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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움으로 얻어지는 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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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창에 바람 하나 - 임효 1999년 06월 208호
산사의 뜨락에 바람이 분다

저 바람은 백회양 나뭇가지에도 머물 듯 앉아 가고

보리수 잎새에도 떨리는 손길로 만남의 기쁨을 인연의 소중함을 속삭이고 지나간다.

바람이 머물지 못하는 곳이 없듯이

어느 한 곳이라도 집착함이 없이 오는 듯 가고 가는 듯 오면
내 갈망의 탑은 세월을 뒤로 하여 혼적을 쌓으며 지친 삶의 궤적을 잿빛 하늘에 날려 보낸다.

출가하여 수행자가 되는 것이 어찌 작은 일이랴.
편하고 한가함을 구해서가 아니며,
따뜻이 덮고 배불리 먹으려고 하는 것도 아니며,

명예나 재산을 구해서도 아니다.

오로지 생사의 괴로움을 벗어나려는 것이며

번뇌의 속박을 끊으려는 것이고,

부처님의 지혜를 이으려는 것이며, 끝없는 중생을 건지려고 해서다

허공을 날고 있는 저 새의 날개짓을 보며

무한한 자유에의 갈망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비워내고
억겁의 세월의 무게로 앉아 있는 석탑을 본다.

그리고 여름 안거에 들어가 석탑처럼 면벽하고 있는 삼라 가득한 수좌들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