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벚꽃 나무가 있는 집
이전 게시물
다음 게시물
언어의 사원 - 장철문
1998년 07월 197호
민박 표지도 없는 외딴집에서 숙식을 부친다. 아들은 저 아래 터널 뚫는 공사장에서 죽었다하고 며늘아기는 보상금을 들고 집 나갔다 한다. 산채나물에 숭늉까지 잘 얻어먹고, 삐그덕대는 널빤지 밑에 훤할 뒷간을 걱정하며 아래채로 화장지를 가지러 간다. 삽짝 없는 돌담 한켠 산벚꽃이 환하다. 손주놈이 뽀르르 나와 마당 가운데서 엉덩이를 깐다. 득달같이 달려온 누렁이가, 응가가 땅에 떨어질세라 널름널름 받아먹는다. 누렁이는 다시 산벚꽃 나무 우듬지를 향해 치켜드는 아이의 똥고를 바라보며 침을 꿀꺽 삼키더니, 찰지게 핥는다. 손주놈이 마루로 올라서자 내게로 달려온 녀석은 앞가슴으로 뛰어오른다. 주춤주춤 물러서는 양을 까르르 까르르 웃던 손주놈이 달려와 녀석의 목덜미를 쓰다듬더니 이내 입을 쭉 맞추고는 쪼르르 방으로 달려 들어간다. 저물어가는 골짜기에 산벚꽃이 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