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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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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가의 얼과 멋 - 편집실 1992년 10월 128호
고추잠자리 떼가 높다 못해 푸르게 치솟은 하늘 호수를 맴도는 가을, 허물어진 담장가에 유도화가 선명하게 피어 있고, 그 잘 익은 햋빛 조각들이 대웅전 빛바랜 창호지에 보석처럼 뿌려지던 날, 불공 드리러 간 어머님의 광복옷 자락에 매달려 처음 절에 가 본 유년 시절의 기억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때 따그락 따그락 대웅전 처마를 울리던 나무통 두들기는 소리를 따라서 짤랑짤랑 나즉히 신비하게 들리던 쇠붙이 소리. 그 맑고 청량한 소리가 요령 소리이다.
실과 바늘처럼 목탁과 요령은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사원의 오랜 전통 속에 뿌리내려 온 법구이다.
불단이 차려지고 대종이 산중을 울리면 대중 스님네는 법당에 모인다. 법주가 요령 장단에 맞추어 제불을 청하면 바라제의 목탁이 다음을 이르면서 재식은 진행된다. 그 염불 자락에 맞추어 우리네 소원의 간구가 부처님 앞에 바쳐지는 것이다.
요령이 불전 의식佛前儀式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물이듯 수천 년 승가의 세월과 함께 숨쉬어 온 우리 땅 우리 역사의 뒤안길에서 요령 속에 담겨진 말들이 지금도 많이 쓰이고 있다.
이를테면 무슨 일을 잘 꾸려가지 못하거나 풀리지 않을 때 흔히 쓰는 ‘요령 부득’ 이라든가 어떤 일에 잔꾀를 부리거나 행동을 느적거릴 때 우리가 ‘요령 피우지 말라’고 핀잔을 주는 것들이다.
요령은 한 손으로 움켜 잡을 수 있는 손잡이에 작은 사발 같은 모양으로 종을 만들어 딸랑거리게 하는데 손잡이엔 용과 봉을 조각해서 새기기도 하고 불두(부처님 얼굴)을 조각하여 쓰기도 한다.
우리 승가의 법과 얼이 삼라만상의 궁전 안에 더 건강하게 자리 잡으려면 더 크고 아름다운 요령 소리가 골골히 퍼져 나가야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