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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아함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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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함경 산책 - 돈연 1992년 09월 127호
지금까지 시의 형식적 분류 방법으로 잡아함의 시들을 살펴보았다. 마치 넘어진 사람을 일으켜 세우듯, 어두운 밤 길 등불을 비춰 주듯 듣는 대상의 깊고 얕음에 따라 자유자재로 법을 설했던 부처님 모습을 시 형식의 분류를 쫓아가 보았다.
이제는 그런 분류 형식에서 벗어나 길거나 짧은 경전 내용을 따라가며 선한 사람, 고약한 사람, 신분의 차별이나 생활 또는 정신적 문제로 고뇌하고 갈등했던 사람들을 만나 위로하고 기운을 북돋아 주며 감로의 법을 전했던 부처님의 가르침을 새겨 듣기로 한다.
나도 갈고 뿌린 다음에 먹는다.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부처님께서 코살라의 이카날라 마을 이카날라 숲에 계실 때였다. 그 때 부처님께서는 가사 입고 바리 들고 이카날라 마을에 들어가 걸식하려다가 이렇게 생각하였다. 오늘은 너무 이르다. 우선 바라문 바라드바자가 음식을 만들고 있는 곳으로 가 보자.
그 때 바라문 바라드바자는 오백 명의 밭가는 사람들을 위해 음식을 만들고 있었다. 멀리서 부처님이 오는 것을 보고 바라문 바라드바자는 이렇게 말했다. 고오타마여, 나는 지금 밭을 갈고 씨를 뿌립니다. 그것을 먹고 살아갑니다. 사문 고오타마께서도 밭을 갈고 씨를 뿌려 그것을 먹고 살아가야 합니다.
부처님께서 바라문에게 말씀하셨다.
나도 밭을 갈고 씨를 뿌립니다. 그것을 먹고 살아갑니다. 나는 사문 고오타마의 보습도 멍에도 쟁기줄도 고삐도 호미도 채찍도 본 일이 없습니다. 그런데 사문 고오타마께서는 “나도 또한 밭을 갈고 씨를 뿌린 다음에 먹는다”고 말씀하십니다. 바라문 바라드바자는 게송을 읊었다.
스스로 밭을 간다 말하지만
밭을 가는 것을 보지 못했네
내게 갈고 뿌리는 것을 설명하여
나로 하여금 밭 가는 법을 알게 하소서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믿는 마음은 씨앗이 되고
고행은 비가 된다네
지혜는 보습이 되고
부끄러움은 멍에가 된다.
바른 생각을 스스로 지키면
이것이야말로 좋은 농사꾼

몸과 말과 뜻을 잘 단속한다.
음식을 알아 먹을 만큼 먹는다.
진실로 수레를 삼고
즐겁게 살되 게으르지 않으며
정진하되 황폐하지 않게 하니
편안하면서도 새롭다.
우회하지 않아서 곧은 길
근심 걱정 없는 곳에 도달한다.
이러한 밭갈이라야
감도의 열매를 맺고
이러한 밭갈이라야
다시는 갈등을 받지 않는다.
바라문 바라드바자는 게송을 듣고 부처님을 찬탄했다. 좋은 밭갈이입니다. 고오타마시여! 참으로 좋은 밭갈이입니다. 고오타마시여, 밭을 가는 바라문 바라드바자는 부처님의 게송을 듣고 마음에 더욱 믿음을 내어 좋은 음식을 한 바리 가득 담아 부처님께 드렸다. 부처님은 그것을 받지 않으셨다. 게송을 읊어 얻은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설법으로 얻었기 때문에
그 음식은 음식으로 받을 수 없다.
이러한 여러 가지 말씀들은 앞서 불을 섬기는 바라문에게 말씀하심과 같다. 그때 바라문 바라드바자는 부처님께 여쭈었다. 그러면 이 음식은 어디에 주어야 합니까. 부처님께서 바라문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아직 모든 하늘이나 악마․범천․사문․바라문․하늘신․세상 사람들이 이 음식을 먹고 몸이 편하게 된 것을 보지 못하였다. 바라문이여, 그대는 이 음식을 갖다가 벌레가 없는 물속이나 살아있는 풀이 없는 곳에 버리도록 하라. 그때 바라문은 곧 그 음식을 갖다가 벌레가 없는 물 속에 버렸다. 그러자 물은 곧 연기를 일으키고 부글부글 끓어오르면서 푸푸 소리를 냈다. 마치 뜨거운 쇳덩어리를 찬 물에 넣을 때 나는 소리 같았다. 그처럼 그음식을 벌레가 없는 물 속에 던지자 물은 연기를 일으키고 부글부글 끓어오르며 푸푸 하고 소리를 내었다. 그때 바라문은 이렇게 생각했다. 사문 고오타마는 참으로 훌륭하고 뛰어나시다. 그 분은 큰 덕이 있고 큰 힘이 있어 음식조차 이처럼 신통을 부리게 하신다. 바라드바자는 그 음식의 이상스런 조화를 보고는 믿는 마음이 더욱 일어나 부처님께 여쭈었다. 고오타마시여! 저도 이제 이 바른 법 안에서 출가 수행자가 될 수 있겠습니까. 그대는 물론 바른 법 안에서 출가 수행자가 될 수 있다. 그리하여 비구가 될 수 있다. 그는 곧 출가하여 훌륭한 가문의 사람들이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바른 믿음으로 집에서 살지않고 출가하여 도를 배우듯...
그리하여 아라한이 되고 마음으로 해탈을 얻었다.
잡아함 제98경
이 경은 경전경耕田經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똑같은 내용이 숫다니파타에도 실려 있다. 부처님이 최초로 기증받았던 왕사성의 죽림정사에 머무실 때 아침 걸식에서 일어난 일상적인 이 사건이 종교가 무엇을 갈고 뿌리는 것인가에 대한 명쾌한 대답인 동시에 사회적 실천의 해답으로서 확고부동한 지침이 되었다.
믿음은 씨앗이요, 고행은 비, 지혜는 보습, 부끄러움은 멍에, 바른 생각은 김 매는 일이라고 대답하였다. 종교는 말로써 가르치는 것이 아니지만 이 말씀은 몹시 훌륭하고 적절해서 흠잡을 데가 없다. 왜냐하면 이것은 사실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음을 갈고 뿌리는 일은 황폐한 인간의 삶을 풍요하게 만드는 진실한 농사임에 틀림이 없다.
독재자의 노래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부처님께서 라자그리하의 칼란타 대나무 동산에 계실 때였다. 아침 일찍 발우 들고 라자그리하로 가서 차례로 걸식을 하다가 바라드바자 바라문 집에 당도했다. 그는 손에 나무 주걱을 들고 있었다. 여러 음식이 푸짐했다. 불에 공양하기 위해 문 옆에 서 있었다. 부처님이 오시는 것을 보고 부처님을 향해 소리쳤다. 오지 마시오, 오지마. 무리의 독재자여! 우리집 문앞에 얼씬도 마시오. 부처님께서 바라문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무리의 독재자와 무리의 독재자 법에 대해 알고 있습니까. 그가 말했다. 나는 무리의 독재자는 물론 무리의 독재자의 법도 알고 있지 않습니다. 사문 고오타마여, 당신은 무리의 독재자와 무리의 독재자법에 대해 알고 있단 말이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무리의 독재자와 무리의 독재자법에 대해 잘 알고 있소. 이리하여 바라문은 불을 섬기는 도구들을 놓고 재빨리 자리를 펴며 부처님께 앉기를 권했다. 그리고 청했다. 저에게 무리의 독재자와 무리의 독재자법을 말씀해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자리에 앉아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마음의 한을 독하게 품고
가슴에 온갖 비리를 생각하며
정의를 무너뜨리고
저질이라고 평가받으며
허위 발표를 일삼는
이러한 권력자는 마땅히 알라 그는
무리의 독재자이다.

폭력을 휘두르고
탐심이 많고
모함과 거짓과 과욕
부끄러움도 모르고
수치심도 없다면
마땅히 알라 그는
무리의 독재자이다.

고귀한 사람도 비천한 사람도
함부로 죽이며
자비심을 찾아 볼 수 없다면
마땅히 알라 그는
무리의 독재자이다.

시골과 도시에서
포승과 몽둥이로 죽이는 일
벗어났다는 여론 들끓으면
마땅히 알라 그는
무리의 독재자이다.

마을과 거리에서
많은 무리를 이끌고
여러 사람을 부리면서
위협과 두려움으로
이익 취해 자기 것으로 한다면
마땅히 알라 그는
무리의 독재자이다.

세상 그 어디서나
주인이 있거나 없거나
물건을 주워 자기 것으로 한다면
마땅히 알라 그는
무리의 독재자이다.

부인과 이혼하거나
부인을 냉대하거나
또 기생집에 출입하거나
그 애욕에 잠겨 들면
마땅히 알라 그는
무리의 독재자이다.

안과 밖의 모든 친척들
친구나 스승
저들이 가져야 할 것 빼앗으면
마땅히 알라 그는
무리의 독재자이다.

거짓말로 속내 사람을 들뜨게 하고
사취하고 갚지 않아
타인의 생업에 지장을 준다면
마땅히 알라 그는
무리의 독재자이다.

행동은 거칠고 좋은 일 하지 않는다
누구도 그를 알아 주지 않는다
나쁜 일만 가슴에 품고 있다.
마땅히 알라 그는
무리의 독재자이다.

사람이 뜻을 묻는데
엉뚱한 대답을 하고
전도되어 미친 듯한 사람은
마땅히 알라 그는
무리의 독재자이다.

진리의 세계는 무소유
지혜로운 사람을 헐뜯기만 하고
어리석음으로 이익을 삼는다면
마땅히 알라 그는
무리의 독재자이다.

교만하고 자랑만 늘어놓고
친구를 헐뜯고
비열함에 젖은 사람은
마땅히 알라 그는
무리의 독재자이다.

스스로 저지른 잘못을
다른 사람에게 씌워 무고하게 만들고
깨끗한 사람을 몹쓸 말로 비방하면
마땅히 알라 그는
무리의 독재자이다.

자기의 종파거나
또 다른 종파거나
그가 와서 법을 구하는데도
꾸짖어 쫓고 맞이하지 않는다면
마땅히 알라 그는
무리의 독재자이다.

낳으신 부모가 늙어
젊은 기운이 사라지셨다
더 열심히 봉양하지 않으면
마땅히 알라 그는
무리의 독재자이다.

부모와 이웃 어른들
형제나 친척들 앞에
실제로 아라한이 아니면서
자기가 아라한인 양 나타나면
세상에서 가장 큰 도둑놈
마땅히 알라 그는
무리의 독재자이다.

좋은 가문에 태어나서
이상적인 교육을 받고 자라면서
좋지 못한 악습을 익히면
좋은 가문에 태어났다 해서
꾸짖음이나 악한 길로 가지 않는 것 아니다
현실 속의 나쁜 행위가
뒷 세상의 나쁜 길로 이어진다.
비록 천한 가문에 태어났어도
세상에서 점잖다 일컬어지고
그 이름 천하에 두루하여
천한 가문에 있을 수 없는
왕족이나 사대부의 존경을 받고
깨끗한 하늘에 오르게 된다
정직하고 공평하게 살아가면
그는 태어난 성받이 장애가 아니고
하늘에 가는 것도 방해롭지 않나니
살아서는 좋은 명예가 있고
죽어서는 좋은 곳에 태어나리라.

그대여 마땅히 알라
이러한 태어남과 저러한 태어남
내 그대에게 보여주노니
태어남 때문에
무리의 독재자가 되지 않나니
태어남 때문에
바라문 되지 않나니
하는 일로 무리의 독재자 되고
하는 행위 때문에 바라문 되노라.

바라드바자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이것이야말로 큰 정진입니다.
이것이야말로 큰 부처님입니다
태어남 때문에
무리의 독재자 되지 않고
태어남 때문에
바라문 도지 않는다
하는 일 때문에 무리의 독재자 되고
하는 행위 때문에 바라문 된다고.
그는 곧 집을 나와 혼자 조용히 생각하게 되었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그리고 아라한이 되어 마음으로 해탈하였다. 그는 아라함이 되어 마음의 해탈을 이루고 스스로 기쁨과 즐거움을 깨달아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옳지 않은 것으로 깨끗해지려 한다
불을 섬기고 제사 지내는 일들
깨끗한 길 알지 못하네
마치 눈 먼 사람과 같다.

이제는 평온을 얻었다
출가하여 구족계를 받았다
세 가지 밝음 바꾸어 얻고
부처님의 가르침 완성했도다.

앞서는 바라문 되기도 어려웠는데
지금도 바라문 되려 할 것인가
티끌의 세계 털어 버리고
저 하늘을 벌써 건넌다.
잡아함 제102경
부처님께서는 사회 개혁에 대한 남다른 의지가 있었다. 그러나 그 실현 방법은 직설적인 것 보다는 우회적인 표현을, 과격한 것보다는 부드러운 쪽이었다. 누구도 뛰어넘을 수 없는 신분의 벽을 자기 교단 안에서는 냉엄하게 폐지했던 분이었지만, 왕이나 대신이나 권력자들에게는 지혜나 이성의 판단으로 실천하도록 설득했다. 부처님은 그리스도처럼 몸으로 부딪치지는 않았다. 이 점은 부처님의 생애를 통해 지속적으로 유지된 일관성이었다. 폭력은 언제나 비판이 여지없이 부정되었다 .그러나 사회 개혁은 반드시 이성과 지혜의 차원에서 검토하고 추진하기를 희망한 분이셨다.
이 독재자의 노래는 상응부에서는 바쌀라(Vasala), 한역에서는 영군특領群特으로 각각 이름 붙여져 있다. 따라서 독재자의 노래는 필자의 입김이 강한 그런 의역이다. 당시 사회 현상을 살필 수 있는 꽤 폭넓은 사회 심리가 언급되고 있는 경전 가운데 하나와 아침 걸식에서 거침없이 쏟아져 나온 이 대화를 통해서 부처님이 깨달음을 지닌 성자로서보다 한 사회인으로서 통찰하고 있는 사회 의식을 남김없이 보여주는 의미에서 중요한 경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