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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입(口)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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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좌 - 진열 1988년 11월 81호
유월부터 시월에 걸쳐 지금까지 모두 다섯 차례의 사주팔자 강의를 해왔다. 그런데 독자들 중에는 강의 내용이 너무 어렵고 기능적인 설명이 많아서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하는 사람이 있다. 사주론이 난해한 학문의 하나이거니와 이런 사람들도 기초적인 오행지식의 필요성을 모르는 바는 아닐 게다. 원래 사주란 인생살이 그 자체를 판독하는 것이기에 복잡한 방정식이 아닐 수 없으며 그만큼 이해하기도 어려운 것이라고 하겠다.
아뭏든 이제는 사주 강의의 수준을 좀더 낮추기로 한다. 그래서, ‘사주=연기=인생’이므로 넓은 의미에서의 인생에 대한 간단한 기초방정식부터 다시 설명해 보겠다. 이는 관상, 수상, 골상등과 같은 일반적인 기초를 이해한 뒤에 보다깊이 있는 내용으로 옮겨가는 것이 옳은 순서이기 때문이다. 또한 한 길로 깊이 들어가는 것보다는 넓게 시작해서 점차로 좁게 들어가는 것이 이해하는 데 낫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본래의 주제인 사주팔자와 다른 영역을 하는 것은 아니고 다 같은 테두리에 속한 것이다.

먼저 입〔口〕에 관해서 살펴보겠다. 입은 한마디로 가정과 생존 욕구를 의미한다. 인간은 먹지 않고서는 도저히 살 수 없다. 산다는 것은 어찌 보면 먹기 위해서라고 생각될 때도 있다. 그만큼 먹는 일은 중요하며, 이는 아마도 생물의 가장 기본적인 본능에 속할 것이다.
그런데 먹는 일과 뗄래야 뗄 수 없을 정도로 표리 관계에있는 본능이 바로 성욕(性欲)이다. 식욕과 성욕은 존재함을 나타내는 표정이다. 식욕이 없이는 곧 먹지 않고서는 성욕이 있을 수 없다. 음식을 먹음으로써 에너지가 발생하고 신진대사가 이루어지며 창조의 핵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곧 입을 통해서 들어간 음식은 우주의 기신(氣神)과 더불어 합성됨으로써 살아가기 위한 에너지원을 만들고 있다.
이처럼 먹고 생산하는 작용을 가능하도록하는 기관이 바로 입이다. 그래서 입은 가정과 같다. 가정은 사회의 최소 단위이면서 먹고 사는 기본적인 요건들을 해결하는 곳이다.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대한 기초적인 수업과 버릇이 가정에서 이루어진다. 세상을 사는 모습이 다양한 것은 그 모습이 가정의 환경과 교육에서 비롯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입은 물질적인 면과 정신적인 면을 함께 포함한다고 할 수 있다. 정신을 양⊕이라하면 물질은 음⊖이다. 그래서 음양을 두루 갖춘 것이 가정이요 생존이요 입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입을 잘 이해하는 일은 인생 전체를 이해하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하다.
먼저 입의 모양부터 살펴보자.
앞에서 말했듯이 입은 식욕과 성욕을 함께 뜻하므로 가정이요 생존 욕구라고 하였다. 그런데 사람마다 얼굴의 생김새가 다르듯이 입의 모양도 저마다 다르다. 그러나 이러한 다양함 속에서도 몇 가지 범주로 묶을 수 있는 일정한 격(格)이 있어서, 이를 알면 입의 미묘한 의미도 파악되는 것이다. 곧 입이 큰지 작은지, 두꺼운지 얇은지, 탄력있는지 무력한지, 균형잡혔는지 아닌지 하는 관점에서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입의 크고 작음에 대한 기준은 두 눈의 눈동자에서 수직으로 선을 그을 때, 입의 해각이 그 선 안에 있으면 작은 입이고 선 밖에까지 나와 있으면 큰 입이라고 판정한다.
입이 크다는 것은 생존 욕구가 왕성함을 말한다. 그래서 입이 큰 사람은 적극적인 생활태도를 갖고서 스케일이 크게 활동한다. 그런데 남성이 입이 클 경우에는 사회적인 성공도 가속화되겠지만, 여성이 입이 클 경우에는 남편을 먹여 살릴 만큼 힘겨운 세파를 타기도 한다. 세상에서 여사장같은 실업계의 여장부들은 모두 이 예에 속한다. 반대로 입이 작은 남성은 꼼꼼하고 온유한 성격을 지닌 사무적인 형이다. 또한 생활의 활력소가 비교적 낮은 소유자이기도 하다. 그래서 월급생활을 하는 성실한 샐러리맨에게서 이러한 형이 많다. 여성이 입이 작으면 소심하나 매우 알뜰한 가정의 살림꾼이다. 그래서 옛날에는 선을 볼 경우에 입이 작은 여성을 으뜸으로 골랐다. 이와 같이 입이 크면 자유활동형이고 입이 작으면 성실근면형이라고 하겠다.
다음은 두께를 통해서 입술을 살펴보자. 입술의 두껍고 짧음은 정신적인 정감과 육체적인 성감과도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입술이 두툼하면 대체로 애정의 표현이 풍부하고 친절하나, 지나치게 크고 두터우면 음란에 흐르기 쉽다. 만일 입술이 엷으면 애정의 표현이 타산적으로 흘러 이기 본위로 되기 쉽다. 게다가 뾰족이 닭처럼 튀어나오면 변덕스럽고 수다스러워 시끄럽다. 또한 추운 곳의 사람들은 대체로 입술이 짧고 더운 곳의 사람들은 입술이 두껍다. 이는 기후에 적응하는 것과도 관계가 있지만 그 의미 이상으로 생식기와 관계가 있으며 그래서 성감의 많고 적음과도 연결된다고 한다.
세째로 입의 탄력성에 대해서 알아보자. 탄력성이 있다는 것은 마치 고무공처럼 팽팽하고 윤기가 넘치는 모양을 말한다. 입의 탄력성은 입술선의 모양과 해각의 생김새, 그리고 위 아랫입술의 모양으로 판정하는데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입술선의 생김새이다.
입술선은 자기 제어력과 정조관념을 반영한다. 입술선이 일직선이고 단정한 해각을 지니면 흔히 좋은 가문에서 자란 교양있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은 설령 지금은 가난하고 어려워도 앞으로는 매우 유복한 생활을 할 사람이다. 또한 비록 입술이 너무 두껍다하더라도 입술선이 굳고 단정하다면 그 사람은 음난하기는 커녕 애정이 깊은 현모양처감이다.
만약 입술선이 ‿처럼 위로 볼록 나오면서 윗입술이 아랫입술의 안쪽으로 말려들어간 사람은 사소한 일에도 곧잘 신경질을 내며 비난하는 까다로운 성격의 소유자이다. 반대로 윗입술이 아랫입술을 덮어서 입술선이 ︶ 처럼 된 사람이 있다. 그러한 사람은 정감이나 성적인 면에서 조숙하여 다른 사람보다 이, 삼년 정도 빨리 인생을 체험하게 된다. 입의 탄력성을 논할 때 반드시 살펴야 할 것이 입술의 윤기이다. 입술이 홍윤색을 띠고 있으면 혈액이 맑아서 건강하다는 증거이나 매우 붉으면 호흡기 질환이 있는 것이다. 여기에 색난도 있게 된다. 희부옇게 핏기가 없는 입술은 하초(下焦)가 냉하여, 남성은 대장 등이 나빠서 설사나 치질 등으로, 여성은 냉대하증으로 고생한다. 입술이 검으면 남녀 모두 황음하여 색난이 있다. 입술이 검붉으면 만성질환이 있거나 당면문제로 고생하고 있는 증거이다.
입술에 세로주름이 많은 여성은 다산하게 된다고 한다. 물론 먹는 회식도 즐긴다. 이런 사람은 수태조절에 더욱 신경을 써야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균형있는 입은 어떠한 것인지를 알아보자. 균형있는 입이란 얼굴의 전체적인 구조와 입의 각 부위가 잘 어울려서 조화와 미(美)를 갖춘 것을 말한다. 입의 각 부위가 뚜렷하며 질서있고 단정해야 한다. 비뚤어졌다면 허영심이 많고 고집이 세어 타협할 줄을 모른다. 또 늘 입술이 벌어져있는 사람은 지능이 낮고 끈기가 부족하여 어떤 일이고 끝맺음을 해내지 못한다. 그리고 잇몸을 드러내고 웃는 여성은 한 남성으로 만족하지 못하는 기분파이다. 또한 낙천가이고 강한 의지를 갖고 있으며 지존심도 자못 강하다.

지금까지 입에 대한 대체적인 인상론(人相論)을 살펴보았다. 입은 이처럼 정신적인 이지(理知)와 정감과 성감 그리고 의식주와 관련이 깊어서 우리 생활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매우 큼을 알 수 있다. 단편적인 오행의 지식을 공부함에 있어 입을 그 처음으로 한 것도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