도 지금 가서 부처님을 뵐 수 있을까요.” 장자가 말했다. “그대는 여기 머물러 계십시오. 내가 부처님을 모시기로 했으니 도착하시면 이곳에서 뵙도록 합시다.”
그때 아난다 핀다카는 밤새도록 지루한 마음으로 부처님을 생각하였다. 잠이 들었는데 날이 새기 전에 홀연히 밝은 모습을 보았다. 그는 새벽인 줄 알고 그 집을 나와 성문을 향해 가서 성문 아래에 다다랐다. 그러나 새벽은 아직 멀고 성문도 열리지 않을 때였다. 왕가의 법칙으로 초저녁이 지나면 성문을 닫고 한밤이 지나면 곧 성문을 열어 행인들이 일찍부터 오가도록 하고 있었다. 아난다 핀다카는 성문이 열려 있는 것을 보고 이렇게 생각했다. 이것은 틀림없이 밤이 다 가고 새벽이 되어 문을 연 것이다. 그래서 밝은 빛을 따라 성문을 나오자 밝은 빛이 없어지고 어둠이 밀려 왔다. 아난다 핀다카는 온몸의 털이 일어서는 듯했다. \'사람일까, 귀신일까. 아니면 어떤 요망한 사람이 나를 놀라게 하려는 것일까‘ 하고 생각하며 곧바로 돌아가려 하였다. 그때 성문 가까이 있던 어떤 천신이 몸의 빛으로 성문에서 찬 숲 묘지까지 밝게 비추었다. 그는 아난다 핀다카에게 말했다. 그대는 앞으로 나가라. 승리를 얻을 것이다. 물러나지 말라. 그때 천신이 게송으로 말했다.
좋은 말 백 마리에
황금을 가득가득 싣고
노새 수레나 말 수레가
각각 백 수레나 있어
갖가지 모든 진기하기만 한
뭇 보배를 그 위에 실었다
과거에 좋은 일 심으면
이 같은 복을 얻는다
사람이 무겁게 떠받드는 마음으로
부처님을 향해 한 걸음 옮기면
저 앞의 복들은
십육분의 일에도 못 미치는 것들이다.

그렇다 아난다 핀다카여
마땅히 앞으로 가라
물러나지 말라.

히말라야에 있는 큰 코끼리
몸은 크고 이빨은 길다
그것을 다시 순금으로 장식하여
그 코끼리를 선물한다 하여도
부처님을 향한 복의
십육분의 일에도 못 미치리라
그렇다 아난다 핀다카여
빨리 앞으로 가라
큰 이익을 얻으리라
물러나지 말라.

금보사국의 여자들
그 수를 헤아릴 수 없다
가지가지 묘한 보석들
구슬로 꾸미었나니
비록 그들을 남에게 주더라도
부처님을 향한 한 발자국
십육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렇다 아난다 핀다카여
빨리 앞으로 가라
틀림없이 승리 얻으리
절대로 물러나지 말라.
장자가 천신에게 물었다. “어지신 분이여, 그대는 누구신가.” 천신이 대답했다.“ 나는 마두건식으로 큰 마납파이다. 옛날에는 그대의 선지식이었다. 사리불과 목건련 존자를 믿고 존경했다. 그 공덕으로 지금 하늘 나라에 태어나 이 성문을 맡고 있다. 그래서 그대에게 ‘앞으로 가라. 부디 물러나지 말라. 앞으로 나가면 이익을 얻을 것이니 절대 돌아가지 말라’고 말한 것이다.”
장자는 ‘부처님께서 이 세상에 오심은 작은 일이 아니다. 그래서 천신은 나에게 나가라고 권한 것이다. 나는 가서 부처님을 뵈오리라‘ 하고 생각하고는 곧 그 광명을 따라 찬 숲으로 갔다. 그때 부처님께서 밤중에 일어나 부근을 거닐고 계셨다. 아난다 핀다카는 이윽고 멀리 계시는 부처님을 보고 곧 그 앞으로 나아가 평소의 예법으로 공손히 인사하였다. “부처님이시여, 어떻게 지내시옵니까. 평안하시온지요.” 그때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바라문일지라도 열반에 이르면
이것은 영원한 평화로다
애욕에 물들지 않는 해탈이야말로
길고 끝이 없다.

모든 욕망을 끊고
타오르는 마음의 불길 잡으면
마음은 고요히 그치고 쉬나니
그치고 쉼은 편안한 잠
부처님께서는 아난다 핀다카를 방으로 데리고 들어가셨다. 서로 앉아 몸을 단정히 하고 생각을 가다듬었다. 이 때 부처님께서 그를 위해 법을 말씀하셨다. 가르침은 그를 기쁘게 하였다. 부처님은 모든 것이 덧없음을 설하셨으니 보시의 복된 일, 지계의 복된 일, 하늘에 태어나는 복된 일과 욕망의 맛과 욕망의 근심과 욕망을 벗어나 멀리 여의는 복들이었다. 아난다 핀다카는 법을 듣고 법을 보고 법을 얻고 법에 들어가고 법을 알아서 모든 의혹을 건너고 남의 믿음에 의하지 않고 남의 건네줌에 힘입지 않고 바른 법에 들어가 마음에 두려움이 없게 되었다. 그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여미고 부처님께 예배하였다.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합장하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처님이시여, 저는 이미 구제되었습니다. 부처님이시여, 저는 이미 구제되었습니다. 저는 오늘부터 목숨이 다하도록 부처님께 귀의하고 가르침에 귀의하고 스님들께 귀의하는 재가 신자가 되겠습니다. 나를 증명하소서.” 부처님께서 아난다 핀다카에게 물으셨다. “그대 이름은 무엇인가.” 그가 대답했다. “제 이름은 수닫다입니다. 외롭고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준다고 사람들이 나를 외로운 사람 돕는 이라고 합니다.” 부처님께서 다시 물으셨다. “그대는 어디 살고 있는가.” “부처님이시여, 코살라에 있습니다. 성의 이름은 쉬라바스티입니다. 원하건대 부처님께서 코살라에 와 주십시오. 제가 죽는 날까지 옷과 음식, 방과 침구 그리고 병이 나면 약까지 공양 올리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다시 물으셨다. “쉬라바스티에도 정사가 있는가.” 장자가 대답했다.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장자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그곳에 정사를 세워 여러 스님들이 오고 가며 머무르게 할 수 있는가.” 장자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처님께서 오시기만 한다면 저는 정사와 승방을 지어 여러 스님들이 오고 가며 머물도록 하겠습니다.”
그때 부처님께스는 묵묵히 그의 청을 받아들였다. 아난다 핀다카는 부처님께서 묵묵히 자기의 청을 받아주신 줄 알고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돌아갔다.
잡아함 제592경
지금도 기원정사의 터인 사체트와 미체트에 가면 태자의 숲과 아난다 핀다카가 부처님께 기증했던 기원정사의 옛 터가 랍티 강변에 서 있다. 현장법사가 순례했을 칠세기 무렵만 해도 승려와 전각이 즐비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쓸쓸하고 황량한 옛터의 언저리에 동남아시아 불교 국가의 사원들 몇 개만 그곳을 둘러싸고 있을 뿐, 현지인들은 거의 힌두교도나 이슬람교도들이다.
부처님이시여! 저는 이미 구제되었습니다. 부처님이시여! 저는 이미 구제되었습니다. 저는 오늘부터 목숨이 다하도록 부처님께 귀의하고 가르침에 귀의하고 스님들께 귀의하는 재가 신자가 되겠습니다. 이렇게 기뻐했던 아난다 핀다카는 부처님보다 먼저 세상을 떠났다.
이 경은 부처님의 예언대로 천상에 태어난 아난다 핀다카가 부처님께 법문을 들으려고 다시 내려와 부처님을 뵈는 이야기이다. 지금도 기원정사에 가면 아난다 핀다카를 위해 심었다는 큰 보리수가 서 있다.
아난다 핀다카의 왕생극락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부처님께서 기원정사에 계실 때였다. 아난다 핀다카 장자는 병으로 죽었다. 그는 도솔천에 태어나 도솔천의 천자가 되었다. 그는 ‘너무 오래되기 전에 부처님을 뵈러 가야겠다’ 하고 생각하고는 팔을 굽혔다 펼 만큼 짧은 시간만에 도솔천에서 부처님 앞에 나타났다. 그는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머리를 조아리며 한쪽에 물러나 앉았는데, 그의 몸에서 나는 광명이 기원정사를 환하게 비추었다. 그가 게송으로 말했다.
이 기원의 숲에는
수행자들이 살고
여러 왕들도 머무니
나 기쁜 마음 솟아나네
깊은 신심 깨끗한 계율 생활
지혜로 뛰어난 목숨 되네
이야말로 사람들의 깨끗함
신분이나 재물로는 될 수 없네
큰 지혜이신 사리불께서는
바른 생각으로 늘 침묵하시고
한가롭게 모두 멀리한 수행으로
처음부터 진실한 벗의 길 세웠네
그는 게송을 마치고 떠나갔다.
그때 부처님께서는 밤을 지내고 대중들에게 가 겉옷을 깔고 그들 앞에 앉으셨다. 그러고는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어젯밤 얼굴이 아주 묘한 어떤 천자가 내게 와서 내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한쪽에 물러앉아 게송으로 말하였다.”
이 기원의 숲에는
수행자들이 살고
여러 왕들도 머무니
나 기쁜 마음 솟아나네
깊은 신심 깨끗한 계율 생활
지혜로 뛰어난 목숨 되네
이야말로 사람들의 깨끗함
신분이나 재물로는 될 수 없네
큰 지혜이신 사리불께서는
바른 생각으로 늘 침묵하시고
한가롭게 모두 멀리한 수행으로
처음부터 진실한 벗의 길 세웠네
그때 아난존자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처님이시여, 부처님이 하신 말씀은 제 생각으로는 천상에 태어난 아난다 핀다카 장자가 와서 부처님을 뵈온 것입니다. 아난다 핀다카는 사리불 존자를 무척 존경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 아난 존자에게 말씀하셨다. “그렇다 아난아. 아난다 핀다카가 저 천상에 태어난 뒤 와서 나를 보았다.”
부처님께서 사리불 존자에 대해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모든 세상의 지혜에서
오직 여래 말고는
사리불의 지혜에 비하면
십육분의 일에도 못 미친다

사리불의 지혜는 물론
모든 하늘 지혜와 같지만
여래의 지혜에 비하면
십육분의 일에도 못 미친다.
부처님께서 이말씀을 마치자, 여러 사람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쁘게 받아 지녔다.
잡아함 제593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