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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방송, 무엇을 어떻게 방송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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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윤청광 1988년 11월 81호
1. 신문보다 어려운 방송
팔팔년이 되기 전에 첫 전파를 발사하게 되리라던 불교방송 개국은 어찍된 일인지 뒷소식이 없다. 그러나 이 땅의 모든 불교인들이 염원하고 있는 불교방송이기에 머지 않아 이 땅에 반드시 그 전파가 발사되리라고 확신하면서, 어차피 방송을 내보내게 될 것이라면 더욱 알차고 재미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는 방송, 많은 사람들이 들어주는 방송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몇 가지 참고될 만한 점을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나는 수년 전부터 불교방송국을 세우겠다는 소리를 수없이 들어왔다. 그리고 불교방송국 설립 계획을 상당히 구체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소리도 들었다. 이처럼 불교방송의 필요성은 누구나 인정하면서도, 그리고 방송시설과 건물과 예산에 대해서는 걱정하면서도, 가장 중요한 불교방송의 본질과 불교방송인에 대해서 걱정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으니 참으로 어처구니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같은 매스 미디어라고는 하지만, 방송은 신문과 비교해서 엄청난 특성의 차이가 있고, 신문이나 잡지보다 몇 배의 전문성이 필요하다. 전파 미디어의 특성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방송은 참으로 실패하기 쉬운 분야인데도, 모두들 불교방송국 건립을 주간신문 하나쯤 만드는 것과 비슷하게 여기며 이를 추진하고 있는 것 같다.
아직까지 우리 불교계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널리 펴는 데 이렇다하게 도움이되는 미디어를 아직 가지고 있지 못하다. 주간으로 발행되는 불교계의 신문과 월간 불교잡지가 몇 개 있고, 각 사찰에서 발행하는 사보(寺報)가 여럿 있긴 하지만, 과연 이것이 “누구나 읽을 수 있고 배울 수 있는 불교미디어이다”라고 자랑하며 내세울 만한 것은 그다지 많지 않다. 또한 불교계의 신문이나 잡지, 기타의 출판물을 보면, 보통 사람은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한문용어가 아직도 수두룩하며 편집과 디자인과 꾸밈 등이 구태의연하여, 결국 불교는 배우기 어렵고 구태의연하다는 그릇된 인식을 심어 주고 있다. 물론 최근 불교계에서 간행되고 있는 인쇄물 가운데서 새로운 체재와 기획으로 산뜻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도 몇 가지 등장하기는 했지만 대체적으로 다른 분야의 인쇄 미디어 수준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두 가지 점에 주의해야 한다. 첫째는 불교계가 그동안 불교 매스컴 분야의 인재를 제대로 양성하지 못했다는 점이고, 둘째는 불교계의 지도자들이 매스 미디어의 중요성과 전문성을 깊이 인식하지 못해 아무나 데리고 와서 만들면 된다는 식으로 너무 쉽게 생각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불교 매스컴에서의 가장 큰 고민은 “저널리즘을 알면 불교를 모르고, 불교를 알면 저널리즘을 모른다”는 것이다. 인쇄 미디어조차 이런 어려움과 시행착오 속에서 허덕이고 있는데, 게다가 불교방송까지 이런 식으로 운영해나가려고 한다면 정말로 위험천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시각적으로 접근하는 인쇄 미디어와는 달리 라디오방송은 오로지 청각에 접근해야 하는 특수 분야이기 때문에 그에 상응하는 전문인의 확보와 양성이 기본요건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2. 언제, 누구를 향해 방송할까?
이제 우리나라에는 벽지나 낙도 등에 이르기까지 천문학적인 숫자의 TV수상기가 보급되어 있다. 따라서 라디오 청취자는 십년 전에 비해서 현저하게 줄어들있고 라디오 청취시간도 무척 짧아졌다. 그뿐 아니라 라디오 청취자들 가운데에서도 음악방송만을 하는 FM방송의 청취자가 주종을 이루고 있으며, 대도시의 경우에는 교통정보나 시장정보 등을 필요로하는 특수계층의 사람들이 대상방송을 주로 듣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특정한 사람들이 특정한 대상방송을 듣는 경향은 갈수록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생활공간에는 줄잡아 열 개가 넘는 라디오 전파가 흐르고 있는데, 과연 이처럼 치열한 경쟁 속에서 불교방송은 청취자의 몇 퍼센트를 겨냥해서 언제 방송을 내보내야 될 것인지에 대한 기초자료부터 조사하고 연구분석해야 할 것이다. 또한, 새벽부터 하루에 스무 시간 동안 계속해서 방송을 내보낸다면 몰라도 한정된 시간만을 방송해야 한다면, 과연 언제 방송을 내보내야 가장 많은 사람이 들어줄 것인지를 정확하게 알아내야 한다. 새벽에 라디오를 가장 많이 듣는지, 아침에 라디오를 가장 많이든는지, 아니면 저녁인지, 대낮인지에 대한 기초자료를 조사해 청취대상을 정해야 한다. 또한 노인층을 향해 방송할 것인지, 젊은층을 향해 방송할 것인지, 아니면 청소년층을 대상으로 할 것인지, 그 대상층과 시간대를 과학적으로 조사해서 그에 맞는 방송내용을 연구해야 할 것이다 이를 더욱 세분해서 태시기사와 오너드라이버를 대상으로 방송할 것인지, 단순 근로자를 대상으로 할 것인지, 자영 사업자를 대상으로 할 것인지 등 조사 연구해야할 기초자료는 수없이 많다. 그리고 이런 광범위한 기초자료를 조사 연구, 분석하는 일은 갑자기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3.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세 가지 기능
방송의 기능운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진다. 첫째는 정보전달 수단으로서의 기능이고, 둘째는 오락 수단으로서의 기능이며, 셋째는 교육 수단으로서의 기능이다.
불교방송은 물론 그 마지막 목표가 포교에 있고 불국정토구현에 있으므로 청취자의 교화를 위해 방송을 내보내게 될것이다. 그러나, 포교와 청취자의 교화에 목표가 있다고 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스님의 설법만을 방송할 수는 없다. 방송은 무엇보다 청취자가 들어 주어야 하기 때문에 청취자가 즐겨 듣도록 그 내용을 꾸미지 않으면 안 된다. 아무리 포교가 목적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처음부터 끝까지 직선적인 포교문과 설법만을 방송해서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우리가 쌀을 주식으로 하는 주된 목표는 생존에 있지만, 쌀로 밥을 지어 먹으면서, 때로는 떡이나 과자를 만들어 먹고때로는 식혜를 담구어 먹고 막걸리를 빚어 먹기도 하듯이, 같은 목표를 놓고도 우리는 얼마든지 여러가지 방법과 수단을 구사할 수 있다. 재미있게 듣다가 새로운 소식도 얻어듣고 귀가 번쩍 뜨이는 지혜를 터득하기도 하고 무릎을 치는 교훈도 접할 수 있는 방송, 불교방송은 이렇게 재미있고 유익한 방송이어야 한다. 알아듣기 쉽고 재미있는 방송, 신나고 유익한 방송, 게다가 인생의 새로운 길을 열어주고 지혜에 눈뜨게 해주는 방송이 된다면, 불교방송은 정보전달 기능과 오락 기능과 교육 기능을 두루 훌륭하게 조화시키는 방송이 될 수 있을 것이다.

4. 턱없이 부족한 ‘소리’ 자료
라디오방송은 소리를 재료삼아 방송을 엮어낸다. 사람의 말도 글자가 아니라 소리로 전달해야 하고, 부처님의 가르침도 소리로 전달해야 한다.
간단히 ‘소리’라고 하면 아주 쉽게 생각할지 모르나, 사실은 이 ‘소리’ 만으로 모든 재미와 정보와 가르침을 전해야 한다는 데 어려움이 있다. 예를 들자면, 같은 언어라고 하더라도 시각에 호소하는 인쇄물에서는 모르는 것이 있으면 사전이나 옥편을 찾아보고서 알 수 있지만 오직 청각에 호소해야 하는 방송에서는 그 전달방법이 인쇄물에 비하면 하늘과 땅의 차이가 있다. 만일 법당에서 하시는 스님의 설법을 그대로 라디오 전파에 실려 내보낸다면 알아듣는 청취자의 숫자는 상당히 줄어들 것이다. 한문 용어로 가득한 불교경전을 그대로 낭독해 준다고 가정하면, 제대로 알아들을 수 있는 청취자는 과연 얼마나 될지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설법이나 불교경전뿐만 아니라 소리를 들려주어야 할 불교방송이 오늘 당장 방송을 내보낸다고 가정할 때 ‘소리’의 재료와 종류는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찬불가 한 종류만 살펴보아도 하루에 다섯곡씩 열흘 정도 방송하고 나면 늘 틀던 곡을 되풀이해서 내보내야 할 정도로 노래의 숫자가 턱없이 부족하며 더욱이 가요
나 가곡이나 교향곡, 창(唱)에 이르면 그 숫자는 훨씬 더 줄어든다.
방송을 제대로 하자면 불교적인 갖가지 ‘소리’들을 하루 빨리 찾아내거나 만들어내서 확보해야 한다. 불교방송이 전파에 실어보낼 소리는 설법일 수도 있고 가요일 수도 있으며, 연속극이나 염불이나 강연이나 총소리나 목탁소리나 풍경소리 동일 수도 있다. 빠뜨리지 않고 찾아내거나 만들어내서 확보한 수많은 소리들을 불교방송의 전파에 실어서 쉽고 유익하며 재미있고 감동적인 방송을 하려면, 이를 위한 조사와 연구에 지금부터 박차를 가해도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누구를 대상으로, 언제, 어떤 내용의 방송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기획이나 편성이나 제작이나 실무 등을 맡은 부서별로 전문인들이 알아서 할 일이겠지만 기초자료를 확보하고 조사 연구할 불교 방송인을 발굴하고 교육하는 일은 빨리 서둘러 시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