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현행 25교구 본사의 문제점
현행 25교구 본사제는 북한지역에 있는 여덟 곳의 본사를 제외한 채 재구성 되었다. 총무원 중심제이므로 직할교구를 조계사로 한 점, 지리적 여건(남방 한계선) 때문에 건봉사가 신흥사로 대치된 점, 제주 지역에 관음사를 신설한 점 이외에는 대체적으로 전술한 31본산제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교구본사의 지역별 통계와 말사 현황은 다음과 같다.
현행의 25교구본사제 가운데 전남 선암사의 경우는 분규사찰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24교구 본사가 운영되고 있는 셈이다. 이들 교구본사제 운영에는 다음과 같은 결정적 문제점들이 있다. 첫째, 서울의 교구본사가 조계사 한 곳 뿐이라는 점이다. 인구 비례나 포교의 영향력으로 보아 최소한 두 곳(즉 서울교구 3) 이상의 본사승격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둘째, 비구니 본사가 전무하다는 점이다. 만약 본사중심제가 실현된다고 하면 마땅히 비구니전문 수도도량이 있어야 한다. 전국적으로 적어도 두 곳 이상은 되어야 한다고 본다. 세째, 위의 표에서 보이는 대로 소속말사의 수효가 지나친 편중 현상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본사의 재구성 및 말사 관할지역의 재조정 등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현실적으로 말하면 다음과 같은 방안이 적절하리라고 본다. 첫째, 서울과 경기지역에 두 곳의 본사를 신설해야 한다. 그때 강화와 김포지역은 전등사를 다시 본사로 승격시켜서 실제적으로 세 곳의 본사가 새로 생겨야 한다고 본다. 둘째, 역사성과 지역 안배 등을 고려하여 비구니 본사를 두 곳 이상 신설해야 한다. 그 특징에 맞추어 선학수련과 교학수련의 총본산으로 가꾸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렇다면 전등사를 제외하고 나머지 네 군데의 본사 승격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 두말할 나위도 없이 본사 기준은 ①역사성 ②지역성 ③전문성이 고려되어야 한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볼 때 서울과 경기에서 본사승격이 가능한 사찰은 봉은사, 개운사, 도선사, 흥국사, 회암사 등이다. 반면 비구니 수도전문도량으로서의 본사 후보로는 운문사, 동학사, 석남사, 내원사등을 꼽을 수 있다. 위에 말한 전등사까지를 합하여 30본사제를 실시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다만 기존의 본사는 물론이고, 신설되는 교구본사의 경우는 다음과 같은 기본적인 골격을 갖추도록 유도해야 하고, 또 제도화시킬 필요가 있다. 첫째, 선원 혹은 강원의 운영을 필수요건으로 해야 한다. 현재 전국에서 운영되는 강원은 22개소, 선원은 24개소에 불과하다. 적어도 기본적인 교육기관의 운영과 그에 따른 부수시설, 예를 들어 박물관, 도서관, 문화관 등을 갖추도록 유도해야 한다. 둘째, 재산관리는 공개되어야 한다. 이점은 경영 합리화작업이 선행될 때 가능하다. 현재의 삼직(三職)을 좀더 전문직으로 양성해야 하며, 또한 기획, 집행, 감사 등의 일반행정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 특히 각 사원의 성격에 맞추어 불교문화를 창달하기 위해 독자적인 프로그램들을 개발하지 않으면 안 된다. 본사단위의 수익사업 전개도 고려되어야 한다. 세째, 지역단위로 포교당운영을 필수요건으로 해야 한다. 특히 대도시나 중소 읍면에 이르기까지 지역포교에 과감한 투자를 해야만 한다. 단순히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수동적 자세에서 찾아가는 불교에로의 질적 전환이 시급하다. 아울러 관광객에 대한 제반 편의시설이나 포교 확산의 방법 등도 강구되지 않으면 안된다.
(3)본사주지의 선출과 임기
본사제도가 확립될 때 야기될 수 있는 문제로 그 본사를 통괄할 수 있는 기구가 없다는 점으로 집약될 수 있다. 즉 현재의 총무원이 주지 임면권을 갖지 못하게될 때, 독자적 발전은 기약할 수 있겠지만, 독립종파로서의 분열이 우려된다는 뜻이다. 이 문제의 해소방안으로는 ‘본사주지연합회’의 기능을 활성화시키는 방안이 있다. 즉 정기적 회의와 임시회의를 분기별로 소집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또 현재의 원로회의를 활용하는 방안도 있다. 그러나 본질적으로는 각 본사단위의 자율적 발전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 경우 가장 중요한 문제는 본사주지를 어떻게 선임하며, 그 임기는 어떻게 하느냐 하는 점이다. 최근의 총무원안에 따르면 ‘선거제’ 등이 거론되고 있는데, 이와 같은 방법은 타당하지 않다. 불교의 법식(法式)에 따라, 또 우리 불교의 전통적인 선임방법에 의하여 뽑혀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주지를 정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스승이 제자 가운데 적합한 인물을 지명하는 경우(師資相承)이다. 둘째는 본말사의 문중에서 협의하여 대중의 지지를 얻은 자를 주지로 정하는 방법(法類相續)이다. 세째는 학덕이 높은 이를 초빙하는 경우(招待繼席)이다.
어느 경우이든 별다른 문제점은 없겠으나 필자의 개인적 견해로는 첫째와 둘째안을 절충하는 것이 좋겠다고 본다. 즉 대중의 의사를 반영하여 후보자롤 삼배수 정도로 추천한 다음, 조실 등 산중의 어른들이 그 중 한 사람을 지명하는 방안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말사의 경우도 마찬가지 방법을 펴는 것이 좋을 것이다. 다만 말사 단위로 추천된 주지 후보자들에 대한 최종임명권을 본사주지가 갖는 것이 좋을 것이다. 단, 포교당의 경우에는 본사주지가 임명권을 가져야 한다. 아울러 전통적으로 주지를 보좌하는 삼직은 그기능과 조직을 확대시켜야 한다. 교무의 경우, 강원(혹은 선원)을 전담하는 임무와 사중의 제반 교무행정을 분리시켜야 한다. 재무의 경우도 절의 살림살이와 일반회계를 구분해야 한다. 따라서 본사단위로 전술한 삼직 이외에 기획실(홍보 포함)의 독립이 절실히 필요하다.
주지의 임기는 칠 년 정도가 적당하리라고 본다. 불교행사라는 성격에 비추어 지나친 단임 강조는 의미가 없다. 오히려 지속적인 사업추진과 연계성 등을 고려하여 사회의 장(長)보다는 긴 편이 나으리라고 본다. 일회 정도의 연임은 허용되어도 무방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의 총무원 기능은 대폭 수정이 불가피하다. 즉 대외의 홍보차원과 행정적으로 불교의 제반 업무를 처리하는 본사연합체의 성격으로 바뀌어야한다. 이럴 경우, 총무원이라는 명칭도 적합하지 않다. 오히려 조계종 총무원이 적합하리라고 본다.
1962년의 조계종 통합종단 출범 이래 우리 불교는 불화의 질곡에 시달려 왔다. 종단의 안정은 이제 불교인뿐 아니라 우리 국민의 한결같은 바램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지난 불협화음이 제도적 모순에서만 비롯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고질적인 문중의식, 재산권문제, 인사비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였던 것이다. 따라서 본사중심제가 실현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식의 환상적 낙관론도 금물이다. 불교분쟁이 갖는 악순환은 끝내 이 땅에 ‘수도자의 상실’이라는 비극을 가져다 줄 뿐이다. 우리 불교의 빛나는 전통은 결코 유형문화재라든지 오래된 역사성에서만 남아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진실로 시대의 아픔에 공감하며, 그 다툼을 종식시키려는 원행(願行)을 지닌 보살의 출현으로서만 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과제는 얼마나 우리 불교가 ‘사람키우는 불사’를 원만히 회향시키느냐 하는 점에 달려 있다고 본다. 서른 개 본사뿐 아니라 전 종도들은 이와 같은 역사의식과 자각을 통해 창조적으로 불교를 전개해 나아가는 데 밑거름이 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