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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불교 방송국의 주인이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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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김형균 1988년 11월 81호
‘불교방송국’ 설립을 논의하면서 우리는 먼저 지금 그 추진 과정이 어떤 상태에 있는가 하는 실상을 검토하지 않을 수없다. 그것은 교계의 행정 구조를 대표하는 종단협의회와 재력을 갖춘 재단법인 대한불교진흥원과 서로 기득권을 점하기 위한 신경전을 벌이며 방송국 설립을 도모하는 현 시점에서 과연 방송국 경영의 실세가 누구에게 어떻게 맡겨져야 타당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이 사안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설립의 기득권 쟁탈 움직임은 대개 다음과 같이 구분된다.
첫째는, ‘87년 11월, 단독으로 문공부에 허가원을 제출하면서 의욕적인 출발을 한 조계종이 다른 종단의 반발 따위의 문제로 말미암아 방침을 바꾸어 종단협의회와 공동명의로 추진키로 하였다.
둘째는, ‘86년, 대원회에서 입안한 불교 방송국 설립을 검토하다가 보류한 바 있는 진흥원이 다보회관 구입을 계기로 독자적인 설립 추진에 나서 방송국만은 재가불자가 설립, 경영함으로써 쇄신을 기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셋째는, 현실적으로 설립 경영의 능력한계를 갖고 있는 종단협의회가 ‘88년 7월 진흥원과 공동으로 제휴 설립하자는 타협안을 제시하였다.
넷째는, 일반 불자도 참여하는 주식회사 형태를 취해 전국적인 모금을 시행하자는 범불교적인 여론이 강하게 일고 있는 것이다.
단적으로 표현하면 종단협의회 곧 조계종 총무원을 위시한 각 종단 대표들은 사부대중이 공동참여하는 방송국이 되어야하며 그러한 사부대중의 우두머리가 우리이니 권한을 우리에게 맡기고 돈은 진흥원에서 맡아 주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대의명분론을 주장하고 있는 것에 반하여, 진흥원은 ‘그동안 종단 행정을 맡은 스님들이 언제 사부대중의 의견을 물어 그 입장을 생각하며 행정을 한 일이 있기에 병송국 설립에 사부대중 운운하며 대표자 역할을 하려고 하는가’고 그들의 이견에 의문을 제기하는 한편 ‘종단의 스님들이 그동안의 행정능력과 공리공론을 행하는 과정에서 표출된 바와 같이 순수성이 미흡하므로 최대의 언론기관이 될 방송국을 맡길 수 없다’며 불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기초상식으로 알아두어야 할 것은 설립 자금으로 약 삼, 사십억원, 건물 임대료로 이, 삼십억원이 필요하여 모두 오십억원에서 칠십억원은 있어야 방송국 개국이 가능하며, 월간 경비는 오천만원에서 일억원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이 수치는 다른 방송국의 사례를 참조한 것으로서 시설 규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1. 베일에 가린 진흥원의 정체
황산덕 이사장(전 법무•문교부 장관)을 필두로 이 항령(전 홍익대 총장), 정 재각(전 동국대 총장), 이 기영(전 동국대교수), 정 상문(현 대원정사 이사장), 정육수(연합통신 감사) 씨 해서 여섯 명의 이사진을 갖추고 있는 진흥원의 재력은 지난 여름에 개원한 다보회관의 구입 과정을 통해 세인에게 알려졌다. 그리하여 진흥원은 통칭 삼백억 재단이라고 하며, 그 내용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정확한 재산 내역은 밝혀지고 있지 않지만, 주식 및 부동산 가격의 변동에 따라 사백억원에 다다르는 자산 규모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동안 진흥원이 소유했던 재산 중 가장 많고 또 활용할 수 있는 자산은 동국제강(주)의 주식으로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경기 불황에 따라 충분한 배당금을 받지 못하고 있었으나, 최근 경영 실적의 호전에 따라 수지 상태가 양호해졌으며 그주가도 상당히 높아짐으로써 일부 부동산과 주식의 매각으로 이백억원 상당의 회관 구입을 실현할 수 있었던 것이다. 동국제강은 고 장 경호 거사가 창립한 한국철강업계의 기둥인 바, 장 경호 거사는 ‘75년 임종 수개월을 앞두고 개인재산 삼십억 육천만원을 불교계를 위해 희사하였으며 그 내용은 약간의 부동산과 동국제강 등의 주식이었다. 그리하여 실질적으로 동국재강의 대주주인 진흥원은 주식배당금과 은행 이자로 연간 예산을 집행하였으며, 경기가 좋은 때는 조계종 등에 연간 일억 내지 이억원씩 보조금을 지출하기도 하였으나 근년에 들어서는 수익의 감소로 지원금을 주지 못하여 종단의 불만을 사기도 하였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17층에 연건평 7,000평의 다보회관을 구입하여 거의 대부분을 임대함으로써 달마다 약 일억원에 이르는 수익을 갖게 되어 본격적인 불교사업을 도모할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진흥원은 그동안 십여 년에 걸쳐 군부대 포교사업에 주력하여 약 삼십만 내지 삼십오만 권의 불서를 제작하여 보급하고, 군법사를 위한 승용차와 오토바이를 약 육십여 대를 기증하고, 군법당 사십여동의 건축 자금을 제공하는 등, 군포교에서는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아 왔다. 한편 교계 세미나 등에도 모두 이억원 이상을 지원하였으나, 일반 불자들에게는 별다른 혜택을 주어 온바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고 장 경호 거사는 ‘67년 국내 최초의 불교서점인 불서보급사를 세운 바 있으며, 대원회를 설립한 뒤에는 불교방송국 설립을 위한 기획안을 수립하여 스스로 추진위원장직을 맡고 또 곽 상훈 씨를 설립 발기인으로 하여 방송국 설립을 강행하였으나, 허가를 얻지 못해 결국 그 일은 무산되었다. 그러나 그 유지(遺志)를 이은 둘째 아들 장 상문 거사(전 유엔대사)가 공직을 사임한 후 재단법인 대원정사 이사장직과 대원회 회장직을 맡아 포교에 힘쓰던 중에, ‘85년에 다시 불교방송국과 유선TV 방송국의 설립을 꾀하였다. 그리하여 약 일 년 동안에 걸쳐 일본 등지의 기술진과의 협의를 통하여 기자재도입과 그 설립의 세부 기술에 대한 방안을 모색하는 한편, 진흥원과는 그를 위한 실질적인 방안을 강구해 왔으니, 약 십오년 동안에 걸쳐 부자간의 끈질긴 집념을 표출하여 온 것이다.
그러나 그 무렵 진흥원의 재정적인 문제와 언론사 통폐합 등 정세의 모호한 흐름으로 말미암아 설립 허가가 실질적으로 어려워지자, 그 대신 그동안 소규모로 준비해 놓은 비디오 및 오디오 기자재로 대원통신불교대학을 세움으로써 기초 방송자료의 확보와 기초 기술의 습득 등으로 아쉬움을 달래 왔다. 그러던 중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노 태우 대통령의 선거공약에 따라 ‘방송국 허가’가 현실화되기 시작하자 그가 이사직을 맡고 있는 진흥원을 통하여 방송국 설립을 강력히 추진하게 되었다.

2. 종단협의회의 속셈과 고민
그러면 그동안 종단협의회는 무엇을 하였는가 하면 정부로부터 ‘허가’가 나오도록 노력을 기울인 공로가 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조찬회 등을 통하여 여당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다짐하고 각종 불교모임을 통하여 아니면 짐짓 모임을 만들어 선거지원을 하는 한편, 불교신자 국회의원의 모임인 정각회의 협조를 얻어 그 내락(內諾)을 얻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조계종 총무원은 독단적으로 ‘87년 11월 10일 재단법인 한국불교방송국의 설립허가원을 문공부에 제출하는 한편 경기도 고양군에 오천 평 규모의 부지를 마련하고서 ‘88년 9월이면 개국할 것이라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그 설립부지는 전파 장애가 많아 지형상 방송국 설립에 불리하다는 점이 배려되지 않았고, ‘혼자만 하느냐’는 또 다른 종단의 입김을 의식하지 못한 것이 문제가 되어 그 계획을 백지화하고 종단협의회와의 공동명의로 방침을 바꾸었다. 그 뒤로 봉은사에 방송국을 세운다는 계획 아래 기공식을 네 차례나 도모했지만 만사휴의, 일 년의 시간만 흘러갔다. 그동안 인력(人力)도, 기자재도 방송원고며 음악도, 아무것도 이루어놓지 못한 채, 책임을 통감하는 사람도 일을 추진하는 실무자도 한명 없이 불교방송국의 설립을 망망대해에 포류시켜 온 것이다.
그러한 와중을 지켜보던 진흥원은 지난 여름에 다보회관을 구입하면서 불교방송국을 종단협의회에 맡겨두어서는 안된다는 중론에 따라 독자적으로 방송국의 설립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이에 조계종 교구본시주지 연합회에서는 7월 4일, 진흥원과의 제휴를 통하여 설립할 것을 공식의결하였고, 한편 종단협의회 이사회에서는 지난 7월 18일 긴급회의를 열고 각종단의 대표들이 최고경영진으로 참여하는 방송국을 세울 것을 결의함으로써 ‘최고경영진’ 구성의 세력다툼이 본격화되었다. 결국 지금은 겉으로는 공동추진의 방안이 거론되고 있으나 실상 종단협의회측은 이백억 규모의 다보회관을 방송국명의로 내놓도록 이를 요구하는 여론을 조성시키고 있으며, 진흥원측은 종단협의회가 고문 등과 같은 명목상의 직책으로 등록해야 하며 그 이상의 욕심은 부리지않는 것이 현실적으로 방송국을 설립하는데 최선책이라는 입장이다.
종단협의회는 이미 각 종단별로 자금갹출을 의결하여 분담금을 배정하였으나 아직까지 한푼의 기금도 조성치 못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실상 그 주도세력인 조계종의 눈치만 보는 실정이다. 그리고 또 다른 방안으로 정부 당국에 진흥원측과의 중재를 요청하여 타협점을 찾으려 한다.
실질적으로 종단협의회의 고민은 설립자금의 확보에도 있지만 방송국이 설립되더라도 경제적인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은 채로는 방송국의 운영비(월 약 오천만원)를 감당해 나갈 수 없다는 데 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경영의 권한도 갖고 경제적인 문제도 해결하느냐 하는 문제와 ‘무엇을 하고 있느냐’ 하는 여론의 중압감에 시달리며 벙어리 냉가슴 앓듯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것이다.

3. 경영의 근본적인 문제들
여기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방송국은 대중매체를 통한 포교도량이라는 점이다. 방송국을 왜 만들어야 하느냐 하는 근본적인 문제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면, 그것은 바로 모든 불자들이 언론매체인 방송을 통해서 ‘우리의 소리’를 갖고 싶어하며 또 듣기를 희망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리의 소리를 갖고 싶다는 것은 일천만 불자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공정한 보도와 분석을 하여 잘한 것은 잘하였다 하고 못한 것은 못했다고 질책하는 참다운 불가의 언로(言路)를 갖고 싶다는 얘기다. 우리의 소리를 듣고 싶다는 것은 방송마다 범람하는 모서문명(幕西文明)의 현란한 소리가 아닌, 참으로 우리의 전통
문화가 담긴 적법한 도리의 부처님 말씀을 부모자녀 모두가 들으며 살아가고 싶다는 희망이다.
때문에 방송국이 설립된 뒤 특정 종단의 입김이 강하거나 종단 협의회가 그 권한을 행사할 때, 봉은사 사태와 선운사 분규가 어떤 식으로 풀려나갈지 그 언로의 방향에 대해서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또한 현재 테이프로 제작되어 있는 찬불가와 법어 등의 포교 자료는 일주일만 방종하고 나면 재탕해야하는 실정에서, 과연 새로운 자료를 구성하고 기획하는 일을 신문과 방송매체에 대해 아무런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추진할 수 있는가 하는 아주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문제가 대두된다. 전문가들을 구성해서 그들에게 시키면 된다는 대책을 세우고 있지만 그러한 발상은 ‘아무나 대통령, 장관이 돼서 그들이 시키는대로만 하면 나라가 잘 될 수 있다’는 독재 시대의 이야기와 같다. 항상 최종의 결정권을 행사하는 그룹은 그 방향의 전문가로 구성되어야 하므로 일선 실무자와 연계되는 조직이어야 하며, 그 누구에게도 구애받지 않을 수 있는 별도의 권리를 소유해야 한다. 그리하여 본인들이 방송사업을 부차적인 일이아니라 생명과도 같은 사명감을 갖는 일로 삼도록 해야 한다. 그럴 때 비로소 후진 종교방송국으로서의 불리한 조건을 신속히 타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5. 종단협의회와 진흥원이 취해야 할 자세
정부는 86년 3월 「유선방송관리법안」을 의결하여 유선방송 및 TV에 대한 문호를 넓혀 놓았고, 이에 의해 1954년 개국한 기독교방송국은 이미 TV체제를 현실화해 가는 과정이며, 천주교와 순복음교회도 아세아방송국(1959년 개국)과 극동방송국(1973년 개국)에 이어 선교방송의 준비를 갖춰 나가고 있음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다. 더욱이 국민일보(순복음교회 발행)와 세계일보(통일교 발행) 등 기독교계 일간지가 창간을 앞두고 있는 시점임을 감안할 때, 언론매체에 있어 극히 열등한 우리 불교계로서는 불교방송국에 대한 기대가 자못 크지 않을 수 없으며 잘못되지나 않을까 하는 노파섬에 전전긍긍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러한 관점에서, 진흥원은 우리 불가에서는 유일하게 독자적으로 방송국을 설립할 수 있는 여건을 갖고 있지만, 상당한 재력을 갖고도 지금까지 범불교적인 포교 실적을 올리지 못하였고 경력있는 실무집행 조직도 갖추지 못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불교의 제반 상황에 대해 안일무사와 강 건너 불구경식의 자세를 취해 왔고, 불교 공공단체임에도 불구하고 사조직(私組職)과 같이 베일에 가린 채 개인사업식의 경영을 해왔다는 점 등에서 스스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각 종단의 총무원들이 정부의 시녀 역할에 충실해 왔으며 또한 자체적인 분규 속에서 자리 지키기에 급급해 하고 있으므로 방송국을 경영할 자격이 없고 더욱이 실세상(實勢上)으로도 각 종단의 의견을 수렴할 만한 대표성이 없다는 점에서 종단협의회가 4부대중을 대표하는 교계의 대표라고 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할 수 없다. 더욱이 최근에 불재법이 폐지된 뒤로는, 각 종단이 아직 법인화되어 있지 않은 가운데 몇 개의 종단이 창단되고 있는 와중에서, 종단협의회가 불교계 전체를 대표하는 공식기구의 성격을 갖고 있기보다는 각 종단 간부진들의 친목단체에 불과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까지도 제기되고 있다. 때문에 진흥원이나 종단협의회가 독자적으로 설립을 추진한다는 것은 지나친 얘기며, 이젠 아무나 칼자루를 잡는 시대는 지나갔음을 상기해야 한다.
다음으로 진흥원과 종단협의회가 공동으로 설립해서 경영하는 것은 괜찮은 안(案)이지만 몇 가지 심각한 문제를 갖고 있다. 양쪽의 장정만을 생각하면 그럴듯하지만 불행히도 양쪽의 단점만이 강화된다면 다음과 같은 염려가 결코 기우만은 아닐 것이다.
첫째로 열여덟 개 종단이 자금과 인사와 편성과 뉴스의 문제에서 서로 다른 이해관계나 교리 등의 문제로 상치하는 불협화음이 예견된다. 둘째로 진흥원이 정재(淨財)의 대부분을 방송국 설립에 기부한다면 진흥원은 유명무실해지고, 어느정도 시간이 흐른 뒤에는 결과적으로 종단협의회 몇몇 스님들의 독무대로 잘못 기울어지게 될 염려가 있으며, 또다른 불교사업에는 지금까지와 같은 소극성을 면할 도리가 없다. 세째로 실무 방송인은 돈을 투자한자와 세력을 갖고 있는 자의 틈바구니에서, 자신의 견해대로 소신있게 운영을 도모할 수 없을 것이다. 넷째로 허가될 FM방송의 출력이 서울과 경기 일원에만 미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아무리 진흥원이라 해도 지방방송국 설립의 필요성을 충족시켜 줄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다섯째로 종단과 분담금도 결국 신자들에게서 모금할 것이나 그리되면 불자는 또다시 재주넘는 곰이 되어 주인의식을 가질 수 없으므로 범불교적인 세력을 확보할 수 없다.

6. 사암과 단체와 개인 모두가 독립적으로 참여하자
이상과 같은 분석으로 불교방송국은 어느 특정 단체나 종단의 전유물이어서는 안 되며 참된 사부대중의 언로이어야 한다는 기본조건을 세울 수 있으며 그에 따라서 그 설립과 경영의 방향을 잡아나갈 수 있다..
진흥원은 독자적으로 설립한다는 입장에서 설립을 ‘주도’하는 하나의 단체로 그 한계를 규정하고, 종단협의회는 방송국 설립 문제에서 손을 떼고 전국의 모든 사암이나 불교 단체 혹은 개인이 스스로의 결정대로 동참하도록 함이 이 일을 원만히 성취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이 되는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종단협의회는 기본적으로 이 일을 원만히 진행할 수 있는 능력이나 여건을 구비하고 있기보다는 오히려 장애적인 요소를 다분히 지니고 있는 모임임을 스스로 반성하고, 진흥원은 재력만 있으면 어떤 불사든 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모든 방안을 진행함에 있어 다른 이들과 함께 한다는 의식을 가지고 그 주도자의 역할을 해야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황폐한 여건 속에서도 신행 일선에서 땀을 흘리는 사부대중의 참모습이 진실로 원만한 불사를 이룰 수 있는 힘이라는 것을 깨달아 자금력과 조직력을 갖춘 전국 각지의 사암 및 신행단체 그리고 개인과 서로 힘을 합치고 지원하며 보시하는 등 대동(大同)의 견지에서 재출발함이 옳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앞으로 불교방송국의 경영이 보다 발전되어 지방방송국을 설립하고, 잡지류 인쇄매체를 발행하는 등의 사업을 벌이면, 총괄적인 언론기관으로서 불교의 대변자가 될 수도 있으므로 무엇보다도 출발의 기본 자세는 중요하다.
액면 일만 원의 주식을 전국에 공모해보자. 돈 없는 사람도 돈 많은 사람과 함께 주주가 되자. 그리고 누구도 권한은 생각하지 말고 의무만을 염두에 두어 보자 진흥원도 대주주만으로 기뻐해 보자. 이 복잡다단한 부조리가 악순환하는 풍토에서 진리의 검을 높이 들어 못된 이들을 꼼짝못하게 하는 힘 좋은 정의의 투사를 우리 손으로 내세워 보자.
주식회사 ‘한국불교방송국’이 바로 그이다.
전국의 불자가 종파도 없이 지역 구분도 없이 단체간의 거리도 없이 한장의 주식별로 모두 가족이 되자. 그리하여 각시도별로 지사(支社)를 두고 소속된 지사에서 주식 비율에 따른 숫자만큼 대의원을 뽑아 중앙 주주총회에 보내 정관 및 경영과 인사 등의 문제에 권한을 행사하게 하자. 그리고 때가 되면 그 지방마다 지방방송국을 개설해서 보다 큰 기쁨을 누리자. 이를 위하여 우리 모두가 주인인 주식회사 ‘한국불교방송국’의 설립운동이 이땅의 구석구석에 메아리치도록 진흥원도 각 종단도 모두가 심혈을 기울이자.
각계의 지도자급 인사와 전문가들로 구성된 설립위원회를 통해 홍보하고 운동을 벌여 그 여건을 충족시키되 모자라면 모자른 대로(임대료를 제외하면 십억 원으로도 개국할 수가 있음) 조그맣게 시작하여 점차로 키워나가는 것도 그것이 공정하고 알차다면 또한 자랑스러운 일이다. 일천육백 년을 내려온 불교의 저력을 보여줄 수 있다면 말이다.
우리의 힘에 의해 우리가 하는 방송국 아 가장 바람직함에도, 경제적인 이유나 책임 못지는 소리를 남발하는 이들의 의결사항 때문에 그러한 기본요건이 무시되고 독선이나 사당(私薰)의 성격을 갖는다면, 그러한 방송국에 대해 무엇을 아쉬워하겠는가. 교계 행정부서의 시녀 노릇이나 하는 방송국이 되어서 이 눈치 저눈치로 궁색한 표정짓는 또하나의 불구자가 탄생하기를 그 어느 불자가 바라겠는가.
그 어느 압력에도 구애받지 않는 전문적인 방송국이 설립되어 자비의 소리가 전국으로 흐를 때는, 몽매한 이는 눈빛 맑아지고, 어두운 구석은 광명 스미고, 못된 이는 혼쭐나서 움츠리고, 자랑스러운 이는 한껏 찬양할 수 있는 것이다.
사심 없이 전력하는 보살들이 이 땅에 얼마나 많은가. 단체를 운영하거나 혹은 개인적으로 산간벽지에서 혹은 시정에서 구도하고 포교하며 찬란한 불법의 홍포를 기리는 착한 이들이 또한 얼마나 많은가. 단지 바다같은 그 힘이 큼지막하게 하나로 엮어지지 못하고 비루먹은 말이 큰수레 끌 듯 어기적거림에 가슴저려 한일이 어디 한 두번인가.
한번도 스스로를 내세우지 않았던 장경호 거사의 보살핌은 어느덧 삼, 사백억원에 이르렀으나, 우리의 신심은 아직 삼십억에도 이르지 못하고 있음을 부끄러워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