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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사 경내지를 경유해 가야산을 휘돌아 뚫고 지나가는 지방도 59호선 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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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리포트 - 편집실 1998년 03월 193호
팔만대장경과 해인사가 있어 민족의 성산聖山이요, 빼어난 경관이 있어 전 국민의 휴식 공간으로 사랑을 받아온 가야산이 자칫 명운을 다할지도 모르는 위기에 놓여 있다.
이미 개발되고 있는 사업만으로도 만신창이가 되고도 남을 가야산에 터널과 교량과 교차로가 곁들여진 순환도로가 뚫릴 경우 성산이 가지고 있는 정기가 사라질 것이 자명하다. 자연경관이나 생태계, 문화환경의 파괴는 물론이고 한국불교 최대의 중심 도량이요, 민족정기의 중심 축을 이루며 불교사상을 꽃피웠던 성지가 백척간두에 서 있는 셈이다. 해인사 대중스님이 총림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성명과 탄원서를 내고, 종단과 관계요로에 공사의 부당함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17일과 18일 조계종 교구본사 주지 스님들이 가야산을 관통해 순환하는 해인사 경유도로의 건설을 강력히 반대하는 성명과 결의를 채택했고, 특히 대통령 선거에서 성원과 지지를 보내준 데 대한 김대중 대통령의 감사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본사 주지 모임이 열린 해인사를 찾은 정한용 의원에게 가야산 관통 순환도로의 부당성을 간곡히 전달했으나 도로계획의 수정이나 취소를 위한 어떠한 조짐도 아직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해인사 경내지를 경유하는 도로를 내면서도 해인사와 사전에 전혀 논의를 하지 않은 경남도의 후한무치함은 거론하지 않더라도, 공사의 불가함을 역설하자 그 책임을 서로다른 기관에 떠넘기는 작태는 국가의 미래를 암담하게 하고 있는 징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문화적 패러다임이 지배적 이데올로기로 등장할 21세기를 눈앞에 두고 미래 사회에 가장 높은 부가가치를 가질 문화환경을 서슴없이 파괴하려는 지방정부의 행태는 분노를 넘어 서글픔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
가야산 관통 및 순환도로 건설추진에 대한 비난 여론이 차츰 확산되자 부산국토관리청과 시공업자 동산개발은 교계의 반발을 무마하고자 지난 2월 18일 오후 2시 경남 합천군 가야면 사무소에서 ꡐ국가직원지방도 59호선 가야-봉산(가야-가조) 도로2차선 축조 공사공청회ꡑ를 주최했다. 도로관련 첫 공청회인 까닭에 이날 공청회에는 많은 관심이 모아졌다.
해인사 기획실장 무관스님의 ‘도로건설에 따른 팔만대장경의 문화적 훼손ꡑ 이라는 주제의 공술을 시작으로, 전통사찰 종교수행 및 환경침해(해인총림대책위 석운스님), 수질 및 폐기물 급증에 따른 영향(밀양산업대 환경공학부 이병인 교수),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계명대 생물학과 김종원 교수), 토지이용, 소음, 진동, 문화재, 교통, 인구, 사회, 문화 전반에 미치는 영향(동국대 조경학과 이영경 교수), 가야산 국립공원내의 환경에 전반적으로 미치는 영향(대구 환경연합 문창식 사무국장), 주민의 정서와 생활환경 변화에 따른 문제점(지역주민 신문태), 현 부락(상가단지)의 존폐에 관한 건(지역주민 조영재)에 대한 각계 대표의 열띤 공술이 이어졌다. 오십여 명의 스님들이 ꡐ가야산국립공원 환경훼손은 물론 스님들의 수행환경 파괴가 우려되는 가야-봉산간 2차선 도로의 건설을 반대하며 이를 추진하는 경남도지사를 규탄한다ꡑ는 성명과 항의를 하는 가운데 공술에 나선 무관스님은 도로건설에 앞서 실시된 환경영향평가가 졸속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을 지적하고, 해인사에 미치게 될 환경오염에 대한 환경평가가 누락됐는데, 세계문화유산인 팔만대장경에 미칠 악영향을 고려해 봤는가를 집중적으로 따졌다.
석운스님은 오백여 스님 이 수행 정진하는 1,200년 전통의 우리나라 최대의 수행도량을 훼손하고 재가불자들의 신앙 및 수련, 교육의 장일 뿐만 아니라 전 국민의 문화교육환경인 가야산과 해인사에 엄청난 피해를 초래할 것이 확실한 도로공사의 추진은 대법원의 판례에 보장된 종교문화환경에 관한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도로노선을 국립공원 외곽으로 변경할 것을 촉구했다.
이병인 교수는 환경오염과 개발사업이 문화재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ꡐ환경 오염과 불교문화재‘ 라는 제목의 논문을 제시하면서 해인사 경내지를 경유하고 가야산을 관통하는 도로의 건설이 강행될 경우 팔만대장경은 물론 해인사가 소장하고 있는 국보, 보물 등 각종 성보 문화재의 훼손이 가속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이 교수는 개발사업은 ꡒ문화재란 문화재 자체의 가치성, 주위 환경의 자연성, 그리고 시대적 특성을 반영하는 역사성을 반영하는 산물인 만큼 문화재 자체만의 문제가 아니라 문화재를 둘러싸고 있는 자연환경, 곧 사찰환경의 온전한 보존이라는 측면에서 관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립공원은 학술적 연구 또는 관찰 이외의 일체 인간 간섭이 배제되어 엄격히 보호관리 되어야하는 자연지역이라는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의 규정을 소개한 김종원 교수는 ꡒ따라서 국립공원지역에서의 환경영향평가는 매우 엄격하고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번 가야산 관통 및 순환도로의 추진에 앞서 과연 엄격한 평가가 있었는가“를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김 교수는, 동식물상조사를 위한 공간적 범위를 계획 노선 좌 우 1킬로미터로 한정한 이유, 현장 생태계 조사 기간이 1박 2일을 1회로 2차에 걸쳐 수행돼 정보의 확보에 절대적으로 부족함이 있지는 않았는지의 여부, 현장조사 시기가 우리나라 자연 생태계의 특성상 생물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여름철(6, 7, 8월)에 수행되어야 하는데도 10월 중순 및 하순에 조사를 실시한 이유, 식물상 조사에서 좁은 방형구를 이용하여 조사하였음에도 마치 그 지역의 식물상 조사인 듯 소산 식물상 목록으로 표기한 이유, 현존 식생도와 녹지 자연도에 지도의 값인 좌표값이 없는 이유, 녹지 자연도를 평균낸 이유, 동물이동 통로 2개소 설치 계획의 근거, 도로 건설상 육상 동식물의 생장과 생식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것으로 예상한 이유등을 심도 깊게 질의했다.
이영경 교수는 가야산 관통 및 순환 지방도 59호선 공사를 위해 실시된 환경영향평가서는 환경영향평가서의 가장 기본적인 요건인 환경현황, 환경영향예측, 저감방안에 있어서 구체성과 과학성, 객관성을 확보하는 것인데도 작성방법에서도 이러한 측면이 나타나고 있지 않는 등 신뢰성이 없고 평가 태도도 대단히 불성실하며 주민 참여를 형식적인 절차로 하락시키고 있는 등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 같은 지적의 근거로, 평가서 작성 기간이 너무 짧고, 평가대상지역의 설정이 미시적이고 근거가 타당하지 않으며, 공사시 환경영향에 대한 기술은 많으나, 사업 뒤에 나타날 환경영향에 대한 구체적 기술이 상당 부분 누락되었고, 대상지역-해인사를 포함한 가야산 일원-의 종교적, 문화적, 생태적 특정을 고려하고 있지 않고 있는 점 등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ꡐ따라서 이 사업은 가야산 지역의 자연 환경과 해인사 일원의 문화 환경에 대한 더욱 확실하고 충분한 조사가 완료되기 전까지는 사업시행을 유보하여야 하며, 국립공원지역을 통과하지 않는 우회도로로 수정되어야 한다ꡓ고 주장 했다.
“피 사업은 가야산 국립공원을 파괴하는 시발사업이 될 것ꡓ이라는 우려를 시작으로 공술에 나선 대구환경연합 문창식 사무국장은 ꡐ지역개발을 명분으로 무리하게 추진된 이 사업은 국립공원 보존정책과 문화유산 보존정책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만큼 전면적인 수정 또는 변경이 불가피하다ꡓ고 강조했다. 문 국장은 특히 ꡒ국립공원은 국민의 공공자산인 만큼 사업을 추진하는데 있어 지역주민의 의사수렴은 지리 공간적 측면에 따른 지역 주민만이 아닌 전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되어야 하며, 환경단체와 전문가, 일반시민이 고루 참여하는 공개토론회를 거쳐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나 정작 공청회를 주최한 부산국토관리청과 동신개발은 안이한 준비와 무성의한 태도로 참석자들의 빈축을 샀다. 사업 시행자 자격으로 공청회에 참석한 부산국토관리청 관계자는 이 같은 관련 전문가들의 질문에 대하여 “검토해 보겠다” ꡒ도로 설계를 주관한 건설 교통부 측에서 책임질 문제ꡓ ꡒ오는 8월경에 다시 공청회를 가질 예정ꡓ이라는 등의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해 참석자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해인사 경내지를 거쳐 가야산을 관통하거나 순환하는 도로공사는 해인골프장에 이어지는 자연환경과 생태계, 그리고 문화환경에 대한 무자비한 살생행위이다.
불살생을 제일 덕목으로 삼는 불교계는 설사 팔만대장경이 아니더라도 이러한 살생 행위를 막는 데 누구보다도 앞장서야 할 의무가 있다. 하물며 한국불교의 심장격인 해인사와 세계문화유산인 팔만대장경의 훼손이 경각에 달려있음에랴.
이천만 불교도들의 총궐기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