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산 순환도로 개설의 문제점
첫째, 가야산의 종교환경을 파손하게 되는 점이다.
가야산은 옛부터 물, 불, 바람의 삼재가 미치지 않는다는 신비로운 종교적 성역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세계문화유산이자 불교 최고 성보인 고려팔만대장경을 이 곳 가야산에 봉안하게 된 것이며, 또한 오늘날에도 가야산에는 해인사 큰절을 중심으로 열 여섯 암자가 골짜기마다 자리하고 있어 오백여 명의 스님들이 언제나 수행 정진하고 있다. 이러한 까닭으로 가야산 해인사는 한국불교 최고의 성역이자 최대수행도량으로 모든 불교인들의 귀의처가 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종교적 성역인 가야산의 허리를 동강내고 터널을 뚫어 산세의 정기와 맥을 잘라버리겠다고 하니 이렇게 어리석은 처사가 어디 있는가? 더구나 이러한 관광순환도로 개설로 인한 행락객의 증가와 순환도로 주변에 형성될 상가와 식당, 여관 등 위락시설들은 해인사 일대의 수행환경과 종교환경을 결정적으로 손상시키면서 해인사를 하나의 거대한 관광단지로 전락시키고 말 것이다.
1995년 9월 대법원은 서울 강남의 봉은사 인근의 고층빌딩건설에 관련된 재판에서 ‘각종 건설공사과정에서 전통사찰의 종교환경권이 보호되어져야 한다’ 는 취지의 판결을 함으로써 ‘전통사찰의 종교환경권’ 개념이 건설 공사에 따른 환경영향평가의 요소로 간주해야 한다는 판례를 남긴 바 있다. 그러나 1997년 11월에 설계업자가 부산지방 국토관리청에 제출한 가야산 순환도로공사에 따른 ‘환경영향 평가서’에는 이러한 점이 완전히 무시되었다.
둘째, 가야산과 해인사의 문화환경을 파괴하는 점이다. 가야산에는 불교 최고의 성보요 세계문화유산이며 국보로 지정된 팔만대장경판, 장경각을 비롯하여 국보, 보물, 사적 및 명승, 지방문화재 등이 약 팔십여 점이 소재하고 있다. 수년 전부터 가야산 골프장 건설을 반대하는 주요한 까닭이 골프장건설에 따른 가야산 일원의 문화재 훼손과 문화환경 파괴가 주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였음은 주지하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번의 가야산 순환도로공사는 골프장 건설과는 비교할 수 없는 문화환경훼손이 예상되는데도 ‘환경 영향평가서’에는 도로공사계획구간에는 문화재가 없으며, 해인사큰절과 1.3킬로미터 떨어져 있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단정하고 있다. 이는 무지를 넘어 사실을 기만한 범죄행위로 규탄 받아 마땅하다.
가야산에는 국보, 보물등의 유형문화재뿐만 아니라 가야산 일원 그 자체가 국가지정문화재인 ‘사적 및 명승 제5호’로 지정되어 있다. 따라서 이번의 가야산 순환도로공사는 국가지정문화재인 가야산을 훼손치 않고는 추진 될 수가 없는 것이다. 문체부, 특히 문화재관리국의 엄정한 대응이 필요한 사안이다.
셋째, 국립공원 제도의 취지에 어긋나는 관광 개발사업이기 때문이다.
‘환경영향평가서’에 따르면 가야산 순환도로 건설의 목적을 가야산 국립공원의 관광산업 진흥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국립공원의 주된 설립취지는 생태계 및 자연환경의 보존 보호이다. 세계자연보존연맹IUCN)이 규정하는 국립공원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상당한 면적으로서 하나 또는 몇 개의 생태계가 인간의 개발이나 점유에 의한 본질적인 변화를 입지 않고 동식물의 종류와 지형학상의 풍습이 학술, 교육, 휴양상의 관심 대상이 되거나 자연적으로 뛰어난 경관미를 지닌 지역으로, 국가의 최고기관이 전 지역에서의 개발을 신속하게 배제할 수 있고, 지정요인인 생태학상, 지형학상, 미학상의 현상을 존중하도록 효과적인 강제를 할 수 있는 곳이다.ꡓ
도로폭 11미터-도로 양옆으로 주차할 수 있는 2차선-의 아스팔트가 국립공원구역인 가야산을 관통하면서 순환한다면 동물, 곤충의 이동로가 차단될 것이며 이에 따른 생태계 전반적인 변화와 파괴는 불을 보듯 예상된다. 문제가 이토록 심각한데 국립공원의 관리 주체인 국립공원관리공단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국립공원은 1997년 여름까지 내무부 지역개발과 산하에 있는 관계로 내무부나 건교부가 추진하는 각종 개발사업에 속수무책이었다. 지금은 명목상으로는 내무부 자연공원과(신설)에 소속되어 있지만 그 업무의 독자성과 자율성을 의심받고 있다. 현실적으로도 국립공원관리공단은 도로설계에 따른 측량작업등 제반사업추진이 국립공원구역내에서 진행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일 년 동안 침묵하고 있다. 이들은 단순히 수수방관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개발을 위해 공동작업을 하고 있는 것일까?
다행스러운 점은 지난 1월6일 환경부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보고한 내용 가운데 각종 개발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사업시행자가 임의로 지정한 사설기관에서 환경영향평가를 하게 하는 현행제도는 필연적으로 환경 훼손과 오염을 야기시키므로 총리실 산하에 환경영향평가 전담 기관을 두어야 한다는 건의를 하여 긍정적으로 수용되었고, --가야산도로문제도 사업 시행자인 경남도가 동신개발이라는 사설기관에 도로설계를 맡겼으며 현행 제도에 따라 설계업자인 동신개발이 환경영향평가를 했다는 점이 문제인 것이다--1월 16일에 있은 정부 조직 개편 심의위가 개최한 공청회의 시안에는 자연보호와 국립공원의 소관
부처를 환경부로 이관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
해인사와 불교계는 1970년대 초 정부에 의해 일방적으로 가야산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할 때부터 우리나라 공원정책이 관광개발정책에 다름 아니라는 까닭에서 줄기차게 반대해 왔으며, 1986년에는 해인사에서 전국 승려 대회를 개최하여 ‘사찰의 공원화 반대, 관광화 반대’를 천명하고 기야산 국립공원 매표소를 강제적으로 석달 동안 폐쇄시키기도 하였다. 이번에 도로개설 사업과 관련하여 국립공원관리공단이 관광개발에 앞장서고 있다는 혐의를 벗지 못한다면 국민적 지탄은 물론이고 국립공원제도의 유지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시키게 될 것이다.
넷째, 특히 홍류동 계곡의 수질오염 문제이다.
‘환경영향평가서’는 도로개설에 따른 홍류동 계곡(가야천)의 오염 가능성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결정적인 결함을 드러내고 었다. 소나무와 잣나무가 울창한 홍류동 계곡의 맑은 물은 우리나라 십승지의 하나이며 가야산 해인사의 상징이기도 하다. 봄이면 진달래 꽃물이, 가을이면 단풍의 붉음이 흘러간다 하여 홍류가 아니던가?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홍류동계곡은 오염되어 탁류가 흐르고 악취가 진동하게 되었다. 가야산 내부 고원지대에 고랭지 농사구역이 늘어나면서 비료 등에 의한 오염이 생겨나고, 신부락이라 불리는 여관, 상가, 식당 등의 공원시설지구가 홍류동계곡 상류에 자리잡으면서 수질오염은 당연한 것이 되어버렸다. 수억원의 예산을 들여 설치한 계곡 정화시설은 무슨 까닭에서인지 작동조차 제대로 못한 채 십여년 동안 방치되면서 녹슬어 버렸다.
다행히 이따「금 내리는 큰비로 계곡이 청소되지만 이 또한 최근 엘니뇨현상으로 인한 가뭄 때문에 불안한 실정이다.
사태가 이러한데 가야산에 순환도로를 내겠다니 이 무슨 망발인가? 팔공산 순환도로 예를 들 것 없이 가야산 북쪽의 백운동 도로 연변에 들어 차있는 식당, 여관들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만일 가야산순환도로가 개설된다면 도로를 따라 도로 연변은 물론 도로 주위에 각종 위락시설들이 들어설 것이며 특히 가야산 내부 고원지대인 마장마을 일대에는 각종 관광위락단지가 형성될 것이니 각종 환경오염과 훼손을 위시하여 홍류동계곡 오염을 무슨 수로 막을 수 있을 것인가?
어떻게해야힐것인가
이번 가야산 순환도로 개설사업은 추진의 동기와 과정, 타당성에 있어 납득할 수 없을 만큼 문제가 많다. 만일 이 도로사업이 불법 부당하고도 무리하게 강행된다면 이 사업에 관련된 정치인, 공무원, 사업자들은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또한 해인사는 관련 정부기관들에 이러한 부당한 사업추진에 대한 비판과 거부 의사를 명백하고도 단호히 밝혀야 할 것이며, 종단-―총무원, 중앙종회―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대응을 해야 할 것이다.
특히 환경부는 도로개설에 따른 환경 영향 평가 최종 승인 과정에 적극 개입하여 잘못을 바로 잡아야할 것이다.
가야산 순환도로와 관련하여 노선계획을 전면 백지화시키고 도로구역을 변경시키기 위해 이해와 협조를 구해야할 기관과 단체는 대략다음과 같을 것이다.
경남도지사, 부산 국토관리청, 합천군수, 도의회, 군의회, 국회의원(거창, 합천), 환경부, 건교부, 내무부, 국립공원관리공단, 문체부(문화재관리국), 국회, 연등회, 각 정당 불자회,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감사원, 각종 환경단체 및 시민단체 등….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가장 중요한 것은 해인사 스스로가 수행과 교화의 제반불사에 있어 불교적 가치에 입각하여 환경 친화적인 노력을 기울일 때 가야산을 종교환경, 문화환경, 자연환경에 있어 자손 만 대에까지 유전할 불교의 성역으로 보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