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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쇠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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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가의 얼과 멋 - 편집실 1996년 12월 178호
솥은 물이나 국 등을 끓이고 밥을 짓는 데 쓰는 그릇으로 가장 중요한 후원後院 살림의 하나이다.
옛 부터 후원에 걸린 무쇠솥 의 크기를 보면 절의 규모와 대중의 수를 짐작할 수 있었다. 대개 후원채 에는 쌀 한 가마니쯤 지을 수 있는 가마솥이 있고, 여러 용도의 작은 솥들이 각각의 아궁이를 가지고 있다.
여러 크기의 솥 가운데 밥을 짓는 큰 무쇠솥은 단연 후원의 조왕이다.
이 무쇠솥은 공양주 소임을 가진 스님이나 행자만이 만질 수 있으며 , 무쇠솥의 아궁이에 가장 먼저 불을 지핀다.
이는 부처님께 공양 올리는 마지摩旨를 짓는 중요한 용도로 쓰이기 때문이다.
무쇠솥에서 나온 누룽지는 맛이 일품이며 밥맛 또한 기름지다.
밥을 다 푸고 난 뒤에는 무쇠솥을 반질반질 윤이 나게 들기름으로 닦는다.
그러니까 밥 짓는 무쇠솥은 후원의 물건 가운데 , 가장 귀하고 소중하게 다루는 물건인 셈이다.
무쇠솥의 형태는 크게 둘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다리가 세 개이고 솥바닥이 비교적 편편하며 주변이 나선형이고 주둥이가 조금 넓게 퍼진 모양에 뚜껑이 솥전보다 조금 커서 잘 밀착되게 만들어진 것으로 영, 호남지방에 많다.
또 하나는 다리가 없고 솥바닥이 둥근 편이며 주둥이가 좁고 솥전이 오므라진 것으로, 뚜껑이 역시 솥전 위에 빈틈없이 얹힌다.
이밖에 놋새옹, 곱돌솥, 왜솥, 두멍솥 따위 가 있고 용도에 따라 물솥, 밥솥, 국솥, 쇠죽솥으로 부르며 크기에 따라 큰솥, 중솥, 작은솥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쌀을 씻어 솥에 안치고 장작불을 지핀다.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아궁이의 장작불이 탈 때마다 무쇠솥 에서는 푸들푸들 밥물이 넘는다.
밥거품 의 상태를 보고 밥물이 좀 많다 싶으면 장작 한 개피를 더 넣어 주고 밥물이 적게 느껴지면 얼른 불을 아궁이에서 꺼내는 요령이 필요하다. 뜸을 들이는 일은 아궁이에 남은 숯불로 조절하는데 불기를 잘 맞추어야 밥이 질게 되거나 타지를 않는다.
공양간의 무쇠솥 은 절 집안의 음식문화를 말해주는 가장 대표적인 기구이며, 수행자에게는 입산 때의 본분사 를 떠올리게 하는 소품이리라.