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강릉땅을 밟았다. 성산을 다녀왔고 관음리에서 찬물로 빈 속을 행구었다. 사람 사는 세상 어디나 그러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중심을 잃지 않는 것. 어제는 고혹적인 바다를 보았고 밤새도록 파도소리를 들었다. 부처님 음성에 여덟 가지 좋은 점이 있으니 해조음에 비유하기도 한다. 맑고 아름다워서 싫증이 나지 않으며 대자 대비심에서 나와 중생의 마음을 따라 계율에 들게 하고, 듣는 이의 마음을 화평하게 하여 이치를 알게 하여 곧 자각을 얻게 한다. 또 천마외도들을 굴복시키며 사림들에게 바른 견해를 얻게 하고 뱃속에서 울려나오는 말소리가 힘차고 그치지 않아 듣는 이로 하여금 다함이 없는 불과를 이루게 하는 그것이다. 끝 알 수 없는 어둠, 그리고 만월, 긴 달기둥, 반짝이는 은파, 끊이지 않고 귓전을 적시는 해조음과 길게 누운 대관령을 바라보며 그것이 내가 걸어가야 할 길임을 생각한다. 밤의 영기로운 묵시 속에서 오른손 위에 올려져 있는 왼손을 보았고 순한 얼굴과 인욕으로 다져진 심장, 그리고 최선을 다한 기도와 하루하루 삶에 대한 공들임이 지나갔다. 운명에 맞서 의연한 이는 하늘도 비켜가는 법, 운명을 극복하는 것은 스스로의지를 갖는 것이다. 제가 주인이라는 것을 알고 자신을 끌고가는 사람에게는 하늘의 힘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라 했다. 대지 문수사리보잘…. 끊임없는 주력이 이어졌고 새로운 힘으로 충일할 때 십년 뒤를 기약하며 다시 강릉을 떠났다. 저만큼 나의 뒷모습을 지켜보시는 어머니의 눈길을 애써 피했다. 어쩌면 이생에서 마지막 보는 모습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돌아보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그 무엇도 내가 가야 할 길을 막을 수는 없는 것이다. 속세의 정은 다할 수 없으나 진제의 자리에서 크나 큰 은혜를 갚으리라 다짐하며 묵묵히 걸었다. 시야에서 강릉의 산과 물이 사라진 뒤 유배의 고통이 엄습했고 다시 돌아오지 못할 길임을 예감했다. 화부산 황토라도 한 줌 쥐고 올 것을…. 할아버지께서 할머니 관 속에 넣어 주시던 흰 창호지에 싼 붉은 흙, 숨을 멈추고 호홉을 세었다. 하나…둘, 셋….
죽어서 이별이야 말할 것도 없고
살아서 생이별 또한 고통스러운 것
자식이 집 떠나 멀리 나가면
어머니의 마음 또한 타향에 가 있네
낮이나 밤이나 자식 뒤쫓는 마음
흐르는 눈물은 천 갈래 만 갈래
새끼를 사랑하는 어미 원숭이 울음처럼
자식 생각에 애간장이 녹아나네
어떻게 해야 부모님의 은혜를 갚을 수 있겠습니까? 왼쪽 어깨에 아버지를 모시고, 오른쪽 어깨에 어머니를 모시고 피부가 닳아져 뼈에 이르고 뼈가 앓아져 골수에 미치도록 수미산을 백천 번 돌더라도 오히려 부모님의 은혜는 갚을 수 없느니라. 어떤 사람이 흉년의 액운을 딩해서 부모님을 위하여 온 몸뚱이를 도려내어 공양을 올리기를 백천 겁을 하여도 오히려 깊은 은혜를 다 갚을 수 없느니라.
어떤 사람이 부모님을 위하여 눈동자와 심장과 간을 도려내어 부처님께 바치기를 백천 겁이 지나도록 하여도 오히려 깊은 은혜를 갚을 수 없나니라. 어떤 사람이 몸을 심지로 삼아 불을 붙여서 부모님을 위하여 부처님께 공양하기를 백천 겁이 지나도록 하여도 깊은 은혜를 다 갚을 수 없나니라. 부모님의 은혜를 갚으려거든 부모님을 위하여 이 경을 쓰고, 이 경을 독송하며, 부모님을 위하여 죄와 허물을 참회하고, 삼보를 공경하고, 재계를 받아 보시하고, 복을 닦아야 하느니라. 만일 능히 이렇게 하면 효도하고 순종하는 자식이라 할 것이라.
「부모은중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