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려 교육의 개혁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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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비의 소리 - 원택
1992년 05월 123호
참 막막한 일입니다.
조계종 승려 교육에 대한 개혁말입니다. 전통 강원이 승가대학이란 이름으로 명칭을 바꾼 이래 승려 교육의 개혁에 대한 논의는 매우 분분하였습니다. 그러나 그 많은 노력이 있었음에도 인재 양성에 걸맞는 교육 제도의 완비는 아직도 미궁 속에 있습니다.
교육의 일차적인 목적이 사람의 품성을 좀더 높은 단계로 이끄는 질적 향상에 있다면 승려 교육 또한 전통과 진보의 조화 속에서 원만하고 유능한 수행자를 양성하는 데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할 터입니다. 유감스럽게도 지금 조계종의 승려 교육은 전통을 살리지도 못하고 변화된 현실을 진보적으로 담아 내지도 못하는 절름발이 상태를 면치 못한 채 끝없이 표류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산중에 살아가는 승려의 한 사람으로 조계종 승려 교육의 장은 뭐니뭐니해도 각 본사의 전통 있는 강원 다시말해서 승가대학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다가 현대 승려 교육이 동국대의 불교대학과 중앙승가대학으로 무게 중심이 실려 버렸는지 알 수 없지만, 전통과 진보를 함께 아우르는 수행자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으로서는 왠지 걸맞지 않은 점을 노정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오늘의 현실에 맞는 책임 있는 수행자를 양성하는 데에도 실패하고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건실한 교육제도 부재의 원인은 전통 강원에서 지금의 젊은 스님들의 높은 향학열을 채워주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리한 현대화 교육에만 급급하다 전통을 잃어버린 기형적 현대 교육 기관의 무원칙한 교육 이념에도 있을 것입니다.
통계에 따르면 전통 강원을 졸업하고 정규 대학에 입학하기 위하여 입시 학원에 다니는 승려의 수가 삼백 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왜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까?
지방 승가대학은 각종 학교 자격조차 없어서 사 년 동안 중물을 익히는 교육을 부지런히 해 봤자 사회적으로 인정되는 자격이 아무 것도 없으니 군법사가 될 수 있나, 대학원을 갈 수가 있나 그러니 사 년 동안 헛 산 셈 치고 다시 대학에 가려고 무진 애를 쓰고 있는 것입니다. 승려가 되는 숫자도 자꾸 줄어드는 마당에 종단적으로 얼마나 많은 인력의 낭비이며 개인적으로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의 낭비입니까? 그렇다고 중앙승가대학이 이런 스님들을 모두 수용할 수 있는 현실도 아닙니다. 더구나 지금도 전통을 중요시하는 절집안의 노장 스님들은 자기의 상좌를 대학에 보내기보다 전통적인 수행을 고집하는 지방강원에 보내는 현실도 무시할 수 없는 현상입니다.
해인사 소임을 맡아보면서 뜻밖의 몇 가지 사실을 발견하고 매우 놀란 적이 있습니다. 그것은 강원 하면 십대의 애리애리한 동자승을 연상하기도 하고 잘해야 스물 안팎의 스님들로 보아서 어른 스님이나 선원 스님들이 강원 스님들을 나무랄 때는 “삭두물도 마르지 않은 이들”, “장판 때가 덜 묻은 중”으로 폄하하는 것이 다반사였습니다. 그러나 오늘의 현실은 너무나 많은 차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 해인사 행자반의 평균 연령이 스물일곱에서 스물여덟 살, 강원 일학년인 치문반의 평균 연령이 스물아홉 살 안팎이라는 사실입니다. 요즘은 서른 살 안팎의 출가면 동진출가라고 할 정도로 출가의 연령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습니다.
육백 년, 칠백 년 내려오는 전통 교육의 내용과 방법으로는 이들을 잘 교육할 수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어린아이를 가르치는 것과 철든 사람을 교육하는 것은 엄연히 구별되어야 하듯이 아직도 전통 교육을 고집하는 강원 교육은 일대 개혁이 불가피합니다. 그리고 이조시대의 유식한 승려상과 오늘의 승려상이 같을 수 없듯이 경제와 문화의 질이 비교할 수 없으리만치 변해 버린 지금은 과거의 교육으로는 턱없이 뒤진 교육이 아닐 수 없습니다.
종단에서는 입만 열면 제도개혁을 말하지만 그 정도의 의지를 가지고서는 심각한 승려교육의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잠꼬대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한국 불교가 이렇게 혼미를 거듭하는 것이 교육의 부재에 따른 승려 자질의 미숙에 그 원인이 있다면 만사를 제쳐두고라도 교육 제도의 완비를 위하여 종단의 힘이 모아져야 할 것이고, 그리하여 전통의 향기와 새로움과 힘참이 어우러지는 교육 제도 속에 유능한 젊은 수행자가 양성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