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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의 과학문화와 현대의 정보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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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이태녕 1998년 02월 192호
고려대장경과 고랴의 과학 문화
지금 해인사 법보, 수다라 양 경판전에 봉안된 고려 대장경판은 불교의 귀중한 법보일 뿐만 아니라 비길곳 없는 역사적 문화적 의의를 지닌 기념비적인 문화유산이다. 최근에 정부의 연구 보조비 지원에 의해서 1994년 6월부터 “고려 대장경 기초 학술 연구”가 시작되었다. 연구 범위는 첫째는 해인사 고려대장경판을 봉안한 장경각의 자연 보존 환경 조사이고, 둘째는 해인사 고려 대장경판의 과학적인 보존을 위한 기초 조사였다.
진실로 우리의 대장경은 다른 대장경판과는 달리 오자나 탈자 및 오류를 거의 찾을 수 없다. 한 자 새기고 삼배하는 정성도 정성이려니와 우리 민족의 근면성이 아니고서야 도저히 불가능한 작업이었을 것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깊이 새기고 받들어야 할 정신인 것이다. 마침 법보전 내에 우리 연구진이 설치한 서른두개의 쎈서를 통해서 측정된 온습도 정보가 계속 컴퓨터에 입력되고 있다. 벽면 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넓은 유자창, 그것도 위아래, 앞뒤의 창 크기가 다른 독특한 배열 상태의 건물 구조와 판가(경판 꽂이) 구조가 환기와 햇빛을 건물의 향과 더불어 조절함을 실험 결과를 통해서 설명하였다. 일광 중의 자외선은 이끼, 곰팡이, 곤충, 식물 등 생물의 번식을 막는 작용이 있으며, 일광 중의 적외선은 찬 바닥 흙면을 데워서 공기의 대류를 촉진시켜 건물 내 온도를 균일하게 하는 효과를 발휘하는 긍정적인 면이 있는 반면 자외선과 가시광선의 일부는 목재를 변질시킨다. 이 이율배반적인 일광의 작용을 어떻게 교묘하게 제어할 수 있을 것인가? 이 해답을 쥐고 있는 것은 바로 독특한 지형과 기상의 자연 환경에 조화되게 설계된 장경각 건물의 향과 특징 있는 창문, 경판 배열 상태 등이 기상과 조화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필요한 곳 즉 흙바닥으로는 일광을 안내하고 경판에는 가급적 접근시키지 않는 조절 기능을 맡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었다. 그리고 두 장씩 포개 세워서 꽂혀 있는 경판의 독특한 배열 방법이 굴뚝 효과로 대류를 촉진시키며, 지나치게 습기를 포함한 대기일 경우는 경판이 수분을 흡수하고 건조한 대기에서는 수분을 방출함으로써 공중의 습도를 완충하면서 경판의 수분함량(함수율)을 목재의 변형을 막는 일정한 범위에 머무르게 하고 있다. 목재가 수분을 홉수할 때는 열을 발산하여 주위의 대기 온도를 높이고 반대로 수분을 방출할 때는 열을 홉수하여 주위의 대기를 냉각시킨다. 이 결과가 이 곳 외기는 큰 일교차를 보여주는 데 반하여 경판 주위에서는 5도 이내의 적은 값을 주는 두드러진 온도 완충 작용을 하게 된다. 개방된 장경각 전 공간을 통해서 23도를 벗어나지 않는 균일한 경판 표면 온도를 유지하는 놀라운 효과를 발휘하고 었다. 개방 상태에 가까운 공간에서 기계 공조시설로 이만한 온도 균일화가 가능 할 것인지가 의심스럽다. 한편 상대 습도는 외부영향을 예민하게 받으면서 변화하지만 외기에 비해서 완만하며 비교적 높은 상대 습도를 유지하고 있다. 보통7O~80퍼센트 이상의 상대 습도를 보여주며 몹시 건조한 계절에도 30~40퍼센트 이하로 내려가는 시간대는 같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목재의 변형을 막는, 충분히 습한 환경은 한편 유해 미생물과 곤충의 서식의 장을 마련하게 된다. 이 이율배반적인 환경의 허점을 보완하고 극복한 기술이 옻칠 처리였다.
세계 유일의 옻칠 경판, 아마도 대장경판 조조사업 완성에서 각판에 소요된 10년하고도 6년의 세월을 더 소비한 마무리 작업의 중요한 공정이 바로 이 옻칠 가공이었을 것이다. 미생물, 곤충 방지에 탁효가 있는 옻칠은 인경 작업등으로 현재 마모 탈락, 박리된 부위가 적지 않다. 그러나 박물관에서는 전시물의 입관 당시와 필요시 간헐적으로 농약을 사용한 방제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개방된 공간의 경우는 간헐적 방제는 큰 효과가 없다. 빈번한 농약에의 접촉은 생태계를 인위적으로 간섭하여 살균 소독약에 대한 저항력과 면역을 획득한 미생물과 곤충이 농약으로 인해서 천적(天敵)이 사리진 무법 천지의 환경 아래서 창궐하게 되는, 예기치 않은 미생물과 곤충의 피해가 초래될 위험성을 크게 경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는 992년에 장경각에 대규모의 훈증 소독을 판전에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1993년에서 1994년 8월까지 동사간판전에 지속적으로 극심하게 곰팡이가 발생했던 사실로도 입증되고 있다. 이렇게 마련된 이상적인 환경에 적은 영향이라도 미칠 어떠한 환경 변화도 팔만대장경 보전에 안전하다는 보증이란 실험을 통해서 입증되지 않는 한 있을 수 없다. 환경 변화, 이 중에서도 성스러운 인쇄 매체인 경판보전에600년 이상을 실지로 입증한 온습도 환경 특히 대기의 습도 환경 유지는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만일 가야산 중턱 해인사주변의 대기의 습도 저하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 지하수, 지표수 자원에 영향을 미칠 어떠한 대규모의 자연 파괴를 시도하는 일, 또는 이것을 방관하는 일이 있다면, 이는 민족정기의 결정이며 세계에 빛낼 고려시대 기술과 과학의 정수를 간직한 이 법보를 보존할 의지를 포기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과학이란 이름은 없었지만, 축적된 경험을 통한 놀라운 자연과의 조화로 자연을 잘 이용한 슬기로운 과학과 기술을 새삼 발견할 때, 옛 지혜까지도 보존하고 있는 문화재인 장격각온 놀랍기 만하다. 문화재의 최종 상속자가 아니라 과도적 관리자의 위치에 있는 우리는 세계의 문화유산인 이 법보의 보전에 심혈을 기울여서, 우리가 전수, 계승할 수 있었던 것과 같이, 자손대대에게 완전한 상태로 전수해야 할 절박한 의무와 무거운 책임이 있음을 이운 600년을 맞이한 이 시점에서 다시 되새겨 볼 필요가있다.
새로운 전산매체 문화재
재조再雖 고려대장경판이 조성된 이후 대장경을 인경한 역사를 왕조실록에서 보면 인경 부수는 조선시대에 약 78부, 일제 시대에 5부 그리고1960년대 (1963~1968) 13부로 도합 약96부로 알려져 있다. 한편 국내에는 20세기 이전 것은 거의 소실되고 가장 오래된 것은 오대산에 있는 고종2년(1865년) 인경본의 일부분뿐이다. 현재 해인사에 봉안된 인경본과 동국대학에서 영인한 인경본도 1960년대의 것이다. 이처럼 귀한 대장경을 접할 수 있는 기회는 한정판으로 인쇄된 동국대 간행 48권의 영인본이 비치된 기관이나 도서관 밖에 없었다. 이런 형편인지라, 정보화 시대를 맞이하여 컴퓨터를 통해서 어디서나 누구나 열람하고 연구하고 편집할 수 있는 전자매체의 조성을 위해서 추진중에 있는 해인사 장경연구소의 전산화 사업의 중요성과 그것이 미칠 영향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다. 6500백만 자가 새겨진 17만 면에 육박하는 팔만대장경판의 내용을 빠짐없이 지름 12.8센티미터의 얄팍한 플라스틱 원반으로 된 CD롬 한 장에 저장한 전자매체가 발표된 지도 2년의 세월이 흘렀다. 이 CD롬은 영인본체계에 따라서 48권에 해당하는 48개의 큰묶음으로 크게 분류되고, 100쪽 단위의 작은 묶음으로 다시 분류된 다음 한 쪽은 경판 세 개의 내용이 실린 한 개의 파일을 형성하는 파일 분류방법을 취하고 있다. 이 CD롬 대장경은 아직 교정을 거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오자, 이체자 등 글꼴의 미비점이 있는 알파판 성격을 띠고 있다. 입력된 대장경의 운용 체계는 “훈민정음”이며 이 워드는 기능 중에서 일부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활용할 수 있음에 주목해야 하겠다. 1,000개가 배포되고 2년이란 세월이 경과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대장경매체 사용 과정에서 봉착한 어려움이나 문제점에 관한 문의나 오자나 운영상의 문제 등 지적 사항이 외부로부터는 한 건도 없었다는 사실은 우리 현실에 대해 시사하는 점이 없지 않다. 아마도 내용 체계, 기능과 사용 방법등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부족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비단 열람하고자하는 경을 열어서 필요로 하는 경문을 열람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인쇄하는 일, 틀린 한자나 한 구절의 문구를 자동 수정하는 일, 같은 문자열을 자동으로 찾아내는 일, 토를 달아 풀이하는 일, 방점이나 표점을 찍는 일 등을 능히 수행 할 수 있다. 단 대화 창에서 한글―한자 전환이 안되어 본문에서 한자 단어를 일일이 복사해야 하는 불편은 있다. 한편 텍스트나 2바이트 코드로 바꾼 다음에 글에서 처리하면 한글―한자 변환은 쉽게 잘된다. 그러나 대장경체 글꼴은 사용 할 수 없는 점, 이체 자동 변환이 안되어서 한글에서 인식하지 못하는 제법 많은 글꼴이 생기는 결함이 있다는 불편은 있다.
한편 국외에서는 이 CD롬이 일부 인사에 의해서 잘 활용되고 있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그 한 예로서 독일의 빗턴Wittern 박사는 유니코드로 변환시킨 후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 것을 발표하였다. 교정과 이체자 문제가 완결되지 않은 현시점에서 꽤 관심을 두고 검토 연구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된다. 다양한 색인을 만들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되고, 경문내의 주석을 마음대로 찾아볼 수 있으며, 광범위한 검색이 가능하게 되는 개정판을 고대하면서 대장경 연구소에서 진행중인 교정, 이체자 사전, 이자와 부족 한자 글꼴 제작과 코드워드 프로세서, 데이터 베이스, SGML에 의한 주석화와 인터넷 문서화 등 산적한 작업 여정이 순조롭게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