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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 골프장이 만들어지면 정권퇴진운동 불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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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송필경 1998년 02월 192호
해인사의 가야산
신라의 대학자 고운 최치원崔致遠 선생은 말년에 “스님아 청산 좋다 이르지 말게, 산이 좋다면 왜 다시 나옵니까. 먼 훗날 내 종적 눈여겨보시오, 청산에 들면 다시 안 나오리라” 하면서 입산 뒤 선인이 되었다는 설화가 있다. 그가 입산한 산이 바로 가야산이다.
명산에는 대찰이 따르게 마련이라 가야산에는 팔만대장경이 있는 법보종찰인 해인사가 유명하다. 해인사는 선교양종의 본산이며 백련암 등 열 입곱개의 암자를 거느리고 있으며 통도사, 송광사와 더불어 우리나라 삼대 사찰의 하나다.
오늘날 해인사의 이름을 천하에 알리게 한 것은 역시 고려대장경의 경판이 여기 소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경판은 제32호, 그것을 간직한 장경각은 제52호로 저마다 국보로 지정되어있는 일명 팔만대장경은 원나라의 침공을 법력으로 이기고자 1236년에 착수하여 십육년에 걸쳐 1251년에 완성한 민족을 대표하는 보물이자 인류의 문화유산이다.
산악인 김장호 교수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이런 해인사에 매력을 더해주는 것이 가야산이다. 가야산에 올라 해인사 쪽을 내다보고 있노라면 지리는 역사를 빚어내고 역사는 또 지리를 꾸며낸다는 말이 새삼스럽지 않다. 남으로 합천, 함양, 산청 그 남한의 산수갑산을 거쳐 지리산으로 뻗는다지만, 산줄기는 거기까지 이어지지 않는다. 서로 멀리 덕유의 연봉을 배경으로 하여 수도산에서 부터 매화산 둥 우람한 산괴山塊를 겹겹이 싸감아 밀어붙여서는, 동쪽 대가천을 배수背水로 하여 벌여 놓은 큰 덩치가 바로 가야산이다. 대가천은 물론, 남지에서 갈래를 나눈 낙동강의 상류가 고령에서 북상하는 대가야천의 줄인 이름이니, 이 곳에 수운水運이 들어 대가야의 번성을 가져오고, 이곳이 궁벽하면서 빼어난 산수가 들어 해인사의 대장엄을 빚어내고 있다.”

골프장이 우리 사회에 주는 문제점
골프장은 거대한 면적의 국토를 소비하는 비생산적인 놀이터이자 환경 오염과 생태계 파괴의 주범이다. 전국 골프장 면적 이만 핵타르는 지난 삼십년 동안 일방적인 공업화정책으로 마련한 전국 공장 면적보다 오히려 넓다. 전국 택지 면적의 십일 퍼센트와 맞먹는 거대한 규모이다. “비생산적인 놀이터” 건설에는 “반드시 보존되어야 할 생산지”인 엄청난 농경지나 산림 훼손이 뒤따르고 있다. 또한 골프는 무한히 넓은 토지 위에서 하는 운동, 하루에 삼십만 평의 넓은 초원을 백오십 명만이 독점하는 “토지 소모성 운동”이다. 곧 18홀 골프장의 넓이는 축구장 백개의 넓이와도 맞먹는다.
과소비라는 사회적인 문제―억대를 넘는 골프장 회원권, 몇 백 몇 천이넘는 초호화판의 수입 골프용품들, 십만 원이 넘는 입장료와 팁을 아무런 스스럼없이 낭비하는 일 따위―를 야기 시킨다.

골프장 건설의 일반적 속성
골프장 건설은 첫째, 국․공유지와 같은 값 싼 땅을 대량 이용한다. 도시 근교 일은 야산이나 쓸모 없는 땅일지라도 지금 주로 건설되고 있는 골프장에 견주어서는 무척 비싸다. 이 때문에 이윤을 남기기 위해서는 자연경관이 좋으며 값이 싼 산림지역을 택하게된다. 그 결과 자연환경―산림파괴, 식수원이나 상수원의 오염 등―의 파괴가 불 보듯 뻔해진다.
둘째, 자연을 대량 파괴하는 골프장 건설은 법적 규제가 엄격하며 시행 절차가 까다롭기 때문에 실정법을 위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골프장 건설 과정에는 언제나 권력의 부정 행사나 사업주와 관료들과의 유착이 거의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골프장에 뿌려진 농약오염을 피하기 위하여 광역 상원에서는 이십 킬로미터, 상수도 보호구역과 취수장에서는 십 킬로미터 이상 떨어져야 한다”는 골프장 건셜 허가 조건을 지키는 사업장은 우리니라에는 거의 없다.
셋째, 골프장 건설로 일부 득을 보는 주민과 피해를 보는 많은 주민과의 마찰도 거의 필수적이다. 사업주와 행정 관료들은 건설의 찬반 공작을 통해 이웃간에 불신과 반목을 조장시켜 수십 년 또는 수백 년 쌓아은 공동체 의식이 순식간에 파괴된다.

왜 혜인 골프장건설은 더욱 안되는가

경북대 박상진 교수―고려대장경보존연구원―는 “대장경판이 나무로 된 재질임에도 불구하고 칠백오십여년을 이어오는 동안 썩거나 갈라지는 결함하나 없이 오늘까지 고스란히 보존될 수 있었던 것은 선조들의 목재 다루는 우수한 기술과 함께 해인사 주변환경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경판은 오랜 세월을 거치는 동안가지고 있던 목재수분은 사철의 온, 습도에 알맞게 홉습과 탈습과정을 반복하여 거의 안정되어 있다. 해인사의 바람은 높새바람의 형태로 가야산 넘어 환경변화에 민감하여 광활한 면적의 골프장 건설은 해인사 주변의 공중습도조건에 바로 영향을 줄 수 있다ꡑ는 연구 보고를 냈다.
해인사를 방문하여 직접 심사한 유네스코 문화유적 조사관 실바 사무총장은 팔만대장경이 오늘날까지 온전히 보존될 수 있었던 것은 최적의 기온 유지와 풍속, 습도 조정을 위한 특별한 노력 둥에 의해서 가능했다ꡑ고 주장했다. 그러나 해인 골프장은 장경각으로부터 불과 34킬로미터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95년 1월초 골프장 예정지와 그 밑에 하나밖에 없는 계곡과 그 물을 담는 노리저수지와 저수지 물을 이용하여 양질의 식수와 농업용수를 이용하는 덕곡면과 고령일대를 답사한 적이 있다. 극심한 가뭄이 든 그 해 경북일원의 평균 저수율은 불과 이십퍼센트 내외였다. 놀랍게도 노리저수지는 저수율 백 퍼센트를 넘어 댐 위로 물이 철철 넘쳤다.
해인 골프장 27훌 사십팔만평의 잔디보호 유지를 위한 하루 용수량은 천이백 톤 가량 된다. 곧 엄청난 물 사용을 위해 지하수를 개발할 수밖에 없는데, 이로 인하여 산 건너편 장경각과 해인사쪽에 상대적으로 물이 적어질 수밖에 없다. 지표수가 건조하다는 것은 대장경판이 갈라질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골프장 예정지 아래 이 계곡 물에 의존하는 고령일대 삼만 명 주민에게 잔디에 뿌려지는 엄청난 양의 농약살포로 식수의 오염과 고갈이 확실시 된다.

골프장은 총체적 부패의 상징이다
지금의 아이엠에프 체제라는 치욕스러운 처지에 빠진 혼란의 원인은 가깝게는 김영삼정부의 오만과 독선 때문이겠지만 더욱 근본적인 이유는 가진 자들의 천박성, 관료의 부패, 일반 서민들의 미성숙 때문이다. 감히 단언하건데 이 사회를 망하게 한 상징적인 본보기, 다시 말해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 총체적 부패 표본의 대표가 골프 문화다. 어려운 경제는 삼십 분 덜 일한 노동자의 탓으로 돌리고 자신의 몸만 빼고는 외제 일색으로 꾸미고 고급승용차를 타고 골프장을 출입하는 소수 귀족층의 행태는 열심히 일하는 이 땅의 모든 서민에게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또한 골프장 건설은 이 땅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대의 환경 교란 행위이며. 더구나 해인골프장 건설은 한민족이 이룩한 인류의 문화유산에 대한 파괴행위이다.
그것은 마치 루브르 박물관 안에 룸싸롱을 만드는 것 보다 천박한 작태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