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실한 내용을 갖춰야
다가오는 \'97 년은 한국사회에 있어서 대단히 중요한 해가 될 것이라는 점에 이론의 여지가 없다. 억지춘향식으로 \'문민정부\'가 탄생하였으나 태생적인 한계에 의해 군사독재 정부의 잔재가 여전히 강하게 남아있고 어떤 면에서는 위장된 \'민주\' 로 국민을 기만하고 있는 것이 현정부의 정책이다.
국제연합의 산하 기구가 권장하는 각종정책, 이를테면 노동정책에 있어 복수노조의 인정과 공무원의 단결권 등 진정 민주사회가 갖추어야 할 조건은 뒷전으로 한 채 각종기구의 이사국이 되는 것에 생색을 내고 있다. 당장 경제개발협력기구에 가입하면서 국민생활에 있어 가장중요한 정책이 될 \'제조물 책임법\'은 기업의 반발로 실시 시기 마저 불분명한 현실이다.
경제가 어렵다는 이유로 재벌들의 요구는 대폭 수용하여 경쟁력을 10퍼센트 올린다는 명분으로 의무 고용제를 완화하고 가뜩 외채가 눈덩이처럼 불고 있는 판에 상업차관도입을 허용하려 하고 있는 현 정부의 집권 후반기 정책이다. 부정과 부패, 무소신과 무책임으로 정치 경제 사회가 혼돈에 빠져들었다. 꼭 일 년 뒤에는 이런 정부가 국민으로부터 어떤 선택을 받을 것인가 하는 중대한 선거가 있는 해이다.
비단 대통령 선거만이 아니더라도 21세기 목전에 둔 시점에서 한국사회의 재편은 대단히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이와 같이 사회의 대내외적으로 중요한 시기에 한국불교계를 책임질 우리 종단의 운영이 구태를 벗지 못하고 파행을 계속한다면 종단의 발전은커녕 개방화의 파도에 밀려들어올 반민족적 사조에 휩쓸려 제 설 곳조차 못 찾게 될 것이다. 세속의 정치를 올바르게 계도해야할 승가공동체의 대의기구가 의원들이 이해 관계에 따라 어느 소속의 의원이면 지지하고 그렇지 않으면 아예 정족수가 안 되어 종회가 유회 되는 모습이 더 이상 계속되어서는 대중의 지탄을 면 할 수 없다.
차제에 종회만이 아니라 종단운영에 대해서도 임기의 전반기를 보낸 이 시점에서 냉정하게 돌아보고 혹 \'문민정부\' 처럼 외화내빈이나 기만은 없었는지, 형식만 있고 내용은 부족한 것은 없었는지 냉철하게 돌아볼 필요가 절실하다. 하루 세 번을 돌아보라고 했는데 일대 변혁의 새로운 해를 맞는 시점에서 잘한 일이다 싶은 것도 다시 곱씹어 보는데 인색할 까닭은 없다.
추스리며 나아가기를
사실 지난 두 해 동안 개혁종단에 걸 맞는 조치가 의욕적으로 추진되었고 이 가운데 성과도 적지 않았다. 안으로는 중앙행정의 분화와 전문화가 어느 정도 정착되고 있으며 밖으로는 사회적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어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고 있으며 과거처럼 정부의 정책에 일방적으로 피해를 보지 않을 정도로 사부대중의 응집력도 제고되는 과정에 있다. 지난 시월 초에 실시했던 전국의 주요 사찰에 대한 최초 종정감사에서도 지적됐듯이 중앙과 교구본사의 관계가 유기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개별 사찰에서의 각종 불사와 함께 다양한 행사 등이 활성화된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 될 것이다.
하지만 현 집행부의 초기부터 벌여온 개혁의 과제가 후반기를 맞이하는 현 시점에서 아직도 지지부진하고 있는 것이 적지 않다.
이를테면 새로운 전국 신도직이 거창하게 출발했던 것에 견주어 지금은 어떻게 발전했는지. 또 이른바 \'깨달음의 사회화운동\' 이 지금은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로 전개되고 있는지, 행정부서의 규모가 커지고 각종 사업에 따른 집행이 늘어나면서 예산은 자연 늘었는데 그 분담이나 징수가 정상으로 걷히고 있는지 하는 의문 등이 그것이다.
또 현 정부가 불교계에 공약했던 사안에 대해 임시 내에 공약사항을 실행토록 종단이 정확하게 대처하고 있는지 하는 의문도 갖게 된다.
개혁회의에서 현 종단 집행부로 종권이 이양되면서 미완의 과제도 함께 넘어 온 것이 있었다.
공권력의 남용에 의한 \'법란\' 이라든가 해종행위자에 대한 조치문제등 조금은 무거울 수밖에 없는 짐이었을 것이다. 당시 가장 손에 꼽았던 개혁과제는 \'자주성\' 이었기에 정부에 대해서는 공권력의 침탈에 대한 책임을 강력하게 물었으며 그 책임자의 처벌을 주장했었고, 종단 내부에 대해서는 그 동안 자주적 종단운영을 그르쳐 왔던 책임자를 문책하고자 했었다. 그리고 개혁종단은 그런 정신을 굳건하게 지켜나가기를 바라는 것이 대중의 염원이었다. 상대적으로 나아졌다든가 나아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수 없는 문제다.
종단 행정의 투명성이 과연 확실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하는 문제도 거론하게 된다.
특히 승가대의 이전과 관련해서 생겼던 잡음처럼 종단의 중차대한 계획이 강력한 추진력을 갖지 못하고 부유하는 경우로 말미암아 대중의 불신을 사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종단 내에 특정 집단의 세력이 있어 그들의 입김에 의해 종회가 좌지우지되고 행정이 일관성을 잃는다면 그 또한 개혁종단의 책임이 된다.
21세기를 목전에 두고 또 대단히 중요한 변혁의 시기가 된 새해를 맞으며 산적한 현안과 과제를 풀어나가기에는 현 집행부의 임기가 부족할지 모른다. 그 부족함을 종도들의 지지로 메우기 위해서라도 이제 두 해 전 봄의 개혁의지를 되살리고 별러야 할 것이다.
밖으로 여기저기 벌려 놓은 상들을 정리하고 추스려 내실을 다지는 문제가 시급하다.
그런 점에서 이번 11월 22일의 \'결의대회\' 를 중요한 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종도들의 의지를 결속하고 대내외적으로 풀어야할 과제를 대중과 함께 힘을 모아 해결하려 하고 흐트러진 기강을 바로잡아 종회는 종회대로, 집행부는 집행부대로 정확한 자기 역할의 수행을 완수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