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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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해인삼매 - 송기원
1992년 06월 124호
처음부터 어려운 길인 줄 모르지는 않았지만
그대를 잊는 일이 하도 깊어서
어질 머리 흔들리는 봄날 저녁이면
갈 수도 돌아설 수도 없는 그런 지경에서
꿈결같이 사람 냄새를 맡곤 하였습니다.
한번 돌고, 두번 돌고, 또 다시 도는
그런 산모롱이 아래 아늑한 곳에서는
개 짖는 소리, 된장국 냄새, 밥 짓는 연기 속에서
마을의 불빛 하나, 둘 밝게 켜지고
처음부터 어려운 길인 줄 모르지는 않았지만
그대를 잊는 일이 하도 깊어서
갈 길도, 돌아설 길도 모두 어둠 속에 묻혀 버릴 때
그대 대신 느닷없는 수천 수만 찔레꽃 송이들
무언無言, 무언으로 피어 올랐습니다.
그렇게 그대 대신 피어 올라서
돌아설 한 가닥 외길 비추어 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