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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과 사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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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이야기 - 오구균 1999년 06월 208호
위협받고 있는 사찰환경
정부나 민간의 개발사업으로 사찰환경이 갈수록 위협 받고 있다. 덕유산 국립공원 안국사가 무주 양수댐 건설 때문에 이전하는 수모를 겪었고, 백련사 주변 향적봉 일대가 무주리조트 건설로 훼손된 지 오래이다. 가야산국립공원 및 해인사의 사찰환경을 위협하는 골프장 건설 계획 문제가 매듭되기도 전에 합천군이 산줄기를 자르는 국가 지원 지방도로(59호선) 건설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 조계종의 종립선원이며 청정 수행도량인 문경 봉암사가 완장 스키리조트 사업 계획으로 훼손될 위기를 맞고 있다. 그것이 오롯이 지켜져야 할 자연이든 선조의 숨결이 깃든 문화유산이든 또 청정한 수행처이든 가리지 않고 모든 것을 오로지 경제 개발의 대상으로만 인식하는 사회 풍조이다 보니 한국불교계가 애써 지켜 온 사찰 주변의 청정 환경을 마구 훼손하는 개발사업이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사찰환경 훼손 문제는 밖으로부터 개발 행위에 따른 환경 훼손과 사찰의 주체인 스님이나 신도들의 무의식적인 환경 훼손 및 오염 행위로 나뉠 수 있다. 밖으로부터의 사찰 환경 훼손 문제를 조계종단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조사하고 검토하여 사찰 환경보전 대책을 강구하고 있으니, 늦은 감은 있지만, 그래도 다행한 일이다. 그와 더불어, 안으로는, 사찰 안의 환경 문제 곧 오수, 폐수의 정화 및 수질 환경 보존 문제, 그리고 사찰 경내의 전통 경관 보존 및 정화 문제, 사찰 주위의 생태계 보존 문제 따위에 대해서도 하루빨리 대책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이 글에서는 사찰 안에서 일으키는 환경 훼손 문제 중에서도 경내의 수목식재 문제, 사찰 주변 경관 및 생태계 복원 문제에 대해 짚어 보고자 한다.

사찰경내의 무분별한 식재
요즈음 사찰 경내에 여염집 정원에 심는 화초나 수목을 원칙 없이 과다하게 심는 일이 더러 있다. 그러다 보니 사찰 공간이 답답해 보일 뿐만 아니라 주위의 자연 경관과도 어울리지 않는 등 전통적인 사찰 경관을 망그러뜨리곤 한다. 그것은 사찰의 입지 특성과 전통 사찰 공간의 구성 원칙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인데, 그 영향은 좀더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첫째는 나무를 많이 심다보니 사찰 경내의 통풍을 막아 목재 건축의 내구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온다. 둘째, 사찰의 뜰에 화초를 심으면 햇빛 반사율을 떨어뜨려 실내를 어둡게 한다. 셋째, 꽃나무나 화초는 사람의 마음을 흥분시키고 어지럽게 하여 불자의 수행을 방해한다. 넷째, 경내에 원칙 없이 과다하게 심은 나무들은 주변 자연 경관의 조망을 차단할 뿐더러 주위 풍광과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는, 전국에 걸쳐 사찰 경내의 식재 방식과 수종을 조사하여, 과다하게 심은 나무나, 자극적인 색채의 꽃나무, 또 주변 조망을 차단하는 수종은 없애거나 다른 곳으로 옮겨 심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원활하게 실행해 나가려면, 사찰환경보존위원회에서 경내 수목 정화사업을 벌여, 조사 작업과 연구 활동을 바탕으로 경내 식재 수목 정화 지침서를 작성하여 각 교구 본사에 배포하고, 각 교구 본사 단위로 실행하여야 할 것이다.

사찰주변의 자연 경관 및 생태계를 복원하고 정화하려면
꽤 많은 사찰에서 진입 공간에서부터 일주문 주변까지 일본에서만 자라는 삼나무나 편백이 많이 심어져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다. 그래서 스님들뿐만 아니라 신도, 관광객들마저도 사찰 주변 경관이 어딘지 모르게 어색하고 조화롭지 않다고 지적해 오고 있다.
필자는 이에 대해서 오래 전부터 사찰 주변에 섬은 삼나무나 편백이 아마도 일제 시대에 심은 것이 아닌지 궁금하였다. 그런데 몇 년 전에 영광 불갑사 조실 스님의 증언을 들은 바에 따르면 또 나무의 나이를 헤아려 보면, 현재 사찰주위에 조림된 삼나무나 편백은 1950년쯤에 스님과 신도들이 재정 수입을 목적으로 심은 것으로 판단된다.
사찰 진입 공간과 주변 계곡에 조립된 편백 및 삼나무는 일본의 3대조림 수종으로서 토심이 깊은 개울가에서 잘 자라는 경제적인 수종이다. 그러나, 이 수종들이 비록 경제적인 가치는 있다고 해도, 소나무. 낙엽 활엽수, 상록활엽수가 숲을 이루고 있는 우리나라의 자연 경관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뿐만 아니라 목재 건축물의 통풍을 불량하게 만들어서 사찰 건물의 보존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따라서 이제 조림한지 사 오십 년 되었으니, 전국 사찰 주변에 심어진 삼나무와 편백을 벌채하여 거기에서 얻어지는 수입은 사찰 재정이나 포교사업에 활용하고, 그 대신 향토적인 자연 경관과 생태계를 되살리기 위한 새로운 조림 사업을 사찰 환경 보존 차원에서 펼쳐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사찰 주변 환경의 정화사업을 효과적으로 수행하려면 대강 다음과 같은 단계를 밟아 추진하면 될 것이다. 곧, 제1단계는 전국 사찰의 편백, 삼나무의 조림 실태를 조사하여 임목 축척을 측정하고 벌채 계획 수립한다. 제2단계는 관할 시, 군의 산림과에서 영림 계획 승인 및 벌채 허가를 받는다. 제3단계는 기존의 삼나무, 편백 가운데에서 먼저 60퍼센트에서 70퍼센트에 이르는 나무를 벌목한다. 마지막 제4단계는 나머지 30, 40퍼센트쯤 되는 삼나무와 편백을 마저 벌목하여서 사찰 주변의 경관과 자연 생태계를 온전하게 복원하는 것이다.

맺는 말
21세기에 즈음하여 지구촌 차원에서 환경 위기를 해결하는 것이 인류의 가장 큰 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런 때에 우리 국민은 다른 누구보다도 불교계가 환경 보존의 전통을 계승하여 미래의 환경 위기를 해결하는 데에서 선도적인 역할을해 주기를 간절히 요청하고 있다. 불교의 가르침을 생각하면 그것은 당연한 요청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사찰은 불자들의 수행 공간이자 우리 후손에게 영원히 남겨 주어야 할 전통 문화유산이라는 점에서도 불교계는 환경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하고 있을 수는 없다.
불교 사찰은 거의 모두가 깊은 산중의 숲 속에 있다. 따라서 숲과 사찰은 둘이 아니고 떼어 놓을 수 없는 하나이다. 그런 만큼 사찰은 우리의 자연과 환경·문제와 깊이 밀착되어 있다. 그런데도 전통적인 사찰 공간에 외국 수종 등을 원칙 없이 심음으로써 불교계가 스스로 사찰 경관의 전통성을 훼손해 왔으니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밖으로부터의 사찰 환경 훼손에 대해서 국민의 이해와 협조를 얻으려면, 우선 불교계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사찰 경내 및 주변 환경을 보전하고 정화하는 일부터 앞장서 실천해야 할 것이다. 사라지거나 훼손된 사찰과 건축물 및 문화재의 복원도 물론 중
요하지만, 사찰 경내가 제 모습을 되찾게 하고 또 주변의 경관과 자연 생태계를 되살리는 일도 그 못지 않게 중요한 일임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지난 역사에서 한국 불교계는 전통적으로 국토 자연을 보존하는 일에서 선구적인 역할을 수행해 왔다. 1950년을 전후하여 산림 도벌이 횡행할 때 스님들의 목숨을 건 숲 지키기로 보호한 숲들이 지금 나라의 명승지나 국립,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다. 한국불교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명승지나 국립공원, 도립공원을 지켜 온 자연보호의 주역이라는 자긍심을 가지고서, 주요사찰별로 자연보존 협력기구를 만들어 국민의 협력과 동참을 유도하는 노력을 펼쳐야 한다. 이를테면, 부처님의 가르침인 불살생 운동을 통한 야생 동식물 보호 운동, 지역 주민과 신도들의 생활태도 및 가치관을 바꾸기 위한 교육 활동, 국립공원 및 도립공원 보호 운동 같은 사업들이 하루빨리 추진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