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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종회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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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리포트 - 편집실 1992년 09월 127호
10대 종회에 바란다
지난 일 년 동안 대립과 갈등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조계종이 마침내 8월 말 10대 종회 구성에 성공함으로써 분규는 일단 수습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런 분석은 10대 종회 의원에 반서反徐 진영 다수 인물이 참여해서 당선되었으며, 이른바 강남 총무원을 위한 별도의 종회 구성이 사실상 원만하게 이루어지지 않은 점에서 그 당위성을 인정받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미 보도된 대로 8월 14일 열린 종회의원 선거에는 직선 후보로 72명, 간선후보로 52명이 입후보해서 예년 수준을 웃도는 평균 1.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그 가운데는 그 동안 서 원장 진영을 줄곧 반대해 왔던 법장(수덕사 주지), 법등(직지사 부주지), 정휴(원주 구룡사 주지), 종상(불국사 전 재무), 월탄(법주사 전 주지), 지원(삼보사 주지), 정우(서울 구룡사 주지), 일면(남양주 흥국사 주지)스님들이 직선 후보로 참여했으며, 도중에 후보자격 포기를 선언한 종상스님을 제외한 전원이 당선되어서 눈길을 모으기도 했다. 이들이 10대 종회에 합류함에 따라 반서 진영은 이제 그 세력이 상당히 위축될 수밖에 없게 되었다. 게다가 마지막까지 이들 진영의 주력 사찰로 활동하던 신흥사마저 주지가 기소된 상태에서 별다른 충돌없이 새로운 재산 관리인이 접수함으로써 사실상의 세는 없다는 것이 교계 주변의 관측이다. 이들 진영은 별도 종회 의원 선거 일정에 맞추어서 의원 명단을 발표하긴 했으나 그들 대부분이 현실적으로 영향력이 없는 인사들이어서 이런 관측을 더욱 뒷받침해 주고 있다.
따라서 이번 10대 종회를 보는 시각은 두 조각으로 나뉘어 있던 조계종이 서 원장을 중심으로 세력이 재편된 결과를 가져왔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인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이번 종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 또한 적지 않다는 게 교계 관측통들의 분석이기도 하다.
우선 이번 종회가 장기화했던 분규의 완전 수습에 얼마쯤 기여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분규가 일단 진정 국면에 들어선 것만은 사실이지만 분규에 커다란 불씨가 되었던 종단 지도가의 도덕성 문제는 아직 해결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 일반적인 지적이다. 왜냐하면 7월 14일 내려진 대법원의 기각 판결에 고무된 일부 당사자들이 계속해서 가처분신청 등의 사법적 공세를 취할 태세인데다가, 또 이번 종회에 합류한 반서 진영의 의원들이 이 문제를 들고 나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비록 그 수가 적긴 하지만 이들이 이 문제를 다시 거론할 경우 종단은 또 다시 갈등과 대립의 악순환을 거듭하는 파행 국면을 맞을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종회는 종단 화합 차원에서 어떤 형태로든 도덕성 문제만은 매듭을 지어야 한다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바람이다.
또 다른 문제는 그동안 현체제를 반대해 왔던 당사자들을 어떻게 섭수해 종단 발전의 전기로 삼을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비록 그 세가 약화되긴 했으나 별도의 총무원 간판이 아직도 걸려 있는 만큼 언제까지 이들을 그대로 방치해둘 수만은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들 대부분은 현 원장 집권 체제에서 직접적으로나 간접적으로 소외되어서 피해를 본 당사자들이기 때문에 현 원장이 먼저 화해 노력을 하지 않으면 어쩌면 갈 데까지 가본다는 식으로 극한 대립을 계속할 공산이 크다. 따라서 이들의 섭수절복에 10대 종회가 전면에 나서야 함은 당연하다. 이들을 몰아붙이기보다는 종단 발전에 동참하는 전기를 마련해 줌으로써 더 이상 분규가 없도록 해야한다는 것이 종도들의 솔직한 심정일 것이다.
이미 각 정당이 불교도 표를 얻기 위해 치열하게 득표 활동을 하고 있는데다가 사회 각종 이익 단체들도 저마다 이해 득실을 따지며 대선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게 지금 실정이다. 각 후보자들은 예전 선거와 다름없이 이천만 불교도의 표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벌써부터 주요 사찰을 탐방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특정 신도 단체까지 후원해 주면서 표밭갈이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국회의원 선거와 달리 대통령 선거에는 각계 각층을 대상으로 한 공약이 제시되므로 불교계가 한 목소리로 나서야만 전체적인 불교 발전을 가져올 수가 있다. 따라서 불교방송의 지방망 확충과 텔레비전 방송국 설립 문제, 각종 불교 악법의 개․폐문제 등 종단 현안 문제에 대해서 일사 분란함이 요구된다.
마지막으로는 제도 개혁을 비롯하여 종헌 종법의 정비 문제가 있다. 지금까지 제시한 문제가 종단 화합을 바탕으로 한 대사회적인 문제라면 이것은 내부적으로 부실한 점들을 자체 개혁해 나가는 자율 정화의 의의가 있다.
사실 제도 개혁 문제는 종단 문제를 논의할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지만 늘상 보혁 또는 신구의 대립이 표면화되면서 탁상 공론에만 그치는 아쉬움을 남겨왔던 게 지금까지의 실정이다. 즉 개혁 논의만 있고 개혁 추진 세력은 없어서 지지 부진함을 면치 못한 채 시간만 보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종단 주변에는 “조계종의 제도 개혁은 요원한 일이다” “자신의 기득권을 포기하면서까지 개혁에 나설 사람들이 아니다”는 따위의 비아냥 섞인 소리가 무성하다. 제도 개혁과 맞물린 종헌 종법 개정 문제 역시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될 중요한 사안이다. 상위법과 하위법이 상치되어서 법 적용에 난맥을 보이는 경우가 허다하고 마침내는 사회법에 제소해서 종헌 종법의 모순을 지적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종단의 종헌 종법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자 이를 기화로 분규가 만연하는 기현상이 속출하여 삼보 정재의 낭비가 심각한 지경까지 이르고 있다.
어쨌든 이번 10대 종회는 그 어느 때보다도 종도들의 관심과 성원이 많은 가운데 화합 종단의 새모습을 갖추는 종회로서 출항의 닻을 올렸다. 지난 9대 종회가 분규의 소용돌이 속에서 파행으로 얼룩져서 실망을 주었던 만큼이나 이번 종회에 거는 기대는 크다고 할 수 있다.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조계종 종회는 종단 내의 최고 의결기관으로 집행부를 견제하고 비판하는 동시에 입법기관으로 종헌과 각종 종법을 제정하고 개정하는 일을 주요 임무로 삼고 있다. 그러니까 종단 안에서는 무소불위의 힘을 가진 최고의 합법기구인 셈이다. 지난 62년 8월에 출범한 조계종 중앙종회는 지난 9대에 이르기까지 숱한 우여곡절을 거치며 부침을 거듭했다. 분명한 것은 종단은 종회가 안정되어서 제 역할을 다하려는 조짐을 보일 때 발전했으며, 파행 종회의 모습을 띨 때 종단은 분규의 구렁텅이로 빠져들었다는 것이다. 무소불위의 힘은 잘 발휘하면 득이 되지만 자칫 하면 종도들에게 실망만을 안겨 주는 역기능을 갖고 있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역대 종회는 종법상의 회기인 아흐레 가운데 겨우 이틀 동안 열리는 종회에서 동대 이사 자리를 누가 차지하는지를 놓고 열띤 논쟁을 벌인다든지, 걸핏하면 총무원장에 대한 불신임안이나 내는 따위의 이권과 인사권에 관련된 논의가 주류를 이룸으로써 25년 동안 총무원장을 26명이나 배출했다.
한편 이번 10대 종회에는 9대 종회에 참여하지 않았던 29명의 의원이 새로 참여하여 이들이 새로운 종회의 위상을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대부분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인 이들 의원들은 초선이나 재선인 경우가 많아서 조계종 종회의 세대 교체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세대 교체의 기운을 안고 출범한 10대 종회는 불교 발전의 기로에서 숱한 과제를 안고 있다. 역사는 젊은 세대에 의해 진보한다는 말이 있듯이, 분열된 종단을 화합으로 이끌고, 불교가 새시대와 새역사의 주인이 되도록 하느냐 아니면 퇴락의 길을 걷게 하느냐는 책임이 바로 종회에 달려 있다고 하겠다. 결의만 있고 실천은 없는 종회, 이권 싸움만 있고 건설적인 토론은 없는 과거와 같은 종회라면 차라리 없는 것이 낫다는 게 종도들의 생각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