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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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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해인삼매 - 박상률 1992년 05월 123호
가자
그리운 곳은 아니어도
꿈틀거리는
숨소리
억척으로 보듬고

떠나온 그 언덕
노오란
꽃잎 같은 계절이
먼저 시들기 전에
애써
가자

떠나자 떠나자고 하던,
지워지지 않는
열여섯 철없음이
분신처럼 짙게 박혀
희멀건 웃음이
강처럼 누워 있는
그 들녘

그리운 곳은 아니어도
달빛 향기 그리는
날맞이꽃 아직 잠들기 전에
꽃술에 입맞춘
푸른바람
찬 이슬로 흩어지기 전에
애써
가자
저 산길 돌아서
저 물길 건너서

시작메모
나는 언제나 떠나고 있다. 수줍음도 잊은 채 온몸으로 꽃망울부터 터뜨리던 개나리도 이젠 무성한 이파리로 옷을 해입고 겨우내 앙상한 맨몸으로 서 있던 나무들도 이젠 푸릇푸릇 물이 오르고 있는 지금, 나도 움츠렸던 목을 펴고 가벼운 봄옷을 찾아 입었다. 그리고 집을 나섰다. 봄볕에 눈이 부시다. 그러나 봄은 사방천지에 지천으로 깔려 있는 것이 되고 말았으니 벌써 여름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