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방송 실현에 앞장서는 불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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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리포트 - 편집실
1992년 10월 128호
불교계가 공정방송 실현을 위해서 일어섰다. 보리방송모니터회, 중앙승가대학 학생회를 포함해서 17개 단체가 결성한 ‘공정방송 실현을 위한 불교대책위원회(이하 공불위, 공동대표:김재일, 동출)’는 9월 26일 조계사에서 ‘MBC 조용기 목사 선교방송 중단 촉구, 공정방송 실현을 위한 범불교도 결의대회’를 열고 문화방송의 선교방송을 규탄하는 서명 운동에 들어갔다. 또 공불위는 9월 21일 공정방송을 위해 삼 주일째 파업 투쟁중인 문화방송 노동조합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사건의 발단, 문화방송의 선교 프로
시간이 흐를수록 불교계에 확산되는 ‘공정방송’ 목소리는 18개 지방 문화방송이 일요일 아침 6시부터 30분 동안 방영하는 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의 설교 내용을 주로 하는 ‘행복으로의 초대’ 프로그램 때문이다.
문제의 ‘행복으로의 초대’는 지난 79년 대전 문화방송을 시작으로 최근까지 대구와 서울을 제외한 부산, 광주, 전주, 춘천, 마산, 울산, 진주, 강릉, 목포, 제주, 여수, 안동, 원주, 청주, 충주, 삼척, 포항 문화방송에서 방영하고 있다. 순복음교회에서 직접 제작한 테이프가 짧게는 2년부터 길게는 13년 동안이나 서울과 대구를 제외한 전국 텔레비전에서 일요일 새벽이면 늘 방영되고 있는 것이다.
이 프로는 지방 18개 문화 방송과 순복음교회의 계약에 따라서 방영된다고 한다. 곧, 이 시간은 각 지방 방송국이 자체적으로 편성하여 제작, 방영하는데, 18개 지방 문화방송측은 재정 확보를 위해서 개별적으로 시간을 순복음교회에 팔고 있다는 것이 된다. 순복음교회 측이야 선교가 목적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보도에 따르면, 이런 프로가 오랜 기간 방영되면서 문제가 전혀 없지는 않았다고 한다. 이미 3년 전에 이 문제가 거론된 바가 있었지만 유야무야 끝나고 말았는데, 요즈음 이 문제가 다시 부각된 것은 경상북도 안동에서부터이다.
올해 부처님 오신날 (5월 10일) 아침에 방영된 ‘행복으로의 초대’에서 조용기 목사는 불교를 비방하는 설교를 했다고 해서 안동 불교계가 발끈한 것이다. 사태는 안동에서 끝나지 않고 5월 31일에는 경북사원연합회, 청년회, 신도회, 대불련, 전국포교사업회, 한국불교도총연합회가 공동으로 18개 문화방송과 방송위원회에 이를 시정할 것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 내용은 ■불자와 국민들에게 사과 ■‘행복으로의 초대’ 프로그램 중단 ■방송위원회의 진상 조사와 재발 방지를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 들이다.
공정방송 실현을 우한 불교대책위 발족과 활동
시일이 조금 지난 지난 8월 말경 이 문제는 서울에서 본격화되었다. 먼저 보리방송모니터회(회장:김재일), 우리는 선우(공동대표:박광서, 남지심), 경제정의실천불교시민연합(대표:월주) 3개 단체가 문화방송의 ‘행복으로의 초대’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26일자 공문 형식으로 전달된 이 내용은 방송이 공공성과 공정성, 언론의 정도를 지켜줄 것을 촉구하고 ■문제 프로의 즉각 중단 ■관련 재정 공개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 단체들은 사안이 중대한 만큼 범불교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 9월 1일 중앙승가대학학생회(회장:동출)와 조계사청년회(회장:지정수)가 동참한 가운데 공불위를 공식적으로 발족시키고 참여 단체를 늘려 나갔다. 그 결과 승가에서는 선우도량(상임대표선우:도법), 동대석림회(회장:도현)가 추가로 참여하고 재가에서도 대한불교청년회(회장:배영진),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회장:성광모)가 동참해서 지금은 14개 단체가 참여하게 되었다.
공불위는 9월 7일과 15일, 17일 각각 문화방송(사장:최창봉), 방송위원회(위원장:고병익), 공보처(장관:손주환)를 방문하고 항의와 시정을 촉구했다.
공불위의 주장은 이렇다.
우선, 문제 ‘행복으로의 초대’는 방송법 제5조 방송의 공정성과 공공성 제3항(방송은 특정 정당, 집단, 이익, 신념 또는 사상을 지지 옹호할 수 없다)을 비롯하여 방송심의에 대한 규정, 제6조, 제21조 들에 명백하게 위배된다는 것이다. 둘째로 특정 종교나 종파만의 선교를 허용하여 자칫 종교간의 갈등을 조장하고 국민 화합을 깨뜨릴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셋째로 방송이 재정 확보를 위해서 방송 광고도 아닌 일반 프로그램을 특정 집단에 판매한다는 것은 언론 윤리를 짓밟는 행위로 그 어떤 이유로도 변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공불위는 방송위원회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주장하였다.
첫째로 장기간 방송을 묵인해 오다가 지난 5월에서야 불교계 등에서 항의하고 나오자 시청자 불만 사항으로 접수하여 7월에 조사 심의하고 해당 방송사에 개별 권고를 내렸지만 그 뒤에도 계속 방송되고 있는데도 추가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분명한 직무 유기라는 것이다. 둘째로 지난 5월 불교방송의 ‘밤의 창가에서’에 대해 취한 조치와 비교해 보면 형평에 어긋난 불공정한 판정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공보처에 대해서는 이 프로와 관련한 재정 상황 공개를 요구하고, 이 프로의 위법성 여부와 방송 중단 조치의 책임 소재-방송위인지 아니면 공보처인지-를 질의하였다.
MBC, 방송위, 정부의 입장
공불위로부터 공문(항의성 질의서)과 방문을 접한 MBC, 방송위, 정부(공보처)는 한결같이 책임 회피와 불성실한 대답만 했다고 한다.
먼저 MBC는 이 프로 편성권을 각 지방 MBC가 갖고 있으며 독립채산제 이기 때문에 권고 사항이 되지 못한다면서, 다만 10월 초 가을철 프로 개편 때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 정도를 밝혔을 뿐이다.
방송위원회는 15일자 회신 공문을 통해서 ■‘행복으로의 초대’는 “방송은 특정 정당이나 집단의 이익과 신념 또는 사상을 지지하거나 옹호할 수 없다”는 현행 심의 규정 제5조 2항에 위배되므로 지난 7월 10일 해당 방송사에 심의 규정을 준수하도록 ‘개별 권고’를 했다. ■이 개별 권고에 대해서 해당 방송사들이 자율적으로 개선해 나갈 것으로 판단하여 그 추이를 지켜 보고 있다. 그러나 조만간 방송사 스스로 시정하지 않으면 방송법에 따라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리고 면담 과정에서 공불위가 주장한 ‘방송 중단 조치’에 대해서는 그 권한이 정부측(공보처)에 있다고 문제의 핵심을 공보처에 떠넘겼다.
그런데 공보처는 그 권한은 방송위에 있다며 피해 나갔다. 질문이 구체적인데 비해서 답변을 두리뭉실하게 일관한 공보처는 방송관계법에 규정된 재정 상황도 “잘 모르겠다”고 발뺌했다.
관계 기관과 당국의 이런 태도는 공불위로 하여금 공문과 면담 등 조용하고도 점잖은 행동만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리게 했다. 그래서 서명운동과 규탄 집회를 결의하고 그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까지 성과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포항 문화방송이 이 프로를 중단했다는 소식이고 대전 문화방송이 중단 예정을 공불위에 알려 왔다.
지금은 공정방송 명맥 유지의 기로
우리나라 방송과 방송위원회, 정부의 언론 정책에 대한 비판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거의 고질화되어 버린 편파와 왜곡 보도는 주요 사건, 특히 선거 때만 되면 약방의 감초처럼 머리를 드민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문화방송 노조의 파업도 이런 과정이 계속 쌓여오면서 참고참다 어쩔 수 없어 터진 사태이다. 널리 알려진 것 가운데 생각나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 드라마 ‘땅’이 조기 중단되고 계획에도 없는 김영삼씨의 민자당 총재 수락 연설이 날치기 생중계되어 사회 문제화되었다. 또한 9시 뉴스센터의 카메라 출동이 최근 석달 동안 겨우 다섯 차례만 방영되었다. 어느 재벌그룹의 건설 공사 비리, 경찰관의 비행 들이 방영되지 못했다.
6.29 이후 여소 야대 국회에서는 그런대로 자기 방향을 찾아 가던 방송이 삼당 합당 이후 급속히 예의 자기 모습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문화방송 경영진은 노조와 이에 합의하여 명문화한 보도, 편성, 텔레비전 기술 세 부서의 국장 추천제를 한 번도 시행해 오지 않다가 이번에 이 조항을 일방적으로 삭제하려고 하고 있다. 또 경영진은 임금 인상 폭을 일방적으로 결정하였다. 이에 대해서 노조는 3국장 추천제 실시, 일방적 인상 철회, 부당하게 해직당한 노조의 복직을 요구하고 절대 다수의 찬성과 참여로 파업을 강행하였다.
가장 중요한 대통력 선거를 앞두고 언론을 여전히 자신의 선거 기구로 이용하려는 정부와 민자당은 여권 성향의 방송위원회와 방송사 경영진의 고삐를 늦추지 않음으로써 사태 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이번 문화방송 사태의 추이는 적어도 이번 대선에서 문화방송은 물론 여타 방송사에 지대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측된다.
이렇듯 중차대한 시기에 우리 불교계가 비록 ‘행복...’ 프로를 계기로 해서 문제를 제기하고 시정을 요구하게 되었지만, 계속되는 공정방송 실현을 위한 제반 노력에 아낌없이 박수를 보낸다.
다수 불교도의 단결로 ‘행복..’ 프로를 중단시킴은 물론 공정방송을 위해서 외로운 싸움을 전개하고 있는 문화방송 노조가 마침내 승리할 수 있도록 아낌없는 노력을 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