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파도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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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해인삼매 - 현담
1992년 04월 122호
이제 더 이상 붙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디로 갈 것인지
누구를 찾아 무엇을 할 것인지도 묻지 말았으면 좋겠다
바람 몹시 부는 카파도키아
여기 아무도 불러볼 이름은 없다
굳이 트로이의 저 늙은 목마를 타고 그 먼 길을
다시 돌아가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아득히 떠나온 여기 끝없이 가라앉아
바람에 흔들리는 에게해에 조금씩 젖어들고 싶다
어쩌면 무너져내리기 위하여 쌓아놓은
긴 시간의 성벽에 휘감긴 이스탄불
비잔틴의 그 오랜 불빛 속에서 나눈 사랑의 전쟁놀이는
돌이켜보아 결코 부족하지 않았던 것 같다
공연히 다시 불타오르는 일은 없어도 될 것 같다
어느 누구도 그처럼 많은 피와
뜨거운 눈물의 사랑을 나눌 수는 없을 것 같다
머나먼 카파도키아
아무도 불러볼 이름없는 여기에 까마득히 내려앉아
그저 부는 바람에 적당히 흔들리며
에게해의 저 많은 샘들처럼 조용히 흩어져도 될 것 같다
시작 노트
\'카파도키아\'는 터키 남서쪽 바닷가에 있는 도시이다. 이스탄불에서 이곳까지 가려면 한 여덟 시간쯤 걸린다. 고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그 트로이의 목마로 잘 알려진 곳이다. 바람 세찬 먼 땅의 나그네로서 옛 신화의 한켠에서나마 조금이라도 고적함을 털어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